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전에서 얻은 한국 대표팀의 5가지 소득
[야구타임스 | 김홍석] 제2회 WBC에 출장한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이 첫 경기를 멋진 승리로 장식했다. 난적이라 여겨졌던 대만을 맞이해 1회에만 이진영의 만루 홈런 등으로 대거 6득점하는 등 9:0으로 대승을 거둔 것이다. 콜드게임으로 끝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을 정도로 일방적인 경기였다.

투수진은 9이닝 동안 3개의 안타만 허용하면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고, 수비수들도 5개의 병살을 성공시키는 등 실책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흠잡을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승리.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이 더욱 만족스러웠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많은 것을 얻었다. 7일 오후에 벌어질 일본과의 승자전을 앞두고, 이렇게 실전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크나큰 소득이다.
▶ 100% 맞아 떨어진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
추신수가 지명타자로 출장하게 되면서 주전 좌익수로의 출장히 확정된 김현수였지만, 설마 그가 3번으로 출장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추신수가 김태균, 이대호와 더불어 동갑내기 클린업 트리오를 형성할 것이라고 봤었기 때문이다.
2루수 역시 올림픽 주전 멤버였던 고영민이, 우익수는 이종욱과 더불어 테이블세터진을 형성할 수 있는 이용규가 출장할 가능성이 커보였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철저하게 당장의 컨디션과 팀 상황에 따른 용병술을 선보였다.
고영민 대신 기동력이 뛰어난 정근우를 2루수 겸 2번 타순에 기용함으로써 발 빠른 이용규 대신 한 방이 있는 이진영을 주전 우익수 겸 7번 타자로 배치했다. 아직까지는 완전하다고 할 수 없는 추신수를 6번에 넣으면서도 타선 전체의 파워를 떨어뜨리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은 모두 성공을 거뒀다. 김현수는 2개의 안타와 볼넷 하나를 얻어내면서 믿음직스러운 3번 타자의 역할을 해냈고, 이진영과 정근우는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 이진영의 국내파 1호 홈런
지난 제1회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7경기에서 총 6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그 중 5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이승엽이, 나머지 하나는 당시 메이저리거였던 최희섭이 기록한 것이다. 즉, 순수 국내파 선수들은 단 하나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대만 전에서 터져 나온 두 개의 홈런이 큰 의미를 지닌다. 1회 이진영이 터뜨린 만루 홈런은 WBC에서 국내파 타자가 기록한 제1호 홈런이었다. 이진영에 이어 정근우까지 홈런을 쳤다는 것은 한국의 중심타자들도 얼마든지 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자신감은 앞으로 경기에서 큰 힘이 될 전망이다.
▶ 유격수 박기혁, 수비 논란을 잠재우다
9번 타자 겸 주전 유격수로 출장한 박기혁은 수비에서 그 진가를 드러냈다. 이미 두 번의 평가전에서도 안정된 수비를 선보이며 신뢰를 얻기 시작한 그는 경기 내내 좋은 스텝과 부드러운 글러브질을 선보이면서 내야 수비의 기둥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박진만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후, 박기혁의 수비력을 놓고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대만과의 경기는 그러한 우려를 한꺼번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비록 안타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좋은 타구를 때려내는 등 방망이 컨디션도 나빠보이지 않았다. 워낙에 분위기를 잘 타는 편이기에, 지금 같은 기세만 이어간다면 WBC내내 공수에 걸쳐 좋은 활약을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 ‘베테랑 포수’ 박경완의 존재가치
임태훈은 구위만 놓고 본다면 메이저리거와 맞상대를 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선수다. 직구위 스피드와 변화구의 날카로움은 단연 세계 수준이다. 문제는 제구력.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임태훈은 8회에만 2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임태훈의 피칭을 리드하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박경완이었다. 참을성 있게 직구와 변화구를 절절히 섞는 볼 배합을 고집하더니 결국 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박경완이라는 포수의 존재가치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에는 손민한과 임창용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젊은 투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렇기에 경험 많고 믿음직스러운 박경완의 존재가 더욱 믿음직스럽다.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한, 우리나라의 젊은 투수들이 맥없이 무너지는 경우는 보기 힘들 것이다.
본격적으로 국가대표 포수로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강민호가 이러한 박경완의 장점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흡수할 수만 있다면, 그 또한 하나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8회 변화구를 중심으로 한 박경완의 리드가 빛났다면, 직구를 중심으로 한 강민호의 9회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 완벽한 계투작전, 그리고 전력 보존
류현진과 봉중근이 각각 3이닝씩 책임졌고, 이승호와 임태훈이 1이닝과 2이닝을 막아내며 팀의 완봉승을 완성했다. 7회말 박기혁의 잘 맞은 타구가 외야수의 글러브에 들어가지만 않았으면 임태훈을 아낄 수도 있었겠지만, 4명의 투수로 경기를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50구 이상을 던지면 4일 이상을 쉬어야만 한다는 규정이 있기에 류현진(43구)을 조기에 내린 것은 매우 적절한 판단이었다. 만약 승자전에서 일본에 패한다 하더라도, 또 한 장의 진출권이 걸린 8일의 최종진출전에 선발로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승자전에서 승리한다면 하루 뒤인 9일의 1,2위 결정전에 출격할 수도 있다.
30구 이상 던진 투수는 반드시 하루 이상을 쉬어야만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고작 23개로 3이닝을 마무리한 봉중근은 여차하면 일본과의 경기에도 출장이 가능하다. 굳이 봉중근이 나서지 않더라도 한국 대표팀에는 선발로 나설 김광현을 비롯해 장원삼이라는 또 한 명의 좌완 투수가 버티고 있다. 임창용, 오승환, 정대현 등의 핵심 불펜 요원들은 단 한 명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일본과의 경기에서 총력전을 벌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 대표팀은 대만과의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대만보다도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중국을 상대로 고전한 일본 정도는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상대적인 자신감’을 얻었고, 총력전을 벌여도 될 만큼의 전력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실리’도 챙겼다.
이제 남은 것은 일본을 격파하고 최초로 8강 진출에 성공하는 팀이 되는 것뿐. 진출권과 더불어 ‘아시아 최강’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는 일본과의 승자전은 7일 오후 7시에 그 시작을 알린다. 한국 대표팀의 멋진 승리를 기원한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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