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슈퍼소닉' 이대형(LG)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대도'다. 이대형은 지난 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도루 1개를 더 추가하며 마침내 4년 연속 50도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김일권(전 해태), 이종범(KIA), 정수근(전 롯데), 전준호(전 넥센)같은 전서적인 대도들조차 달성하지 못했던,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하지만 정작 대기록을 달성한 날, 이대형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8월 이후 극심한 타격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이대형은 오랜만에 선발 출장해 대기록을 완성했지만 슬럼프를 의식한 듯 감정표현을 자제했다.

공교롭게도 팀 성적도 4강에서 사실상 멀어진 시점이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4년 연속 50도루를 성공해 기분은 좋지만, 그보다 부상 없이 여기까지 온데 만족한다"며 다소 밋밋한 소감에 그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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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대형은 도루왕의 명성에 비하여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선수다. 2000년대 이후 LG에서 매년 이만큼 꾸준한 성적을 내주는 선수도 드물다. 하지만 이대형의 도루나 1번 타자로서의 능력에는 항상 '영양가'라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1번 타자로서의 역할은 잦은 출루와 부지런한 주루플레이를 통해 팀타선에 최대한 많은 찬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하지만 톱타자로서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타율과 출루율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도루 기록에서 이대형의 능력은 항상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야구인들은 "이종범이나 전준호 같은 전설적인 톱타자들과는 말할 것도 없고, 동시대에 활약 중인 이종욱이나 이용규와 비교해도 톱타자로서는 한수 아래"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도루 기록만 의식하는 것 같다. 그저 빠른 발만 믿고 버티는데 그래서는 톱타자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없고 오래 장수하기도 힘들다. 데이터상의 기록은 PC게임에서나 유용하지, 실전에서는 영양가가 없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다.

이대형이 가장 비판받는 부분 중 하나가 '기록을 위한 기록'에 너무 연연하는 게 아니냐는 점이었다. 지난해까지 이대형은 내야안타를 의식하여 타격 시 상체가 너무 일찍 앞으로 쏠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옆에서 보면 스윙이라기보다는 어떻게든 방망이만 툭 갖다 대고 1루로 내달리거나, 아예 공이 닿기도 전에 뛰기부터 하려는 자세로 보이기도 했다. 좋게 말하면 빠른 발을 살리기 위한 플레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나치게 발에만 의존한 플레이스타일이었다.

이대형은 올 시즌 타격폼 수정을 통하여 변화를 꾀했지만, 성공적으로 보였던 변신은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벽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290의 좋은 타율과 .358의 나쁘지 않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후반기 들어서는 65타수 4안타(.062)의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있다.

현재 이대형이 기록 중인 .256의 타율은 그가 본격적인 LG의 주전으로 올라선 2005시즌 이래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1번 타자로서 제몫을 못하다보니 출장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조급한 마음에 지난해의 '공 맞추고 1루로 달려나가기'식 타법으로 회귀하는 조짐도 간간이 눈에 띈다.

누상에 나가더라도 그의 도루가 팀 승리나 경기 흐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하는 것도 논란거리였다. 중요한 순간에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욕심을 부리다가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지난 5월 KIA와의 경기에서는 크게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상대팀으로부터 빈볼을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도루 시도 자체는 문제될게 없었지만, 정황상 반드시 필요한 플레이라기보다는 개인기록만을 의식한 플레이라는 오해를 살만한 장면이 많았다는 점은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좋은 리드오프를 보유한 팀은 항상 우수한 팀 성적과 연결되곤 했다. 하지만 이대형은 데뷔이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대형은 LG가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이듬해인 2003시즌부터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프랜차이즈스타로서 8년째 포스트시즌을 밟지 못하고 있는 LG의 암흑기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는 이대형은 어쩌면 가장 불운한 선수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 그의 빠른 발과 도루 기록이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LG를 가을잔치에 올리는 길밖에 없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사진=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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