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명검(이대호)을 잃었으나 방패(정대현)를 얻었다. 간판스타 이대호의 이적으로 다음 시즌 살림을 걱정해야 했던 롯데 팬들에게 정대현의 영입 소식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와도 같을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행을 타진하던 정대현이 결국 국내 무대로의 유턴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 무대가 친정팀 SK가 아니라 롯데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정대현은 2001년 프로에 데뷔한 이래 11년 동안 SK의 프랜차이즈스타였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행이 불발된 이후 정대현은 새로운 도전을 위하여 지난 13일 롯데와 4년간 총 36억원의 FA 계약을 맺었다.

정대현의 ML행 불발은 아직도 많은 의문부호를 자아내고 있다. 표면적으로 제시한 이유는 건강과 가족문제다. 정대현은 미국에서 볼티모어 입단을 두고 받은 메디컬 체크에서 간 수치가 높게 나왔고, 건강상태와 치료방법 등을 두고 구단과 이견이 생겨 계약이 연기되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가족들을 데리고 낯선 미국에서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대현이 볼티모어 ML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경기 엔트리에 포함되는 ‘25인 로스터’ 보장을 놓고 구단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 결국 국내 복귀를 결정한 배경이 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하는 관계자들의 시각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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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은 의심할 나위 없는 국내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다. SK에서 11시즌을 활약하며 거둔 통산 32승 99세이브 76홀드 평균자책 1.93이라는 빼어난 성적이 그의 가치를 증명한다. 가장 익숙한 보직은 마무리지만 사실상 중간계투나 셋업맨, 심지어 원포인트 릴리프의 역할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만일 한가지 보직만 전념하며 관리받았다면 오승환(삼성)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록을 쌓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롯데는 전통적으로 불펜 불안으로 늘 골머리를 앓았다. 최근 들어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늘 고비에서 롯데의 발목을 잡은 것은 마운드의 뒷심 부족이었다. 김사율이라는 새로운 마무리를 발굴했지만 전체적인 불펜의 무게는 여전히 떨어졌고, 단기전에서 번번이 한계를 드러내곤 했다.

롯데는 최근 불펜의 주축이던 임경완을 SK에 내줬지만, 대신 이승호와 정대현을 연이어 영입했다. SK에서 필승계투조로 활약하던 두 선수의 잇단 영입은 롯데 불펜의 무게감을 일거에 바꾸어놓을 정도의 강한 충격파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정대현이 해외진출을 선언하기 전부터 영입을 구단에 적극적으로 요청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정대현이 일찌감치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하며 그 동안 먼발치에서 입맛만 다시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대현의 ML행이 이상기류를 띄기 시작하며 방심한 친정팀 SK가 다소 느긋한 자세를 보인 반면, 롯데가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여 정대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롯데에서 정대현의 활용도는 어떻게 될까. 현재 롯데 마무리는 김사율이다. 여기에 새롭게 영입한 이승호와 정대현이 모두 마무리까지 가능한 선수들이다. 이승호는 경찰청에 입단한 장원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하여 선발전환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승호 감독은 지난 시즌 보여준 김사율의 활약에 대하여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임경완이 떠나면서 공백이 생긴 필승계투조에 셋업맨으로 정대현을 기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의 컨디션이나 김사율의 활약 여부에 따라 더블 스토퍼 혹은 전업 마무리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또 한 명의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탄생을 기대했던 팬들의 입장에서 정대현의 볼티모어 입단이 불발된 것은 큰 아쉬움을 남긴다. 박찬호, 김병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인 투수가 없는데다, 정대현이 성공할 경우 한국도 일본처럼 KBO 무대에서 ML로 직행하는 사례가 본격적으로 열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대현으로서는 본인과 가족을 위하여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30대 중반의 가정도 있는 선수에게 위험부담이 큰 미국무대진출을 고집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수일 수도 있다. 차라리 국내무대에 돌아와서 전력투구하겠다는 정대현의 빠른 결단이 합리적인 선택인지도 모른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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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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