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11/12/20 07:31
‘실패를 몰랐던 사나이’ 선동열의 새로운 도전
[야구타임스 | 이준목] 아마 당신에게 현재 국내 프로야구인 중 가장 성공한 인물을 한 사람만 골라 그의 인생을 대신 체험해볼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 열에 일곱 여덟은 선동열을 택할 것이다. 모든 야구선수들 중에서 ‘국보’라는 별명이 허용된 유일한 인물, 선동열 감독은 그만큼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야구인중 한 명이다.
현역시절 당대 최강의 투수로 명성을 떨치며 당시로서는 최다승인 146승, 통산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했던 선동열은 한국시리즈 우승도 6차례(86~89, 91, 93년)나 맛봤다. 세 차례의 MVP, 여섯 차례의 골든글러브는 보너스였다. 1996년 일본진출 이후에도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하며 한국인 스타들의 일본진출 붐을 주도한 국제적인 스타였다.

지도자로서도 선동열의 신화는 계속됐다. 김응용 전 감독의 뒤를 이어 2005년부터 사자군단 삼성의 지휘봉을 물려받은 선동열 감독은 데뷔 첫해 팀을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으로 이끌었으며, 이듬해까지 2연패를 달성했다. 스타 출신 감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통쾌하게 깨며 삼성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선동열 감독은 2010시즌까지 무려 6년간 지휘봉을 잡으며 5차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2번의 우승, 1회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선동열 감독은 삼성 역사상 최장수 감독이며, 역대 감독들 가운데 삼성에서 400승을 돌파한 인물도 선동열이 유일하다. 2회 우승도 마찬가지.
선동열 감독은 2010시즌을 끝으로 갑작스럽게 삼성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해 삼성을 4년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었고, 계약기간도 아직 4년이나 남아있었기에 갑작스러운 사퇴는 놀라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모기업 내 파워게임의 변화와 함께 체제 변화를 원했던 삼성 구단의 방침에 따라 선동열 감독도 기존 프런트와 함께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의 ‘성과’나 능력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었다.
삼성은 2011시즌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하며 5년만에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초보감독인 류중일 감독의 지도력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했지만, 삼성의 우승이 이미 선동열 감독이 닦아놓은 발판 위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선동열 감독은 화려한 공격에 비하여 내실이 부족하던 삼성을 탄탄한 불펜진을 바탕으로 한 ‘지키는 야구’의 팀 컬러로 바꾸어놓았다. 무리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뚝심 있게 밀어붙인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삼성을 신구조화가 이루어진 강팀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비록 선동열 감독 스스로가 결실을 맺지는 못했어도, 그가 6년간 닦아놓은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올해의 우승으로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은 삼성에서 온전히 사랑받았던 감독은 아니었다. 전통적인 삼성의 호쾌한 야구컬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특정선수에 대한 편애와 혹사 논란 등으로 선동열 감독은 항상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삼성 팬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감이 존재하던 인물이었다. 여섯 시즌이나 지휘봉을 잡으며 꾸준한 성적을 올렸던 명장이 갑작스럽게 퇴진하던 순간에도, 사실 삼성 팬들의 반응은 조용했던 편이었다.
알고 보면 해태왕조의 전성기를 이끈 김응룡-선동열 체제를 수혈했던 지난 10년간은 흔히 라이온즈가 아닌 ‘라이거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우승에 굶주려있던 삼성이 한을 풀기 위해 기존의 스타일을 버리고 외부수혈을 통하여 구축된 ‘특수 체제’였다고 할만하다. 그런 면에서 삼성 야구나 팬들에게 선동열 감독은 ‘우리 팀 감독’이라기보다는 한 명의 ‘용병 감독’에 가까운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이 재야에 머물러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선동열 감독은 최근 KIA 타이거즈의 지휘봉을 잡으며 현역 시절 이후 16년 만에 이제는 고향팀의 감독으로 돌아왔다. 비록 해태라는 이름은 이제 사라졌지만, 여전히 ‘타이거즈’라는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팬들에게 해태 왕조가 배출한 역대 최고의 스타이자 광주의 자랑인 선동열의 귀환은 그 자체로 팬들을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동열 감독은 KIA에 부임한 이후, 유독 우승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 “KIA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팀이다. 우승을 누린자만이 맛볼 수 있는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일부러 선수들과 잦은 미팅을 통해 대화를 가지는가 하면, 표정도 예전보다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독이 된 이후 선동열 감독은 줄곧 냉철한 포커페이스로 더 유명했다. 좀처럼 호기를 부리거나 섣부른 발언을 하지 않았던 선동열 감독의 그간 행보를 돌이켜볼 때,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고향팀에 대한 애착과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어우러져서 선동열 감독의 열정과 승부욕을 북돋고 있다는 평가다.
엘리트 인생을 걸어온 선동열 감독은 살아오면서 큰 좌절을 맛본 기억이 거의 없는 인물이다. 물론 그에게도 간혹 시련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동열은 특유의 집요함과 근성으로 스스로를 오랫동안 실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선수로서는 해태 시절과 주니치 시절, 감독으로서 삼성에서도 항상 한 번 이상은 꼭 우승을 차지했고, 언제나 최고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성공을 부르는 사람 특유의 기운이 고향팀에서도 그대로 이어질까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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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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