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ㅣ 손윤 기자]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서 또 한 번의 신화 창조를 기대한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에게 2 : 14로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4회 이대호의 에러로 2루 주자인 스즈키 이치로가 홈을 밟으면서 2 : 9가 될 때에는 더 이상 경기를 보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경기를 되돌아보면, 1회초에 2사 1, 2루에서 우치카와 세이이치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한 것이 너무나도 뼈아팠다. 1회말 반격에서 김태균의 대형 홈런으로 2점을 추격했지만, 우전 안타를 친 김현수가 2루에서 횡사한 것도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2회에 나온 무라타 슈이치의 3점 홈런은 가슴을 후벼 파는 비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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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에 쇄기를 박는 3점 홈런을 친 무라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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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연습경기를 포함해서 16타수 연속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던 이치로는 3안타를 몰아치면서 사무라이 재팬의 리더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와 함께 테이블 세터진을 이룬 나카지마 히로유키도 3안타 1볼넷 1실책으로 100% 출루에 성공했다. 무라타 슈이치는 승부에 쇄기를 박는 3점 홈런을 기록했고, 조지마 켄지는 대승을 자축하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압승을 거두면서 2차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하라 타츠노리 감독은 "토쿄에서 2승을 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한 명 한 명이 전력을 다해서 경기를 한 결과다."는 소감을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2연승을 거두는 등 최근 국제대회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던 한국이 일본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기록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13과 ⅓이닝을 던지면서 평균 자책 1.35를 기록하는 등 '일본 킬러'인 김광현을 포함해 한국 대표팀에 대한 전력 분석이 철두철미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김광현은 1과 ⅓이닝 동안에 1피홈런을 포함한 7피안타 2볼넷으로 8실점했다. 13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투구수는 무려 57개를 기록했다. 김광현이 좌우타자를 상대로 던진 코스와 그에 따른 일본 타자들의 공격 성향 - 헛스윙을 포함해서 배트를 휘두른 경우 - 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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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존은 포수 시점임.       

위의 데이터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 타자들은 김광현을 상대로 철저하게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에만 손을 댔다. 처음부터 김광현의 직구보다는 슬라이더에 초점을 맞춰서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

또한 5회 1사 2, 3루에서 아오키 노리치카의 중견수 플라이에 3루 주자만이 아니라 2루 주자인 나카지마 히로유키까지도 태그업에 성공했음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나카지마가 2008년에 25도루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이종욱의 어깨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플레이였다.

결국 일본이 한국의 마운드를 상대로 장단 14안타로 13득점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세밀한 분석과 함께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완벽하게 연구했다고 해도 선수들이 그것을 따라주지 못한다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될 뿐이다.

한국 대표팀이 충격적인 콜드 게임 패배를 당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늘 지적되는 것처럼 2008년 현재 한국의 고교 야구팀이 53개인 것에 비해 일본은 4,163개교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전국에 야구를 할 수 있는 그라운드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한국에서 야구는 축구와 함께 최고 인기 스포츠의 자리를 다투고 있지만, 야구 시설은 전국을 다 합쳐도 40개가 되지 않는다. 일본은 토쿄만 해도 다른 시설을 제외하고 도립 공원 내에만 50개 이상의 야구 필드를 가지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열악한 인프라를 가진 나라가 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땄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적이 매번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로또에 매주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결국 무기력한 콜드 게임 패배에 화가 나고 한심스럽겠지만, 누구를 탓할 필요도 변명할 필요도 없다. 2 : 14라는 스코어야말로 한국 야구의 현주소이고, 그러한 열악한 인프라가 바로 수모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이번을 계기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체육 공원과 함께 야구 필드가 증설되어야만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수모를 겪지 않게 될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콩을 심어 놓고서는 팥이 안 나온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국 야구의 열악한 인프라가 해결되지 않는 한 콜드 게임 패배는 언제든지 재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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