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몇 시간 후인 오늘(9일) 오후 6시 30분이면 일본과 한국의 예선 A조 순위결정전이 펼쳐진다.

이미 두 나라 모두 2라운드 진출권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한-일 양국 간의 자존심 대결이라는 점 때문에 경기는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한국은 이틀 전의 대결에서 다소 부끄러운 12점 차의 콜드 패를 당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러한 자존심을 제쳐놓고 본다면 과연 이 경기는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까?


▶ ‘실리’가 아닌 ‘흥행’과 ‘수익’을 위한 순위결정전

사실 예선 제6경기에 해당하는 조 1,2위를 가리는 순위결정전은 순전히 ‘흥행’과 ‘수익’ 때문에 열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 대진이라면 승자전에서 이긴 일본이 조1위, 최종진출전에서 승리한 한국이 2위가 되는 것이 옳다.

하지만 그렇게 끝냈을 경우, 풀리그 방식(6경기)에 비해 한 경기가 줄어들게 되고 그것은 수익 저하로 이어진다. WBC를 주최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는 그것을 막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예선을 통과할 정도로 강하고 인기 있는 두 팀의 대결은 ‘흥행’면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빅 카드다. A조에는 일본과 한국, B조에는 쿠바와 멕시코, C조에는 미국과 캐나다, D조에는 도미니카 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라는 지역 라이벌 국가들을 배치시켜 놓은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이 2번 이상의 맞대결을 펼치게 되면, 일반적인 풀리그 방식보다 흥행과 수익 면에서 월등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겨도 본선 대결에서 패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데서, 이번 순위결정전의 승패는 ‘자기만족’외의 큰 의미는 없다. 물론 한국으로서는 갚아줘야 할 빚이 있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일 수밖에 없지만,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실리’는 그리 많지 않는 말이다.

그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최측에서는 일부러 라운드별 우승 상금(1라운드 30만 달러, 2라운드 40만 달러)을 따로 걸었지만, 거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는 그 의미가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다.


▶ 쿠바와 멕시코가 한국과 일본을 놓고 상대를 결정한다?

게다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이번 WBC의 일정은 또 한 가지의 맹점을 지니고 있다. 일정에 따라서 늦게 경기를 치르는 조의 팀들이 본선 첫 경기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 일본과 함께 본선 2라운드의 1조에 배치될 예선 B조의 경기는 A조의 경기가 끝나는 9일 오전부터 비로소 시작됐다. A조는 9일로 일정이 마무리 되지만, B조의 순위 결정전은 한국 시간으로 13일에 열린다.

아마도 그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큰 쿠바와 멕시코는 자존심 대결보다는 실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을 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뜻이다.

만약 한국이 일본을 제압하고 조 1위를 차지한다면, 쿠바와 멕시코는 B조 순위결정전에서 굳이 승리에 목매달지 않을 수도 있다. 아마도 그렇게 되었을 경우, 그들 나라의 언론까지도 ‘패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식으로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반대로 일본이 이겼을 경우는 승리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일 수도 있다.

‘더블 일리미네이션’에서 첫 경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면, 이후에 최소한 두 경기를 보장받게 되고 거기서 한 번만 이기면 다음 라운드 진출권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첫 경기에서 지면 반드시 2연승을 해야만 진출권을 따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팀을 선택하기 위한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애당초 일본-중국 전과 한국-대만 전이 하루의 시간 차이를 두고 치러지는 등 많은 불합리한 진행을 일삼고 있는 이번 WBC의 일정에는 또다시 이러한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숨어 있다.

한국이 순위결정전에서 일본을 꺾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지기라도 한다면 패배의 쓴 맛과 더불어 본선에서 만날 팀에게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또 다른 손실이 뒤따르게 된다.

굳이 이번 경기에서 총력을 투입해서까지 1위를 노려야만 하는 것일까. 별다른 실리도 없고 의미도 찾기 어려운 이번 순위결정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부상 당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마치기만을 바랄 뿐이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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