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이야기
2010/09/15 09:35
2010시즌 메이저리그 개인 타이틀 전망(AL)
[야구타임스 | 이창섭] 시즌 마지막에 접어들수록 순위 경쟁만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부분이 개인 타이틀이다. 선수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시즌 MVP’, 가장 위력적인 투수에게 돌아가는 ‘사이영상’, 그리고 선수 생애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올해의 신인’은 매년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된다.
정규시즌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의 MVP, 사이영상, 올해의 신인은 과연 어느 선수가 유리한 고지에 서 있을까. 각 부문 별 수상 판도를 예측해보았다. 우선은 아메리칸리그(AL)다.
▶ AL MVP - 조쉬 해밀턴과 미겔 카브레라의 2파전
시즌 초만 하더라도 AL MVP의 유력한 후보는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타이거즈)였다. 전반기를 끝낸 시점에서 카브레라는 홈런을 제외하고 타율과 타점에서 리그 선두에 오르며, 1967년 칼 야스트렘스키 이후 43년 만에 트리플크라운 달성을 기대하게 했다. 카브레라의 대항마는 조시 해밀턴(텍사스 레인저스)이었다. 해밀턴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2008년을 넘어서는 모습으로 카브레라를 뒤를 쫓았다.

그러나 후반기가 되면서 두 선수의 입장은 바뀌었다. 해밀턴이 대폭발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끈 반면 카브레라의 경우 개인 성적은 훌륭했지만, 팀 성적이 다소 주춤하며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권에서 탈락한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MVP는 팀 성적이 크게 좌우한다. 선수 개인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팀도 함께 좋은 성적을 올려야 수상하는데 유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카브레라(.335 34홈런 116타점)보다 MVP에 가까운 쪽은 서부지구 선두가 유력한 텍사스의 해밀턴(.361 31홈런 97타점)이다. 실제로, 해밀턴은 텍사스가 독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었다. 불과 2년 전 내셔널리그(NL)에서는 포스트시즌 탈락 팀에서 MVP가 나왔다. 당시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 필리스)는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홈런과 타점은 ML 1위(48홈런 146타점)를 차지했다. 그런데, 정작 MVP는 리그 공격 부문에서 단 하나도 선두에 오른 것이 없는 앨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카더닐스)에게 돌아갔다. 당시, MVP 선정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있었지만 하워드에겐 반박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2할5푼이 간신히 넘는 하워드의 타율(.251)은 푸홀스의 고른 비율(.357 37홈런 116타점)을 넘어서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AL MVP에서는 '예외의 상황'을 적용하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해밀턴은 개인 성적과 팀 공헌도가 모두 뛰어나다. 선수가 팀에 얼마나 많은 승리를 기여했는지 알아볼 수 있는 WAR(Wins Above Replacement Level)에서도 해밀턴은 당당히 리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록, 9월 들어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으나, 이러한 부분이 해밀턴의 MVP 선정에 있어 크게 감점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 AL 사이영상 - 사바시아에 맞서는 ‘킹’ 펠릭스
결과가 굉장히 궁금한 부문이다. 드러난 성적만 보면, 20승 가능성이 높은 C.C. 사바시아(뉴욕 양키스)가 사이영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 사바시아는 5월에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내 본연의 페이스를 되찾았다. 시즌 중 9연승을 달렸으며, 홈 16연승은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팀 내 선발진이 위태로웠던 순간에도 그는 제 몫을 해주며 팀을 이끌어나갔다. 모든 면에서 사바시아의 성적(19승 6패 3.03)은 사이영상 수상자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사바시아의 두 번째 사이영상 수상에 있어 유일한 변수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다. 현재 리그 방어율(2.39)와 탈삼진(214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에르난데스는 승수(11승 11패)만 부족할 뿐, 다른 지표는 사이영상 수상자로서 손색이 없다. 만약, 사이영상 수상 기준을 지난해처럼 투수 본인의 능력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사바시아보다 사이영상에 적합한 쪽은 에르난데스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는 투수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살펴보는 지수를 제공한다. 사바시아가 9.41로 리그 최고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에르난데스는 -7.31로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에르난데스는 SNW지수(Support-Neutral Wins)에서도 우위를 점하고있다. 이 지수는 두 선수가 리그 평균의 득점 지원과 불펜 도움을 받았다고 가정한다. 이 계산대로 두 선수의 승패를 변환하면 사바시아는 17.2승 12.8패, 에르난데스는 19.5승 11.5패가 된다. 즉, 구체적인 통계에서 승수를 따지면 에르난데스가 전혀 뒤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투수 개인의 능력이 많이 반영되는 각종 지표에서도 에르난데스는 사바시아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사바시아가 훌륭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그 누구도 이견을 내놓을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사바시아가 단연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해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잭 그레인키(캔자스시티 로열스)도 승수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에르난데스의 사이영상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번 AL 사이영상은 수상 기준의 변화가 정착되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AL 올해의 신인 - 펠리스와 잭슨의 2강 구도
올해의 신인 후보로는 텍사스의 마무리로 자리 잡은 네프탈리 펠리스(3승 3패 36세이브 3.05)와 디트로이트의 외야수 오스틴 잭슨(94득점 22도루 .305)이 물망에 올라있다. 전반기만 하더라도 올해의 신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선수가 한 명 더 있었다. 잭슨의 동료인 브래넌 보시(14홈런 63타점 .262)는 깜짝 활약을 보이며 의외의 결과를 연출하는 듯 했다. 그러나 보시는 후반기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경쟁에서 한참 물러난 상태다. 10승을 돌파한 탬파베이의 웨이드 데이비스(12승 9패 4.24)도 펠리스와 잭슨에 비해 수상 거리에서 멀어 보인다.
현재 펠리스는 리그 3위에 해당되는 36세이브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1세이브만 더 추가하면, 일본 출신의 메이저리거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가 신인 시절에 세운 최고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그 해, 사사키는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매 경기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펠리스는 성공적인 마무리 첫 해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팀의 뒷문을 지켜주는 일은 베테랑 선수도 힘들어하는 임무다. 펠리스가 거둔 성적은 대단한 압박감을 이겨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함을 지닌다.
21세기 들어 AL에서 마무리 투수가 신인왕을 수상한 것은 3차례(사사키 가즈히로, 휴스턴 스트릿, 앤드류 베일리), 만약 펠리스가 올해의 수상자가 된다면 최근 10명의 수상자 중 4명이 마무리 투수가 된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지구 1위 팀의 마무리 투수는 펠리스밖에 없다.

잭슨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펠리스가 이미 작년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했다면, 잭슨은 올해가 순수한 데뷔 첫 시즌이다. 그럼에도 팀 내에서 카브레라 다음으로 많은 출장 경기수(134경기)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초부터 꾸준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점은 잭슨에게 큰 플러스 요인이 된다. 덧붙여, 잭슨은 리그 정상급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중견수이기도 하다.
잭슨의 시즌 최종 성적은 3할대 타율과 100개 이상의 득점, 그리고 25도루 정도로 예상된다. 1960년 이후 최근 50년 동안 3할, 100득점, 2루타 30개, 25도루를 동시에 돌파한 신인은 2001년의 이치로(127득점 56도루 .350)뿐이었다. 잭슨은 그 2번째 선수가 될 전망이다.
두 선수 중 지금까지 누가 앞서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우선, 펠리스는 리그 신인 최다 세이브를 경신하고 40세이브를 돌파해야 안전지대에 접어들 수 있다. 잭슨은 파괴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에 3할대 타율과 100득점이 마지노선이다. 시즌 마지막까지 두 선수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은 또 하나의 흥밋거리로 남게 될 전망이다.
// 야구타임스 이창섭(블로그 : blog.naver.com/pbbless)
[사진=텍사스 레인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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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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