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언제쯤 암흑기에서 벗어날까?
[야구타임스 | 신희진] 한화가 이범호마저 놓치면서 팀의 미래는 더욱 어둡게 됐다. 이미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한화는 넥센이 주축 선수를 계속해서 팔아 넘기고 있음에도 다음 시즌의 유력한 최하위 후보로 모든 전문가들에게 손꼽히고 있다.
한때 한화의 중심타자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했던 송광민은 어처구니없는 행정으로 시즌 중 입대를 했고, 지난 3년 동안 평균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김태완마저 작년 시즌을 마치고 군입대를 결정해 한화의 전력은 더욱 약화됐다. 과연 한화가 올 시즌에는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롯데보다 암흑기가 더 길어지나
현재 한화의 현실을 보면, 2001년 꼴찌로 처진 것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른 롯데의 발자취를 떠올리게 한다. 롯데는 2001년에는 .457라는 꼴찌 치고는 괜찮은 승률을 기록했지만, 다음 시즌 .265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승률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도 .300의 승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꼴찌에 머물렀다. 2004년에 드디어 4할 승률로 복귀했지만 꼴찌 탈출에는 실패했고, 2005년이 되어서야 .463의 승률로 4위에 크게 뒤쳐진 5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하지만 이듬해 다시 성적이 급전직하하며 꼴찌에 근접한 7위를 연속 두 시즌 기록하게 됐다. 롯데의 암흑기는 끝날 줄 몰랐고, 2000년을 마지막으로 다시 5할의 승률로 복귀하는 데에는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꼴찌로 추락한 이후 롯데가 기록한 순위는 ‘8888577’로, 지금도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롯데의 비밀번호’라는 자조적인 웃음소재로 쓰이고 있다.
한화의 사정은 이 당시 롯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인식 감독 체제 하에 5년간 네 차례나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뒀고, 세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며, 2006년에는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우승패권을 다투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부터 팀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전년도 .508의 승률을 기록했던 한화는 그동안 팀의 마운드를 이끌던 송진우, 구대성, 문동환, 정민철 등의 노장 투수들이 쇠퇴기를 맞이하자 류현진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승률이 .346로 추락하게 됐다.
든든한 노장들이 버티고 있었을 때, 쓸만한 젊은 투수를 류현진 말고는 키워내지 못한 것이 결국 한화가 꼴찌로 추락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김인식 감독 체제하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는 했지만, 경험이 일천한 유망주보다는 노장선수를 선호하는 김인식 감독의 성향이 시간이 지나 독으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물론, 유원상과 김혁민, 윤규진, 양훈과 같은 투수들이 기회를 받긴 했지만, 이들은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한화에서 5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유원상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 한화 투수진이 류현진 원맨팀으로 남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유원상은 프로 입단 5년차인 작년에야 비로소 규정이닝을 넘겼지만, 평균자책은 5.50에 불과했고, 이것은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나쁜 기록이었다. 유원상과 같은 해에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한 김혁민은 더욱 심각해 2009년에는 7.87, 작년에는 6.92라는 최악의 성적표만을 보이고 있다.
▲ 전력 유출은 계속 되고…
한화 구단은 지난 시즌 한대화 감독을 선임하며 야심차게 리빌딩을 시작했다. 하지만 팀은 강해질 줄 모르고 전력 약화만을 반복하게 됐다. 한대화 감독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팀 타선의 주축인 김태균과 이범호는 팀을 떠나 일본으로 진출했고, 그에 따라 투수력보다 타력이 더 엉망진창인 팀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에 타력 보강을 위해 조범현 감독과 불화를 보인 검증된 3할 타자 장성호를 영입했지만, 그 역시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팀 공격력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최진행이 홈런 2위까지 오르는 등 리빌딩 성과를 보이긴 했지만, 최진행이 소득의 전부라고 할 정도로 한화가 밝은 미래를 느낀 부분은 거의 없었다. 유원상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 뿐이었고, 신인 안승민이 잠시 희망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은 리그 평균 이하의 투수일 뿐이다. 두산에서 방출된 후 한화에 입단한 정원석이 3할을 치고, 박정진이 마무리로 뛰며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들 둘은 모두 30대 중반을 넘어선 베테랑 선수들이다.
김태완은 입대했고, 일본에서 정착하지 못한 이범호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그 희망도 KIA가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당장 다가오는 시즌 한화의 클린업은 최진행을 제외하면 김강과 정원석이라는 타팀 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선수들로만 구성될 처지에 놓였다.
한화는 당장 올 시즌 이후에도 전력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양훈과 윤규진은 올 시즌에도 뚜렷한 성적 향상이 없으면 군 문제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입대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시간이 남아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2012년 시즌이 끝나면 류현진에게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해외진출 자격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FA자격을 취득하고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류현진과 같은 대투수를 해외구단에서 FA가 될 때까지 가만히 두고 볼 가능성은 낮다.
▲ 그래도 희망은 있다
김태완이 전력에서 이탈하고 이범호마저 KIA에 빼앗기면서 한화의 전력은 더욱 약해졌지만, 그래도 절망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한화에는 엄연히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데폴라는 지난해 4.58이라는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성실함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해 현재 몸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새로 영입한 오넬리 페레즈도 기대에 부응한다면 한화의 고질적인 문제인 투수력을 강하게 할 자원이다.
야수 쪽에도 보강되는 전력이 있다. 고동진과 한상훈이 병역의무를 끝내고 팀에 합류한다. 고동진은 2004년에 .317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많은 야구팬의 주목을 끈 바 있고, 한상훈은 수비능력 하나만큼은 정평이 나있다. 지난해 3할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2루수 자리에서 수비불안을 노출한 정원석이 홀가분하게 3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할 수 있는 것도 한상훈이 돌아온 덕분이다.
물론, 그들이 돌아와도 팀 전력을 갑자기 끌어올리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한화가 탈꼴찌에 성공하며 리빌딩의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올해 최고의 신인’이라고 평가받는 유창식의 활약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하며, 유원상, 김혁민, 안승민, 장민제, 양훈, 윤규진과 같은 젊은 투수들이 확실한 성장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타선이다. 한화는 최진행이 지키고 있는 외야의 한 자리를 제외하면 모든 포지션이 리빌딩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루수 자리를 새로 맡을 김강은 어린 나이에 팀의 중심타선과 1루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야 하고, 외야의 남은 두 자리는 고동진, 김경언, 강동우, 추승우 등 그 누가 주전이 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백지 상태나 다름없다.
▲ 롯데가 될 것인가, KIA가 될 것인가?
가장 최근 암흑기를 겪다가 빠져 나온 팀이라면 KIA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거즈는 과거에 리그를 주름잡는 강팀이었지만 해태의 자금난으로 인해 서재응, 최희섭, 김병현 같은 유망한 자원들을 입단시키지 못해 암흑기에 접어들었고, 김응룡 감독이 삼성으로 떠나고 김성한 감독이 해임된 이래 지도력 부재로 인해 2005년 꼴찌로 추락하며 어두운 터널로 들어섰다.
2006년에는 한기주를 혹사시킨 덕에 4강에 진입하긴 했지만, 이듬해 재차 꼴찌로 추락하며 명가재현에 실패했고, 조범현 감독이 부임하고 2년째에 접어들어서야 3년 만에 5할 승률에 복귀하고 무려 12년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8년의 세월 끝에 암흑기에 탈출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암흑기를 탈출한 것이다.
투자하지 않으면 성공도 어렵다. KIA는 외국인 투수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서재응과 최희섭의 국내 복귀에도 역시 적지 않은 금액을 소요했다. 그 결과가 우승으로 나타났고, 올 시즌도 이범호를 영입하며 다시 한 번 우승 후보로 손꼽히게 됐다. 반면, 한화의 최근 행보는 팬들에게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다. 이범호를 놓친 것이 대표적이고 외부 FA 영입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무언가 투자 하지 않으면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없다. 롯데가 암흑기를 탈출한 것은 로이스터 감독의 지도력과 기존 선수들의 활약 덕분도 있지만,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외부 FA 영입을 꾸준히 시도하여 홍성흔이라는 성공작을 배출해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한화 역시 이 같은 선례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글스를 지지해주는 팬들이 있을 때, 그리고 류현진이 아직 건강하게 마운드를 지켜주고 있을 때, 한화는 우승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 암흑기 탈출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야구타임스 신희진[사진=유원상, 김강, 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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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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