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한때는 이들을 ‘동맹’이라는 고리로 묶은 적도 있었다. 나란히 하위권을 전전하던 시절에는 팀을 초월하여 응원가를 공유하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프로라는 경쟁의 세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이제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2012시즌을 맞이하는 LG와 롯데의 행보가 사뭇 시선을 모은다.
LG는 지난 시즌까지 무려 9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야구 사상 최장기간 연속 PS 진출 실패의 진기록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02년 준우승을 끝으로 한번도 가을야구를 해보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을 포함하여 매년 페넌트레이스 초반에만 반짝하다가 가을이 가까워올수록 주저앉는 LG 특유의 패턴을 빗대어 ‘DTD(Down Team is Down=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징크스’라는 불명예스러운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만일 올해도 가을잔치에 실패한다면 드디어 ‘마의 10년’을 채우게 된다. 강산이 한번 바뀐다는 정도의 시간이다. 8개 구단 중 절반인 4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현행 제도에서, 우승도 아니고 중간도 못 가는 시간이 10년이 넘는다면 이제는 구단의 정체성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PS진출에 성공하며 구단 신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구단인 롯데가 이제는 강호로서의 전통까지 갖추게 됐다. 그러나 우승이라는 기준을 놓고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1992년의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지난해까지 무려 19년간 정상과 이상 인연을 맺지 못했다. 8개 구단 중 최장 기간 무관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85년 통합 우승 이후 17년만인 2002년에야 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차지했던 삼성의 16년 연속이다. 이미 이것을 넘어선 롯데가 만일 올 시즌에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다면, 무려 20년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달갑지 않은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2011시즌을 앞두고 치러진 시무식에서 ‘2년 내 우승’을 공언했던 롯데 장병수 대표는 당시 “프로구단이 20년간 우승하지 못한다면 존재 가치가 없다”고 발언한바 있기에 올 시즌의 책임감이 더 무겁다. 물론 만약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구단주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1908년 이후 103년째 무관,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장기록) 당장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도 남을 소리지만, 롯데로서도 나름의 절박한 사연이 있다.
두 팀 모두 올 시즌에는 불명예 기록을 청산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그러나 상황은 쉽지만은 않다. 두 팀은 지난 겨울 모두 큰 전력누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투타의 핵이었던 4번 타자 이대호(오릭스)와 15승 투수 장원준(경찰청)이 팀을 떠났다. LG도 이택근(넥센), 송신영(한화), 조인성(SK) 등이 FA를 통해 둥지를 옮겼다. 전력을 보강해도 모자랄 판인데, 지금으로선 기존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만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두 팀은 모두 올 시즌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김기태 감독 체제로 새롭게 일신한 LG는 올해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무한경쟁을 선언하여 팀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올 시즌 목표로 승수 대신 ‘60패’를 정하는 이색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길게 내다보고 시즌을 치르자는 각오다. 양승호 감독이 2년째를 맞이하는 롯데도 비록 이대호가 떠났지만, 정대현과 이승호 등 FA 선수들의 영입으로 최대 아킬레스건이던 마운드 보강이 이뤄진 것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LG와 롯데, 과연 두 팀 중 과연 누가 먼저 오랜 징크스의 사슬을 끊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 징크스는 오는 2012시즌에 함께 끝날 수도, 혹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에, 팬들은 두 팀의 무한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팀 팬들끼리 자존심을 걸고 선의의 내기를 걸어도 좋을 만한 도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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