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12/01/20 13:18
야구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던 김병현
[야구타임스 | 이준목] 넥센 입단이 확정된 김병현의 한국행은 여러모로 최선의 선택이었다. 오랫동안 방랑자로 떠돌던 김병현은 자신의 야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고, 인기와 성적에 굶주린 넥센은 중량감 있는 ‘스타’의 존재가 절실했다.
박찬호와 함께 ‘메이저리그 코리안 1세대’로 꼽히는 김병현은 한국야구가 낳은 국제적인 스타 중 한 명이다. 2001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개성강한 성격으로 숱한 구설수에 휘말리며 풍운의 세월을 보내야 했고, 2008년부터 3년간 소속팀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등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에 진출했지만 2군에만 머물다 11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병현의 국내 복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 선수 본인이 메이저리그 복귀에 관심을 보이며 한국행에 대하여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병현이 의사를 바꾼 것은 결혼 이후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늘어나며 안정된 환경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넥센의 꾸준하고 적극적인 러브콜도 영향을 미쳤다.

넥센은 김병현을 영입하기 위하여 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1억원 등 모두 16억원을 투자했다. 김병현의 이름값을 감안해도 사실상 4년간 공백기를 보낸 김병현의 상태를 생각하면 파격적인 대우라고 할만하다.
무엇보다 김병현에게 중요한 것은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사실 김병현이 지난 몇 년간 원치 않게 공백기를 가진 것은 기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야구 외적인 요인들이 더 컸다. 여기에 여러 가지 구설수들이 얽히며 김병현이 과연 조건을 떠나 ‘야구 그 자체’에 열정이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김병현은 그 동안 본인이 의도하지 않게 여러 가지 소문과 선입견이 많았던 선수다. 지금은 대체로 언론과 대중의 오해로 인하여 부풀려진 면이 많다는 것이 알려졌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본인이 자초한 면도 컸다. 줄곧 해외무대에서 활약해온 김병현을 언론보도 외에는 팬들이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행은 김병현에게 있어서 재기의 기회이자, 그에게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강한 개성과 뚜렷한 자기 소신으로 많은 구설수에 휘말렸던 김병현이 과연 넥센에서 스타의식 없이 코칭스태프나 동료선수들과 잘 융화될 수 있을지를 두고 그의 ‘마인드’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김병현을 아는 야구계 관계자들은 세간에 알려진 그의 이미지를 ‘부풀려진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김병현의 절친으로 알려진 김선우는 “호불호가 분명하고 직선적인 면도 있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예의 바르고 책임감이 강한 남자”라고 설명한다. 메이저리그 시절 그를 취재했던 기자들도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시절 개인주의가 강해 팀원들도 섞이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오히려 김병현의 성격상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선후배들간에 정으로 묶여진 한국야구 문화에 더 어울리는 선수”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까칠하고 야생마 같은 BK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약관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서도 한때 정상급의 반열에 올랐던 김병현은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공백기는 있지만 그만큼 어깨는 오히려 싱싱하다. 치명적인 부상전력도 없었다. 박찬호, 이승엽 등 해외파 선수들이 올 시즌 대거 복귀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김병현의 가세는 한국프로야구의 인기몰이에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 선수로서 충분히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시점에 국내에 복귀했다는 점에서, 정상 컨디션만 유지된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크다. 오히려 현대 시절 이후 그 동안 뚜렷한 스타플레이어가 없어서 밋밋한 느낌을 주었던 넥센에 김병현 같은 이슈메이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김병현이 당장 다음 시즌에 구체적으로 어떤 성적을 거둘지를 예측하기는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다행히 몸 상태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비록 1군 등판 경험은 없지만 라쿠텐에서 2군 경기 등에 출전하여 한 시즌 내내 꾸준히 단체훈련과 경기감각 등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투구 밸런스나 볼 회전 등도 전성기적 구위를 거의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병현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비하면 한국야구의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다. 갑작스럽게 한국행을 결정한 만큼 김병현은 아직 국내 야구환경에 대한 이해나 타자들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황이다. 보직 문제 등도 아직 스프링캠프를 거쳐 코칭스태프의 검토가 필요하다.
다음 시즌은 김병현에게 있어 성적보다는 한국야구에 적응하기 위한 기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넥센 이장석 대표도 김병현의 기량은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당장 다음 시즌에 성적으로 큰 부담을 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김병현은 아직 4~5년은 충분히 현역에서 활약할 수 있다. 김병현이 국내 팬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먼 길을 돌아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온 김병현이 한국에서 야구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핵잠수함’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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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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