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및 특집
2009/03/25 09:02
WBC 결산 ① - 두각을 나타낸 아시아 야구
제1회 대회에 이어서 16개의 지역과 국가가 참가한 가운데 한국은 당초의 예상을 깨고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결승전에서 일본에게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지만, 한국 야구의 강렬함은 전 세계 야구팬들의 가슴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결승에서 맞붙은 일본과 한국, 그리고 전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네덜란드가 2차 라운드에 진출하는 성공 신화를 작성한 반면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 도미니카는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차 라운드와 4강에 진출했지만, 메이저리거로 무장한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아마 야구의 신'인 쿠바, 그리고 자칭 '야구 종주국'인 미국 등이 아시아 야구에 완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5번의 '한일전'이 펼쳐지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대회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고, 대회를 주최하는 메이저리그의 버드 셀릭 커미셔너는 다음 대회에서는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2회 WBC를 간단하게 총정리 한다면 다음의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 일본의 대회 2연패
제1회 대회에 이어서 한국에게 연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일본은 쿠바와 미국 등을 꺾고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일본이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평균 자책 1.71을 기록한 마운드에 있었고, 그 핵심은 이와쿠마-마츠자카-다르비슈로 이어지는 선발진이었다. 이 선발 3인방은 선발로 등판한 8경기를 포함해 총 12경기에 등판하여 셋이 합쳐 1.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3승을 거둔 마츠자카(14.2이닝 3승 2.45)가 연속으로 MVP에 선정되었지만, 실질적인 MVP는 이와쿠마(20이닝 1승 1패 1.35)였다. 단지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이다. 타선에서는 연습 경기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스즈키 이치로는 연장 10회의 2타점 결승타를 포함해서 한국과의 경기에서만 12안타 중에서 8안타를 몰아쳤다.
▶ 감동을 안겨준 '팀 코리아'의 열정
대회가 시작되기 전만 하더라도 감독 선임 과정에서의문제나 박찬호-이승엽의 불참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았다. 그 우려는 1차 라운드에서 일본에게 콜드 게임으로 패하면서 실제 상황이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을 격파하고 올라간 조 1, 2위 결정전에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1 : 0 완봉승으로 일본에게 설욕했다.
2차 라운드에서도 멕시코에 이어서 다시 한 번 일본을 꺾은 한국은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에게 대승을 거두면서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땀과 열정은 토쿄에서 태평양 건너 샌디에이고, LA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선수 한 선수가 모두다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타율 .345, 3홈런(공동 1위), 11타점(1위)을 기록한 김태균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 자칭 '야구 종주국'인 미국의 수모
제1회 대회에서 4강에 진출하지 못한 미국은 원투 펀치인 로이 오스왈트와 제이크 피비에 데릭 지터, 데이빗 라이트, 지미 롤린스, J. J. 푸츠 등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1차 라운드 순위 결정전에서 베네수엘라에게 패한데 이어서, 2차 라운드에서는 푸에르토리코에게 콜드 게임으로 패배하였다. 패자 부활전에서 가까스로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4강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조 순위 결정전에서 또 다시 베네수엘라에게 고배를 마셨다.
게다가, 준결승에서는 일본에게 패하면서 자칭 '야구 종주국'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물론 미국 야구와 메이저리그가 무조건 거품이라고 폄하될 이유는 없다. 일본이나 한국 등과 같이 합숙 등을 통해서 손발을 맞추거나 대회에 맞춘 100%의 몸 상태로 대회에 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 자칭 야구 종주국은 1루 벤치에도 3루 벤치에도 없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 '붉은 헬멧'을 벗은 쿠바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그 위력이 감소했다고 하지만, 쿠바는 올림픽이나 WBC 등 각종 국제 대회에는 항상 결승까지 진출해왔다. 쿠바 야구가 국제 대회에 계속해서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범국가적인 스포츠인 야구의 위상과 타고난 재능을 가진 소수의 선수들을 200% 쥐어짜냈기 때문이다. 실례로 이번 대회에서도 자국리그를 중단하는 올인 정책을 취했고,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 선수의 면면은 매 대회마다 큰 차이가 없었다.
1차 라운드에서 쿠바는 팀 타율 .394, 팀 OPS(출루율+장타율) 1.296이라는 압도적인 타격을 보였지만, 투수력이 약한 멕시코,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과 한 조를 이룬 점과 해발 2,000m에 위치한 멕시코판 '쿠어스필드'인 포로솔 구장에서 경기가 열렸던 점이 크게 작용한 과장된 수치들이었다. 실제로 투수들의 구장인 펫코 파크에서 열린 2차 라운드의 3경기에서 쿠바가 점수를 낸 것은 멕시코를 상대로 한 7점밖에 없었다.
게다가, 강점으로 이야기되던 마운드는 에이스인 페드로 라조가 한계를 보이면서 투수다운 투수는 노르게 베라, 유네스키 마야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최고 스피드 102마일을 자랑하는 알버틴 채프먼 등은 스트라이크와 볼이 확연히 구분되는 2군 레벨에 불과했다.
분명히 쿠바는 이번 대회의 실패를 거울삼아서 변화를 모색할 것이고, 또한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처럼 한순간에 하위권으로 전락하지는 않겠지만, 예전과 같은 '붉은 악마'는 재현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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