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경민] 한국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지도 어느덧 14년째를 맞고 있다. 처음 도입되었을 당시에만 하더라도 국내 선수들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제 외국인 선수는 프로야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팀들 중 대부분은 막강한 용병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해 용병농사에 따라 팀 성적이 좌지우지 될 만큼 전력의 엄청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외국인 선수로는 타자가 많이 선호되었다. 원년 멤버인 타이론 우즈를 비롯해 삼성의 스미스와 프랑코, 롯데의 호세 등 90년대 후반 한국 무대를 주름잡았던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타자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추세가 바뀌고 있다. 같은 A급이면 기복이 있는 타자보다는 확실한 10승 투수를 뽑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하는 팀들이 많아졌다. 특히 노출된 정보가 적으면 적을수록 유리한 것이 투수이며, 타자의 경우 생소한 스트라이크 존과 국내 투수들에 대한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적응하는데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변화의 주된 요인이었다. 올 시즌도 개막 당시 총 16명의 외국인 선수 중 타자는 2명(알드리지, 가코)에 불과했고, 이들마저도 심심치 않게 퇴출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투수선호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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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대를 밟은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도 대단했다. 훌리오 프랑코는 메이저리그 타격왕 출신이며, KIA에 몸 담았던 호세 리마도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20승을 거뒀던 대단한 투수였다. 하지만 그러한 경력이 한국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당장 삼성 삼성에서 뛰고 있는 라이언 가코의 경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클리블랜드를 이끌어갈 차세대 거포로 주목 받았지만, 현재 국내 무대에서의 성적은 초라하지 그지 없다.

성공이 보장된 듯 보였던 이름난 용병들이 한국에서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오로지 야구만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선수들이지만, 스포츠에는 다분히 심리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며, 이로 인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을 처음 나가본 사람은 누구나 언어나 음식의 문제로 인해 곤란한 지경에 처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도 오로지 통역에만 의존해야 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화의 차이로 커뮤니케이션에서 혼동이 올 수도 있고, 투수의 경우 포수와의 사인을 비롯해 야수들과의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생소한 한국 음식과 주거 환경, 그리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을 견뎌내는 것도 용병이 겪는 대표적인 고충 중 하나다.

두 번째 요인은 점점 높아지는 국내 야구의 수준이다. 프로야구 초창기나 90년대 초반 한-일 슈퍼게임이 벌어질 때만 하더라도 한국야구의 수준은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의 중간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초창기의 외국인 선수들도 그러한 평가를 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야구가 꾸준히 발전하고, WBC와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한국야구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참을성 있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국내 타자들을 만만하게 보다가 퇴출된 용병들이 부지기수며, 각 구단들의 간판급 선수들은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리그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제는 외국인 선수들이 입을 모아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사이라고 평가할 만큼 KBO는 절대 쉬운 곳이 아니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무대에서 성공할만한 외국인 선수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유망주들이나 트리플A급 선수들을 데려와야 하지만, 제도상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가 어렵다. 바로 연봉 상한제 때문이다.

현행 프로야구 규정상 외국인 선수의 첫해 연봉은 30만 달러(약 3억2400만원)를 넘을 수 없다. 언뜻 큰돈처럼 보이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다. 야구 선수에게 있어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포기하고 생소한 무대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일정 수준의 연봉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꿈을 포기하는 대가로 받는 30만 달러는 그들 입장에선 너무 가혹한 것일지도 모른다.

국내 구단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주 좋은 선수를 데려올 때는 30만 달러 이상의 웃돈을 얹어주기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다. 장기 계약을 단기 계약으로 바꾸어 눈 가리고 아웅하는 FA 제도처럼,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제도 이미 사문화된 규정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그렇다고 단숨에 폐지할 수도 없는 문제다. 그랬다가는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구단이 지불하는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그 선에서 다시 규정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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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하기 쉽지 않은 KBO 무대지만 활약여부에 따라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 유명 투수들을 체크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다수 파견되어 경기를 관전하고 있으며, 한화에서 활약한 토마스의 경우도 KBO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시 메이저리그 돌아간 케이스다.

특히, 메이저리그와 대우조건에 있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일본 무대가 바로 근처에 있다는 점은 연봉 대박의 꿈을 좀 더 앞당길 수 있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두산의 전 용병 타이론 우즈나 지난 시즌의 히메네즈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외국인 선수의 보유 한도나 연봉 상한선을 비롯해 각종 논의 되어야 할 문제가 가득하지만, 용병 제도는 이미 프로야구와 떼려야 땔 수 없는 관계다. 성적이 좋은 외국인 선수들은 각 지역의 인기스타로 자리매김 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한화로 다시 컴백을 앞두고 있는 가르시아의 경우 롯데팬들 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팬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하였고, 강속구 투수인 리즈나 두산의 니퍼트처럼 시원시원한 투구로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선수들도 있다.

KBO에서 이젠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된 외국인 선수, 올 시즌에도 그들의 활약은 변함없이 더운 여름의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 야구타임스 김경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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