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ㅣ 손윤 기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2연패를 노리고 있는 일본 대표팀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사무라이 재팬의 리더이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리드오프인 이치로 스즈키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8년 연속 20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해왔고 2004년에는 단일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62개)을 작성하기도 한 이치로는 2월 28일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연습 경기부터 3월 5일의 중국전까지의 3경기에서 14타수 무안타라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중국전에서는 단 하나의 타구도 외야로 보내지 못하고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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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전에서 부진을 이어간 이치로  ⓒ WBC 공식 홈페이지

하라 타츠노리 감독은 "이치로가 어려움을 겪을 때 그를 도와줄 선수가 동료들 중에도 있다."고 말하면서 여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이치로 역시 최근의 부진에 대해서 "초조함이 없어진다면 야구를 그만둔다"고 말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렇다면 이치로가 갑작스런 타격 부진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난 2월 28일(세이부 라이온즈)과 3월 1일(요미우리 자이언츠), 그리고 3월 5일(중국)까지 3경기에서 보인 이치로의 타격을 분석해봤다. 이치로는 3경기에서 총 14번 타석에 들어서서 합계 54개의 볼을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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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시점에서 바라본 스트라이크 존

이치로를 상대한 투수들은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주로 바깥쪽을 공략했는데(이치로는 좌타자), 특히 바깥쪽 높은 코스와 낮은 코스를 공략 포인트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몸쪽은 거의 바깥쪽을 던지기 위한 유인구였다.

이러한 상대 투수들의 공략에 대한 이치로의 공격 성향 - 헛스윙을 포함해서 배트를 휘두른 경우 - 을 보면, 가운데에 들어오는 볼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배트가 나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공격 성향에서 특징적인 것은 한 가운데 낮은 볼에도 쉽게 배트가 따라나갔고, 바깥쪽 높은 코스 역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사실 이치로는 스트라이크만을 공략해서 안타를 만드는 스타일이 아니라, 스트라이크와 볼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배트 컨트롤로 안타를 양산하는 타입이기에 코스별 공격 성향을 통해서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가 세이부와의 연습 경기부터 무안타 행진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아사히 TV의 객원 해설로 나온 후루타 아츠야가 지적했듯이 배트가 나오는 타이밍 자체는 나쁘지는 않지만, 이치로의 전매특허인 배트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망이의 중심에 공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제1회 WBC에서 이치로는 타율 0.364에 1홈런을 포함해 0.932의 OPS를 기록하는 호조를 보였다. 이후 개막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에서도 224안타와 타율 0.322를 기록하면서, 고작(?) 206안타에 그쳤던 2005년보다 좋은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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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WBC에 출전한 여파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위의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치로는 2006년 8월에 메이저리그 진출한 이후 월별 최저 타율(0.233)을 기록하는 등 체력 저하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사실 스프링캠프가 차려지고 시범경기가 열리는 3월은 메이저리거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시간이다. 100%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시기에 무리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렸을 경우에는 후반기에 들어서 그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이치로도 그러한 컨디션 조절이 익숙한 베테랑 메이저리거다. 안타제조기라는 명성과 달리 이치로는 매년 3, 4월마다 다소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지난해에도 4월까지 그의 타율은 .252에 불과했으며, 위의 그래프를 봐도 3,4월의 통산 타율이 가장 낮다. 하지만 이러한 컨디션 조절이 익숙해지면 시즌 내내 일정 수준 이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언제나 이치로가 3할 타율을 유지하는 이유다.

어쩌면 지금 이치로의 부진은 그러한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지금의 부진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년과 다름없는 이치로다운 출발인 것이다. 어쩌면 평소답지 않게 3월에 맹타를 휘둘렀던 2006년의 WBC가 예외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컨디션 조절에 능한 이치로의 부진이 계속해서 어이질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대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경기 경험이 쌓이다 보면 결국 감각이란 살아나기 마련이다.

예선에서의 이치로는 무섭지 않을 수 있으나, 본선에서의 이치로, 그리고 준결승이나 결승전에서의 이치로는 지금고 전혀 다른 선수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치로를 넘어서지 않고는 한국의 승리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를 향한 경계와 연구는 아무리 과해도 흠이 될 수 없을 것이다.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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