[야구타임스 ㅣ 손윤 기자] 요즘은 땅값에 비해서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인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면 어느 한 구석에는 - 반드시라고는 할 수 없지만 피칭 머신을 상대로 타격을 할 수 있는 연습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에 야구를 한 관계로 어지간한 볼을 최소한 맞추는 데는 큰 어려움을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한 번은 최대 160km를 상회하는 볼도 가능한 최신식 피칭 머신이 갖춰진 곳이 개장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이라면 양잿물도 마실 수 있기에, 160km 그까이꺼라는 심정으로 구태여 찾아가는 만용을 부렸다. 이제는 직업적인 야구 선수가 아닌 관계로 처음부터 160km는 무리라고 판단한 나는130km부터 시작해서 한 단계씩 구속을 올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직업 야구의 세계라면 아리랑볼이라고 비난을 받기에도 충분한 130km에 불과한 공에도 머리 속을 가득 채운 것은 '맞추겠다'는 생각보다는 '맞으면 죽는다'는 공포심이었다. 두려움에 온 몸이 얼어붙은 나는 변변한 스윙은커녕 배터 박스에서 나올 때는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서있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주위의 한심하다는 시선보다는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또한, 경기 중에 타자가 친 라이너성타구에 가슴을 맞아서 갈비뼈에 금이 간 적도 있어서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는 무의식적으로 공포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한번씩 TV로 연예인 야구를 보다가 몸을 싸리는 그들의 플레이를 볼 때마다 "저것밖에 못하나!"라는 생각보다는 그가 바로 나인 듯 그 상황이 200% 이해되고는 한다.

예전에 부진하거나 어이없는 실책을 범한 선수에게 가차 없는 독설을 퍼붓기로 유명한 한 기자가 모 프로팀의 전지 훈련지를 방문해서, 반 장난으로 그 팀의 에이스를 상대로 타석에 들어섰다가, 한 가운데의 직구에도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걸음아 나 살려라'고 뒷걸음을 친 적이 있었다. 일설에는 오줌도 찔끔했다는 말도 있지만, 그 경험을 한 후로 그는 선수들에 대한 독설을 최대한 자제하게 되었다고 한다.

홈런 타자로 유명했던 한 선수는 "관중들이 어떻게 홈런을 친 기쁨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홈런에 열광하지만, 투수의 손을 떠난 볼이 배트에 맞을 때의 그 느낌 등은 그 당사자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데도, 자신들이 홈런이라도 친 듯이 기뻐하는 모습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예를 들면, TV로 대어를 낚는 모습을 봤을 때에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실제로 낚시를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낚시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열광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평소에는 눈 한번 주지 않다가도 올림픽이다 세계 대회다 뭐다 해서 누구를 어떤 나라를 꺾었니, 혹은 금메달이나 은메달, 동메달을 따면 열광적인 환호를 보낸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면 다시 "그런 스포츠도 있나?"라는 원래의 상황으로 복귀한다.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그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뿐이다. 그렇지 않은가. 관심도 없던 피겨스케이팅에 세계대회라도 열린다면, 만사를 제쳐놓고 보는 솔직한 이유는 피겨스케이팅 자체가 아니라 김연아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돈과 시간이 남아돌던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아마 스포츠가 스포츠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 프로 스포츠가 탄생하면서 스포츠는 특정 계층의 놀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속한 상품화가 추진되면서, 그 플레이어뿐만이 아니라 보는 관중들도 스포츠와는 분리되고 있다.

1982년에 한국에서도 프로야구가 출범했을 때에는 공터 등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야구뿐만이 아니다. 축구나 농구 등 그 스포츠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볼만 있다면 무엇이던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볼이나 기본적인 장비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풍요로운 시대가 되었는데도, 오히려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볼 수 있을 뿐이다. 스포츠가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으로 완전히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대에서 스포츠를 한다는 것은 야구나 축구 등의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의미로 자리를 잡은지 오래전이다. 스포츠에 대한 경험은 사라지고 대신에 상상, 혹은 이미지만이 소비되고 있을 뿐이다.

TV를 비롯한 매스미디어들은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야구장에"라는 멘트를 날리면서, 경기장을 찾은 가족 단위, 혹은 연인 단위 등을 집중해서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서 노후한 시설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매스미디어뿐만이 아니라 야구 사이트나 블로그 등에서도 기존 시설의 노후화나 다른 나라의 야구장 등을 비교하면서 더 쾌적한 환경에서 볼 권리가 있음을 목청껏 외치고 있다. 한 마디로 스포츠는 오로지 보는 것이라고 온오프 어디에서나 공통적으로 주장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캐치볼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아파트 등만이 건설될 뿐 도시에서 휴식과 간단한 스포츠를 할 수 있는 공원 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의 볼 수 없다. 동네 한 구석에 마련된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운동 기구가 몇 개 설치되어 있는 것을 공원이라고 우긴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런 것도 감지덕지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는 참담함을 넘어서 절망스럽다.

절대로 스포츠는 가상의 세계는 아니다. 지금과 같이 경험이 밑바탕이 되지 않는 상상의 스포츠는 거칠게 말한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늦은 감도 없지는 않지만 "스포츠는 보는 것일까? 아니면, 하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우리들 자신에게 던져 볼 시기는 아닐까.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TRACKBACK :: http://yagootimes.com/trackback/10

textcube textcube get rss

야구타임스

TNM'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77-6 영남빌딩 8층 등록번호 : 서울아00739 등록일자 : 2009년 1월 14일 발행인 : 명승은 / 편집인 : 김홍석
Copyright 2009 (C)YagooTimes.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TNM. Designed by Qwer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