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빅볼과 스몰볼의 절묘한 조화를 과시하면서 멕시코를 꺾고 제2회 WBC 본선 1조 승자전에 진출했다. 쿠바를 꺾은 일본과 4강 진출 티켓을 놓고 이번 대회 3번째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는 홈런 3방을 포함 장단 12안타를 터뜨린 우리나라가 8-2의 비교적 큰 점수차로 승리를 거뒀다. 예선 4경기에서 41점을 뽑았던 멕시코 타선은 우리 투수진을 상대로 2득점에 그쳤고, 37점이나 허용했던 허약한 투수진은 예상대로 우리 타자들을 막지 못했다.

▶ 빅볼과 스몰볼의 절묘한 조화

한국 대표팀은 경기 초반에는 홈런포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더니, 후반에는 특유의 작은 야구가 빛을 발하면서 더욱 격차를 벌였다. 빅볼을 앞세운 멕시코를 상대로 한 수 위의 빅볼을 과시하더니, 마지막에는 스몰볼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투수들의 혼을 빼놓았다.

멕시코 선발 올리버 페레즈는 지난 오프시즌 동안 뉴욕 메츠와 3년간 3600만 달러에 FA 계약을 체결한 수준급 투수로 제구력이 불안한 편이지만, 구위 하나 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다. 하지만 한국 타자들은 연봉 180억원의 페레즈를 상대로 5회까지 홈런 3방을 쏘아 올리며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

2회초 2점을 먼저 내줄 때만 하더라도 경기의 분위기는 멕시코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2회말 곧바로 이범호의 솔로 홈런 등으로 동점을 만들더니 4회에는 김태균의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5회 고영민까지 홈런포를 가동하며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확실하게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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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점 1위(9개) 김태균 ⓒworldbaseballclassic.com

승기를 잡은 한국은 7회 멕시코 투수들이 흔들리는 틈을 타 4안타와 2볼넷을 묶어 대거 4득점하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단타 4개와 그림 같은 더블 스틸 등으로 스몰볼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홈런 하나를 포함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김태균은 5경기에서 2홈런 9타점을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 타점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만하면 지난 대회 최고의 타자였던 이승엽(5홈런 10타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예선 4경기에서 12개의 홈런을 터뜨렸던 멕시코 타선은 한국 투수들을 상대로 2루타 하나 뽑아내지 못하면서 단타만 9개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장타를 기반으로 한 멕시코의 득점 패턴 상, 많은 점수를 얻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은 빅볼과 스몰볼에 모두 능함을 과시하고, 상대는 익숙치않은 스몰볼을 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한 것. 이것이 바로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다.

▶ ‘원조 국민감독’ 김인식, 빅볼과 스몰볼의 조화를 보여주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경문 감독에게 ‘국민감독’의 호칭을 물려줬던 김인식 감독은 다시금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자신이 ‘원조 국민감독’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멕시코 전에서도 김인식 감독의 능력은 빛이 났다.

상대 선발이 좌완인 페레즈임을 감안해 좌타자인 추신수 대신 이대호를 지명타자, 이범호를 3루수로 기용했다. 거기에 예선에서 활약한 이진영 대신 스피드와 센스가 발군인 이용규를 우익수로 기용한 것부터 승리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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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 국민감독’ 김인식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이범호는 2-0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이용규는 좌타자를 상대로 어지간해선 잘 맞지 않는 페레즈에게 안타를 뽑아내더니 빠른 발로 흔들면서 마침내 도루에 이어 동점이 되는 득점까지 기록했다.

경기 중간 정근우 대신 기용한 고영민은 4-2로 달아나는 솔로포를 날렸고, 7회 김태균 타석에서 루상에 있던 고영민과 이진영의 더블 스틸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우리나라가 보여준 빅볼과 스몰볼의 조화는 모두 김인식 감독의 용병술과 작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도 될 정도다.

투수교체 타이밍도 절묘했다. 흔들리던 류현진을 빼고 정현욱을 투입한 것이나, 정대현과 김광현 등을 ‘저격수’로 투입한 것도 주효했다. 예선에서 등판이 없었던 오승환의 시험가동까지. 65구를 던진 류현진은 더 이상 본선에서 나설 수 없지만,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하루의 휴식을 취한 후인 일본전에서 등판이 가능하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이지만 감독으로서는 초보인 멕시코 대표팀의 비니 카스티야 감독은 애당초 김인식 감독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컨디션 좋은 선수를 알아보는 감독과 그 기대에 100% 부응하는 선수들, 이러면 경기에 질 수가 없다.

▶ 또 다시 만난 일본, 봉중근 vs 다르비슈

기분 좋게 경기에 승리한 한국은 이번 대회 들어 3번째 일본과의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18일 낮 12시에 예정되어 있는 이 시합에 한국은 순위결정전 승리의 주역 봉중근을, 일본은 자국 리그 최고의 에이스 다르비슈 유를 선발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두 팀 모두 하루의 휴식을 확보한 터라, 마쓰자카와 류현진을 제외한 모든 투수의 기용이 가능하다. 선발싸움도 볼만하겠지만 지난 경기들을 돌이켜봤을 때, 양 팀이 정상 컨디션에서 맞대결을 벌인다면 역시 승부는 경기 후반의 불펜싸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승자전에서 승리한 팀은 준결승 티켓을 확보함과 더불어 또 하루의 휴식을 취하면서 느긋하게 순위결정전을 기다릴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패한 팀은 바로 다음날 최종진출전을 치러야 하고, 거기서 승리한다 해도 또 다음날에는 순위결정전이 기다리고 있다. 총력을 투입해서라도 승자전에서 일본을 이겨야 하는 이유다.

쿠바를 꺾은 일본의 기세도 무섭지만, 멕시코를 화력으로 제압한 한국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다시 한 번 보기 좋게 일본을 꺾는다면, 그것은 지난 대회의 4강이 ‘신화’가 아니라 ‘실력’이었음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올림픽에 이어 한국 야구의 강함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 야구 대표팀의 멋진 승리를 기원한다.

<WBC 본선 경기 일정(한국시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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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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