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KIA와 SK의 경기는 매우 치열한 투수전이었다. 양 팀 선발인 트레비스와 글로버가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멋진 피칭을 선보였으며, 그에 따라 한 점차로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졌다. 각각 2개씩 기록한 실책이 옥에 티였지만, 그래도 3-2의 스코어로 끝난 이 경기는 나름 ‘명승부’라 할만했다.

하지만 그토록 멋진 승부의 막바지에, 야구장에서 벌어지면 안 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해 경기를 보는 팬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한 관중이 던진 맥주캔 하나가 그라운드 안으로 날아든 것이다. 그것도 외야수의 수비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해 보이는 매우 악질적인 행위였다.

▲ 이종범을 향해 날아든 하나의 맥주캔

사건은 홈팀 SK가 2-3으로 1점 지고 있던 9회말, 선두타자 박정권이 우익수의 키를 훌쩍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상황에서 벌어졌다. KIA의 우익수 이종범은 침착하게 낙하지점으로 타구를 쫓아간 후 멋진 팬스 플레이를 선보이며 2루타성 타구를 단타로 막았다. 그런데 그런 이종범의 머리 위로 관중석에서 던진 맥주캔이 날아드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비를 방해하기 위해 SK의 팬으로 추정되는 한 관중이 이종범을 향해 맥주캔을 집어 던진 것이다. 다행히 맥주캔은 이종범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 떨어졌지만, 행여나 이종범이 타구에 집중하는 사이 따지도 않은 그 맥주캔에 맞았더라면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바란다는 ‘삐뚤어진 욕망’이 표적이 된 선수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단 한 명의 관중에 의해서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 또 다시 야구장 안에서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그 선수는 다름 아닌 ‘한국 야구의 보물’이자 ‘현역 최고령 선수’인 이종범이었다.

응원하는 구단을 떠나 모든 야구 팬들에게 존경과 찬사를 받아 마땅한 선수를 향해 맥주캔 투척이 왠 말인가? 불혹이 넘은 최고령 선수를 향해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그 사건은, 지금도 팬들을 위해 그라운드 위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 전부가 서글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최악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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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 이종범은 결국 관중과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벌였다. 심판이 나서서 말렸지만, 이종범의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사실 이종범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사직구장이나 대구구장에서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이종범을 향해 물병이 날아든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평소 서글서글한 이종범이라 하더라도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이 사건으로 인해 각종 야구 관련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KIA 팬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이성적인 SK팬들은 ‘우리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라며 이종범에게 용서를 구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야구팬 전부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위험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극소수의 추태 관중’이다. 하지만 올해로 30년째를 맞이하는 프로야구에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 메이저리그에서는 ‘관중석에서의 투척=폭행죄’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9년 8월, 당시 박찬호의 소속 팀이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컵스의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서 진행된 이 경기는 4회까지 홈팀인 컵스가 12-1로 크게 뒤지고 있었다. 5회말 공격에 나선 컵스는 1점을 만회했고,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4번 제이크 폭스가 친 타구가 좌중간 깊은 곳까지 날아갔다.

헌데, 이 타구를 잡기 위해 달려간 필리스의 중견수 쉐인 빅토리노를 향해 맥주가 담겨 있는 컵이 관중석으로부터 날아왔다. 다행히도 빅토리노는 맥주 세례를 받으면서도 타구를 멋지게 잡아냈고, 이후 유격수에게 송구했다. 빅토리노는 이종범처럼 관중과 언쟁을 벌이진 않았지만, 컵이 날아든 곳을 째려보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여기서 눈 여겨 볼 것은 홈팀인 시카고 컵스 측의 대응이다. 그들은 사건 발생 직후, 곧바로 범인 색출 작업에 들어갔다. 경기 중에는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오해하는 바람에 물의를 빚기도 했으나, 이후 범인을 폭력 혐의로 경찰에 정식으로 기소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경찰까지 개입하면서 문제가 커지자 결국 맥주컵을 던진 범인은 경찰에 자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컵스의 구단주가 직접 빅토리노에게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 자신들이 관리하는 구장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일에 대한 명확한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의미 있는 대응과 진심 어린 사과였다.

아무리 돈을 내고 경기를 보러 온 팬이라 하더라도, 도를 넘어선 행위를 한 이상 그는 ‘범죄자’일 뿐이다. 시카고 컵스는 원칙대로 대응했고, 그러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수준 높은 관전 문화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야구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높다란 철망을 그네들의 구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 대체 언제까지 ‘관중의 탈을 쓴 범죄자’를 용서할 것인가?

사실 TV 중계에 잡힌 화면으로는 맥주캔을 던진 관중과 이종범과 말 다툼을 벌인 관중은 서로 다른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관중은 맥주캔 외에 또 다른 물병을 던졌고, 거기에 이종범이 맞아서 다툼이 벌어졌다는 말도 있지만, 그 장면은 중계 화면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수비를 하러 달려가던 이종범을 향해 관중석으로부터 맥주캔이 날아왔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한다. 다툼을 벌이던 팬이 맥주캔을 던진 사람이 맞느냐 아니냐를 떠나, 프로야구 선수가 팬과 직접적으로 말 다툼을 벌이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 모든 사건의 발단 자체가 관중석으로부터 날아든 맥주캔에 있으며, 그것을 던진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 이번 사건 역시 최초의 원인제공자에 대한 처벌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술을 한 잔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좀 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다면 실망하여 화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하거나 화가 난다는 이유로 폭행이나 살인 등의 범죄가 정당화될 수 없듯, 누군가에게 맥주캔을 던지는 행위 역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에 대한 구단들의 안일한 대응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외야수가 수비를 할 때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정팀 선수가 홈런을 칠 때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물건이 그라운드 안을 향한다. 선수들이 직접 맞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러한 관중이 ‘폭행’ 혐의로 기소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구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의 일차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각 구단 측의 안일한 대응이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중에 더 큰 사건을 불러일으킬 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들은 간과하고 있다. 물병 투척 관중을 용서하는 것이 ‘팬들을 위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며, 또한 더없이 무책임한 행동이다.

과연 SK 구단은 시카고 컵스처럼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해당 관중을 색출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울까? 그리고 SK 구단의 고위 관계자가 봉변을 당할 뻔한 이종범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무엇이 팬과 선수들, 더 나아가 프로야구계 전체를 위하는 일인지를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볼 때다.

잊지 말자. 물병을 비롯한 각종 오물을 그라운드 안으로 던지는 것은 엄연한 '범죄 행위'이며, 그러한 행동을 하는 순간부터 그 당사자는 이미 ‘관중’이나 ‘팬’이 아닌 ‘범죄자’다. 따끔한 처벌을 하는 것만이 그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더 이상 야구장이 일부 추태 관중들의 삐뚤어진 욕망을 배설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야구타임스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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