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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31 12:00
투수를 힘 빠지게 만드는 ‘끈질긴’ 그들
[야구타임스 | 신희진] 투수들은 어떤 유형의 타자를 가장 싫어할까? 뛰어난 힘을 바탕으로 담장 밖으로 타구를 날려 보낼 수 있는 파워히터? 루상에 출루해서 수 차례 도루를 성공시키며 신경을 긁는 타자? 그런 타자들도 싫겠지만, 아마 투수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타자는 타석에서 참을성 있게 끊임없이 투구를 커트해내며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타자일 것이다. 이처럼 타석에서 ‘방망이를 깎으며’ 투수의 힘을 쏙 빼놓는 타자는 누구 있을까?
▲ 타석 당 투구수로 알아보는 투수 괴롭히는 타자
전체 일정의 3분의 1쯤 진행된 현재, 타석에서 들어서서 투수로 하여금 가장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타자는 삼성의 주전 2루수 신명철이다. 신명철은 올해 .225의 타율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타석에서는 투수들에게 가장 많은 공(평균 4.46개)을 던지게 하고 있다. 그 때문에 타율은 낮지만 출루율은 .323로 최악의 수준은 벗어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많은 투구를 유도한다고 신명철을 귀찮게 여기는 투수는 별로 없을 것이다. 신명철은 배트를 휘둘렀을 때 공을 맞추는 확률[(파울+타격)/(파울+타격+헛스윙)]이 79%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규정타석을 충족한 타자들 가운데 11번째로 나쁜 것이다.

규정타석의 70%로 기준을 잡으면 신명철보다 더 많은 공을 던지게 하고 타율도 높은 타자가 한명 있다. 한화의 ‘스나이퍼’ 장성호는 투수들로 하여금 타석당 평균 4.56개의 공을 던지게 만들고 있다. 장성호가 신명철보다 더 뛰어난 부분은 장성호는 3할대 타율과 4할5푼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밖에 타석당 투구수가 4.3개 이상인 타자들은 많이 있다. LG 정성훈이 신명철과 큰 차이 없는 4.46개의 타석당 투구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박한이, 이용규, 최형우, 이범호, 박경수, 박석민, 최준석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대부분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타자들이지만, 박한이(타율 .217)와 박경수(.230)는 타석당 투구수만 많을 뿐 결과적으로 안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실속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타석당 투구수가 가장 적은 타자는 누가 있을까? 이들은 투수들의 투구수를 아껴줌으로써 투수가 좀 더 오랫동안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규정타석의 70% 이상을 소화한 타자 가운데 타석당 투구수가 가장 적은 선수는 예상 외로 정근우(3.42개)다. 정근우 다음으로는 안치홍, 이여상, 신종길, 조인성, 이병규 등이 위치해있다. 대부분 기다리기 보단 때려내는 걸 더 좋아하는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헛스윙 확률로 알아보는 투수 괴롭히는 타자
타석 당 투구수만 가지고는 투수를 괴롭히는 타자를 골라내기 어렵다. 신명철, 박한이, 박경수 등은 타석에 들어서서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하지만, 정작 투수의 어깨가 내려갈 때는 헛스윙 없이 볼을 골라내 안타를 만들어 내거나 파울을 만들어내는 경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체 스트라이크에서 헛스윙이 가장 적은 타자들은 누가 있을까?
기록을 보면, 이용규, 김선빈, 김원섭 KIA의 테이블세터 삼총사가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당한 스트라이크 가운데 헛스윙 스트라이크는 불과 3%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용규가 3.0%로 가장 낮고, 김선빈 3.4%, 김원섭 3.5%로 그 뒤를 나란히 따르고 있다. 이용규와 김원섭은 아직 규정타석을 충족하고 있지 않지만 각각 규정타석의 96%와 94%를 소화하고 있어, 조만간 타율과 출루율 부문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10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김민우(6.5%)가 4위, 그 뒤로 강동우(7.1%), 정근우(7.4%), 정의윤(7.5%), 김동주(7.5%), 임훈(7.7%), 조동화(7.9%) 등이 위치해 있다. 김동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짧은 스윙을 하는 선수들이며 팀에서 테이블세터진을 맡고 있다. 이 명단에서 정의윤과 조동화를 제외하면 모두들 현재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톱타자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가장 먼저 타석에 들어서서 헛스윙 없이 투수를 괴롭히고 있으니 투수들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법하다.
이와는 반대로 헛스윙이 가장 많은 타자로는 이성열(28.3%)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큰 격차를 두고 삼진 1위를 달리는 알드리지(22.3%)의 이름도 확인할 수 있다. 톱타자의 롤을 맡고 있으며 짧은 스윙을 하고 있지만, 이영욱도 21.8%의 헛스윙률로 상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뒤를 이어서 김상현, 최희섭, 최진행, 손아섭 등 크고 파워 넘치는 스윙을 보여주는 타자들이 20% 이상의 확률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초구를 치지 않으면서 투수를 괴롭히는 타자
투수를 가장 편하게 하는 상황은 초구를 건드려서 범타로 물러나는 상황이다. 하지만 초구에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는다면, 투수는 그 다음 공까지 연속해서 ‘잘’ 던져야 한다. 그렇다면 초구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타자는 누가 있을까?
여기서도 우리는 장성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장성호의 초구 스윙 확률은 9.3%에 불과하다. 이는 리그 2위인 김원섭(12.3%)보다도 크게 낮다. 장성호는 타석당 투구수가 가장 많고, 초구에 배트가 나오는 확률도 낮으며, 3할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타석당 볼넷 비율은 20.9%에 이른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 안타를 쳐내고, 스트라이크가 아닌 볼은 골라내고 있으며, 초구를 흘려 보내면서 투수가 더 많은 공을 던지게 한다. 전성기 시절의 파워는 많이 퇴색했지만, 장성호의 모습을 보면 본능적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초구를 안 치는 타자들이 모두 훌륭한 타격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타율이 낮은 박한이(15.8%)와 강정호(16.4%), 김민성(17.6%), 박경수(18.6%) 등의 이름도 상위권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반면 초구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오는 타자는 누가일까? 헛스윙 확률이 가장 높았던 두산의 이성열이 이 부문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첫 번째로 올렸다. 이성열은 48%의 확률로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이 같은 타격이 결과로 연결되지 못했지만, 5월 중순을 넘어서면서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작년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이성열 다음으로 성적이 좋지 못한 문규현(43.7%)와 홍성흔(40%)이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오는 타자들이다. 이성열과 함께 지난해 20홈런 이상을 쳐낸 양의지도 초구 공략을 즐긴다. 신종길, 조인성, 오재원, 황재균, 이영욱, 이대호 등도 초구에 좋은 공이 들어오면 서슴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선수들이다.

▲ 가장 투수를 괴롭히는 타자는 누구?
지금까지의 기록을 토대로 판단해볼 때, 공을 많이 던지게 하고 헛스윙 없이 스트라이크만 골라서 때려내야 하며, 볼은 골라내고, 초구를 흘려보내면, 투수를 괴롭히는 능력이 뛰어난 타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부분을 종합할 때, 투수를 가장 괴롭히는 타자는 이용규와 김선빈, 김원섭, 장성호, 김동주 등임을 알 수 있다. 이용규, 김선빈, 김원섭은 교타자에 발이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고, 장성호는 압도적인 선구안 능력을 자랑하며, 김동주는 파워까지 겸비했다.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 투수 니퍼트는 키 작은 이용규와 김선빈이 타석에 들어설 때 가장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들의 신장이 작아 상대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들이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리고 헛스윙이 적어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는 것도 니퍼트를 힘들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투구수가 늘어남에도 타자를 잡아내지 못할 때, 그리고 결국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시킬 때 투수들을 신체적•정신적인 피로를 느끼게 된다. 차라리 초구부터 맞아서 담장을 넘기는 타자가 투수 입장에서는 좀 더 속이 편할지도 모른다. 특히 많은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라면 이용규, 김선빈, 장성호 같은 타자들보다는 이성열, 홍성흔, 양의지처럼 장타를 맞더라도 초구부터 방망이를 내는 타자들이 좀 더 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범호가 올해 많은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KIA의 테이블세터진이 워낙 뛰어난 출루능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와 더불어 앞선 타석에 들어서는 이용규, 김선빈, 김원섭 등이 투수와 끈질긴 싸움을 펼쳐 그들을 지치게 만든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투수들과 타자들간의 신경전은 끊임없이 펼쳐질 것이다. 투수는 끈질긴 타자를 상대로 계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해야 선발 투수로 성공할 수 있다.
// 야구타임스 신희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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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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