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콜드게임 패배의 충격은 다행히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6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윤석민의 눈부신 피칭과 한 수 아래의 투수들을 상대로 폭발한 타선은 중국을 14:0 7회 콜드게임 승으로 손쉽게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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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까지 20명의 타자를 맞아 단 69개의 공으로 요리한 윤석민의 집중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타선이 그 정도로 많은 점수를 뽑아주면 다소 마음이 흐트러질 수도 있건만, 윤석민은 51구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빼어난 제구력을 과시하며 중국 타자들을 맘껏 요리했다. 탈삼진은 4개.

만을 이기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었던 중국의 투수들은, 전날의 대패로 인해 굶주려 있던 한국 타자들을 막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사사구만 무려 10개를 허용하며 자멸했고, 거기에 이범호의 홈런을 포함해 10개의 안타를 때려낸 한국은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결코 약한 타선이 아님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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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포로 한국의 승리를 이끈 이범호 ⓒworldbaseballclassic.com


중국과의 경기를 손쉽게 승리하면서 한국은 2라운드 진출 티켓을 확보했다. 이제 남은 것은 9일 저녁에 펼쳐질 일본과의 리턴 매치다. 이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 예선 A조의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하게 되고 진 팀은 2위가 된다.

번째 대결에서 당한 콜드패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터라, 승리에 대한 열망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지금은 중국전의 승리와 2라운드 진출권을 확보했다는 기쁨은 잠시 뒤로한 채, 설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일본전을 준비할 때다.


▶ 선발투수 봉중근

승자전에서 김광현의 패기를 앞세웠던 한국 대표팀은 다시 만난 일본을 상대로 봉중근이라는 또 다른 좌완 투수를 출격시킬 예정이다. 6일에 있었던 대만전에서 등판해 3이닝을 던졌지만, 겨우 23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요리했던 터라 체력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다.

중근은 김광현, 류현진과 더불어 한국이 자랑하는 좌완 선발 3인방 가운데 한 명이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경험을 가진 투수다. 바로 이 메이저리그에서의 경험이 일본전을 준비하는 그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큰 재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은 이치로를 비롯한 조지마, 후쿠도메, 이와무라 등의 4명의 메이저리거가 국내파와 더불어 타선의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경기에서 김광현이 힘없이 무너졌던 것도 이치로를 잡는데 실패했었던 것이 그 원인이었음을 감안하면 봉중근을 출격시키기로 한 김인식 감독의 선택은 탁월하다 할 수 있다.

중근을 등판시킴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점은 이치로를 비롯한 상대 발 빠른 주자들의 플레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장원삼을 상대로도 과감한 도루를 성공시킨 이치로의 주루 플레이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지만, 상대가 봉중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미 대만 전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봉중근의 견제 플레이는 천하일품이다.

중근이 4회까지 2점 정도로만 일본 타선을 막아줄 수 있다면, 대표팀과 국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설욕’이 허황된 꿈만은 아닐 것이다.


▶ 타자들, 중국전의 대량득점은 잊어라

대만에게 9점을 뽑아낸 대표팀 타선은 일본을 상대로 김태균의 홈런으로 인한 2점 외에는 더 이상의 점수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중국을 상대로 14점을 뽑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타격감이 살아났다’며 기뻐해서는 곤란하다. 중국과 일본의 투수진은 차원이 다르다.

본은 선발로 예고한 지난해 사와무라상 수상자 이와쿠마 히사시 외에 중국전에 등판했던 다르비슈 유도 등판이 가능하다. 일본 대표팀의 하라 감독은 하루의 휴식만 취하면 또 다시 등판할 수 있도록 다르비슈의 투구수를 50구 이하로 제한했고, 그것은 결국 순위결정전을 위한 포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만전의 9점도, 중국전에서의 14점도 잊어버리는 것이 좋다. 타격은 물론 투수력에서도 막강한 전력을 갖춘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공을 끝까지 보고 끈질긴 승부를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국전에서의 호쾌한 스윙만 기억하고 있다가는 승자전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지 말란 법도 없다.


지금 한국 대표팀에는 발 빠른 타자들과 더불어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야구가 아니라 상대 투수를 괴롭히면서 치밀하게 공격해 들어가는 야구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러한 자세가 요구된다.

볼과 스몰볼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 야구인가를 놓고 종종 논쟁이 벌이지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좋은 것은 이 두 가지의 조화다. 이치로의 빠른 발과 무라타의 홈런이 어우러진 일본처럼 말이다. 한국도 얼마든지 그러한 야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면 된다.


▶ 정대현-오승환-임창용

3경기 모두가 너무나도 큰 점수 차가 났기 때문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 대표팀의 핵심 불펜요원들은 모두 싱싱한 상태다. 이들을 풀가동할 수 있는 9일 경기에서는 승자전에서 처럼 대량의 점수를 허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전에서 컨디션 점검차 등판한 정대현은 공 8개로 두 타자를 잡아냈고, 임창용도 2구만에 한 타자를 가볍게 요리했다. 여기에 오승환과 정현욱 등이 더해지는 대표팀의 허리와 마무리는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하다. 여차하면 손민한과 류현진까지 내세울 수 있다.

본전 승리의 열쇠는 바로 이 불펜요원들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선 2라운드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표팀의 불펜요원들을 풀가동하며 시험 운행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잘 먹혀들어간다면 승리가 동반됨은 물론이다.


▶ 야구는 가위바위보가 아니다

지난 올림픽에 비해 일본은 5명의 메이저리거가 가세함으로써 확실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반대로 한국은 최후의 순간에도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이승엽이 자리를 비웠다. 거기에 불합리한 일정까지 일본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한국은 승자전에서 일본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국 투수진은 한국 타자들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1차전에서 일본은 그러한 중국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승자전에서는 한국 투수들을 상대로 무려 14점이나 뽑아낸 일본 타자들이 말이다.

로 이것이 야구라는 스포츠다. 단순한 ‘가위바위보’의 논리는 결코 적용되지 않는 야구는 모든 프로 스포츠 가운데서 가장 의외성이 큰 종목이다. 전반적인 야구 인프라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으며,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앞선다고 보기 힘들지만 단판 승부라면 한국이 얼마든지 일본을 꺾으며 예상 밖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국은 2라운드 진출 티켓을 따내면서 일본과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어차피 2라운드 1차전의 상대가 어느 나라인지도 알 지 못하는 상황에서, 순위 결정전에 굳이 목 매달 이유도 없다.

나치게 흥분할 필요도, 필요이상으로 겁먹을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그냥 담담하게 일본을 상대로 한 판 승부를 벌이면 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그리고 그 속에는 승리를 향한 투지를 불태우면서 말이다.

번의 순위 결정전은 승패 자체보다는 경기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 설령 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플레이로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최선을 다한 시합의 결과가 승리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꿀보다 더 달고 그 어떤 영화보다도 짜릿할 것이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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