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및 특집
2009/03/09 13:37
‘우승후보’ 미국, 압도적 화력으로 베네수엘라 제압하고 본선 진출 확정
도미니카 공화국은 주축 타자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대회 시작 전의 예상되었던 위용을 잃어버렸고, 푸에르토리코도 좋은 전력을 구축하고 있으나 위의 두 팀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그런 두 나라가 한국시간으로 9일 오전 C조 승자전에서 격돌했다. 전날 캐나다를 6:5로 힘겹게 제압한 미국과 이탈리아를 7:0으로 셧아웃시킨 베네수엘라의 경기는 대회 전부터 예선 최고의 빅 경기로 손꼽히며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이들 두 팀의 대결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던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 일방적으로 승부가 갈리고 말았다. 불을 뿜기 시작한 미국 대표팀의 타선을 베네수엘라의 투수진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이 15:6의 큰 점수차로 압승을 거뒀다.

베네수엘라의 선발 아만도 갈라라가(08시즌 13승 7패 3.73)는 4회까지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하면서, 4회를 채우지 못하고 3실점하며 물러난 미국 선발 로이 오스왈트(17승 10패 3.54)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갈라라가의 뒤를 이을 투수가 없었다는 점이 베네수엘라의 문제였다.
전날 이탈리아 전에서 결과적으로는 7:0의 무난한 승리를 거뒀으나, 4회까지 0:0의 팽팽한 상황이 이어지는 바람에 에이스인 펠릭스 에르난데스(4이닝 무실점 승리)까지 투입해야 했던 베네수엘라는 애당초 미국을 상대로 내놓을 만한 투수가 부족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에르난데스만 등판이 가능했더라면 미국을 침몰시키며 기분 좋게 2라운드 진출 티켓을 확보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비교적 수준이 낮은 베네수엘라의 구원투수진은 미국 대표팀의 화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미국 타선의 집중력은 2:3으로 뒤지고 있던 6회에 빛을 발했다. 선두타자 케빈 유킬리스가 낫아웃으로 1루에 진출한 후 3안타 3볼넷을 묶어 대거 6득점, 타자일순 하여 다시금 타석에 들어선 유킬리스가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그 대미를 장식했다.
스코어가 단숨에 10:3으로 벌어지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고, 미국은 이후에도 아담 던이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고 라이언 브론까지 9회 솔로 홈런을 추가하면서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유킬리스와 던 외에도 데이빗 라이트(3안타 2득점), 마크 데로사(1안타 4타점) 등이 맹활약해준 덕분이었다.
베네수엘라도 2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카를로스 기옌 등이 분전했으나, 팀의 4,5번인 미겔 카브레라(5타수 무안타)와 매글리오 오도네즈(4타수 무안타)가 나란히 침묵하는 바람에 추격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미국은 2라운드 진출 티켓을 확보하며 느긋하게 이틀의 휴식을 취한 후 순위 결정전을 대비할 수 있게 되었고, 베네수엘라는 패자부활전(10일 오전 7:30)에서 승리한 팀과 마지막 티켓 한 장을 놓고 11일에 격돌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패자전에서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올라올 것으로 예상되는 캐나다는 미국과 치열한 접전 끝에 5:6으로 패했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한 강팀이다. 모든 전력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투수력에서 다소 앞서는 베네수엘라의 근소한 우위를 점칠 수 있겠지만, 당장 눈앞의 펼쳐진 상황은 정반대다.
베네수엘라는 이탈리아 전에서 선발 등판한 카를로스 실바를 비롯하여 펠릭스 에르난데스, 아만도 갈라라가 등의 믿음직한 선발 투수 세 명이 모두 50구 이상을 투구하여 예선에서는 더 이상 등판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들 없이는 딱히 캐나다보다 투수력에서 앞선다고 하기도 힘든 형편이라 베네수엘라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어쩌면 에르난데스를 이탈리아 전에서 소모한 시점에서, 미국과의 승자전은 버리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패할 가능성이 높은 승자전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캐나다와의 시합에서 갈라라가를 내세웠다면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더욱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모험을 감행했고,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예선 탈락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러셀 마틴이라는 올스타 포수와 저스틴 모노, 제이슨 베이, 조이 보토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30홈런 100타점이 가능한 세 명의 강타자를 보유한 캐나다 대표팀은 결코 만만치 않다. 비록 주축 선발 투수로 활약할 선수들이 모두 불참하는 바람에 미국에 패했을 뿐, 8강 진출 팀으로써 손색이 없는 강팀인 것이다.
그러한 점은 베네수엘라도 마찬가지다. 대회 시작 전에는 출장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요한 산타나와 카를로스 잠브라노의 존재 때문에 투수력이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 구성된 베네수엘라 대표팀은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빛나는 미겔 카브레라를 중심으로 한 타선이 더욱 돋보이는 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C조 마지막 티켓 한 장의 주인공을 가릴 11일의 최종진출전은 치열한 타격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덕분에 미국은 다소 느긋한 입장에서 순위결정전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어느 팀이 올라오건 간에 총력을 투입한 후의 만신창이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회 대회에서 4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하면서 톡톡히 망신을 당한 미국이지만, 적어도 제2회 WBC에서는 현재까지 순항 중이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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