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10/08/25 10:04
[롯데-KIA] 오해는 오해를, 분노는 분노를 부른다
[야구타임스 | 이준목] ‘부적절한 공’ 하나가 만들어낸 파장은 컸다. 오해는 오해를, 분노는 또 다른 분노를 불러왔고 결국 승자도 패자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서로가 찝찝한 뒷맛을 남긴 채 경기장을 떠나야했다.
롯데와 KIA가 격돌한 지난 24일. 공교롭게도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 팀의 대결인데다, 이날 대결이 사실상 포스트시즌을 향한 결정적 분수령이 될 수도 있었기에 서로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사태는 경기가 끝나갈 무렵인 9회말 2사 후에 발생했다. 7-5로 KIA가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올라온 윤석민이 던진 몸 쪽 변화구가 그만 롯데 3번 조성환의 머리를 강타하고 만 것. 다행히 헬멧 부위에 맞았지만 하마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윤석민은 지난 15일에도 롯데전에서 홍성흔의 왼손을 맞혀 그에게 시즌 아웃의 부상을 입힌바있다. 개인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타점왕과 MVP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홍성흔은 허무하게 시즌을 마쳐야했다.
홍성흔에 던진 공이나 조성환에게 던진 공이나, 모두 윤석민의 명백히 실투였다. 2점차로 앞서있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아웃카운트는 불과 하나, 게다가 후속타자는 이대호였다. 누가 봐도 고의로 타자를 맞출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제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몸 쪽 공을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고의가 아니었다고 해도 상대는 포스트시즌 경쟁팀, 그것도 이미 상대의 간판타자인 홍성흔을 시즌아웃 시킨 시점에서 하필 윤석민이 또다시 3번 타자인 조성환의 머리를 강타한 것은 누가 봐도 오해를 살만한 소지가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윤석민이 기록한 3개의 사구가 모두 롯데 선수들(나머지 하나는 강민호)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사직구장은 순식간에 험악한 공기로 가득찼다. 홍성흔 때부터 이미 감정이 좋지않던 롯데 팬들에게 조성환까지 윤석민의 몸에 맞는 볼에 쓰러진 것은 성난 군중심리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성환에 쓰러지자 성난 일부 관중들은 이물질을 구장 안으로 던지기 시작했고, 윤석민과 KIA 선수단을 향하여 거친 욕설을 퍼부어댔다. 이 과정에서 수비하던 KIA 외야수들과 이물질을 치우려던 구단 직원들이 물병 등이 몸에 맞기도 했다. 윤석민이 롯데 덕아웃을 향하여 모자를 벗고 정중히 사과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그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내려가~"를 연호하며 야유를 퍼부었다.
롯데 팬들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분노를 이해하는 것과, 그 분노가 행위로서 정당화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몇몇 팬들은 도를 넘어선 욕설은 물론,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들의 '민폐'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것은 KIA 구단만이 아니라 바로 같은 롯데 팬들이기도 했다.
경기장에서 그들의 지저분한 욕설과 난동을 지켜봐야했던 관중들 중에서는 아직 어린이들이 수두룩했다. 위층 관중석에서 투척한 물병과 이물질 등이 그라운드까지 나가지 못하고 아래층으로 떨어져 다른 관중들이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야구장은 이런 무뢰배 같은 관중들의 개인 콤플렉스를 해소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조범현 감독은 윤석민을 교체하지 않은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교체할 수가 없었다. 통상적으로 경기 초중반에 사구 논란이 나오면 선수보호나 상대팀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교체를 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는 9회 2사였고 윤석민은 마무리였다. 의도한 사구가 아니었기에 바꿀만한 투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롯데 구단도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윤석민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직후에 윤석민은 중계 화면에서 조성환에 사구를 던진 후 씁쓸하게 웃는 듯한 모습이 클로즈업으로 잡히며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받아야했다.
"자기 때문에 한 팀 선수가 두 번이나 크게 다치거나 다칠 뻔했는데, 실실 웃기나 하다니 제정신인가?" 일부에서는 얼마 전 윤석민의 자해 부상 전력을 거론하며 "자기 몸이 다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니, 남이 다치는 것도 신경 쓰지 않나 보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잘못은 했지만 고의성은 없었으니 지나친 비난은 자제해야한다며 윤석민을 옹호하기도 했다. "웃는다고 다 웃는 게 아니다. 자신도 의도하지 않은 사구를 던지고 경황이 없어서 그랬을 것" 또는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롯데 선수들이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윤석민도 모자를 벗고 정중히 사과했다."며 윤석민을 향한 비난 여론이 너무 감정적이라는데 우려를 표시했다.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고, 그로 인해 비롯된 분노는 더 큰 분노를 부르기 마련이다. 윤석민의 사구가 고의가 아님을 알고 별다른 항의나 벤치 클리어링을 시도하지 않은 롯데 측이나, 모자를 벗고 벤치와 관중들을 향해 정중하게 사과를 한 윤석민은 동료로서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린 일부 관객들의 추태는 600만 관중에 도전하는 프로야구가 아직도 ‘성숙하지 못한 관전 문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사진=KIA 타이거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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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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