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칼럼
2009/03/26 11:15
[김홍석의 야구스페셜] 월드스타 김태균, MLB에서의 예상성적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세이버매트릭스의 아버지’라 불리는 빌 제임스를 단장 고문역으로 초빙한 보스턴 레드삭스가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한국에서도 ‘기록 야구’의 대명사인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기록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것을 활용하면 앞으로의 예측이나 전망도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정되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기에 그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들을 토대로 앞을 내다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제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서 3홈런 11타점으로 대회 홈런-타점 부문을 동시에 석권한 김태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본 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2001년에 데뷔한 김태균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획득하게 되기에 그의 해외진출 여부가 팬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김태균이 일본 프로야구, 혹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다면 그 성공 가능성과 그 때의 예상 성적은 어느 정도가 될까? 이 또한 ‘기록’이라는 것을 활용한다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아래의 내용은 이와 같은 철저한 ‘숫자’와 ‘기록’만을 토대로 한 것이다.
▶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일본 선수들
이치로의 성공 이후 꽤나 많은 일본 타자들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그 가운데 확실한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5~6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아예 적응에 실패한 선수들은 논외로 치고, 일단 적응에 성공하며 미국에서도 자리 잡은 선수들의 성적 변화 추이를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이치로를 비롯한 마쓰이 히데키, 조지마 겐지, 이와무라 아키노리, 이구치 타다히토까지 위의 5명은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자리를 굳히며 2년 이상 활약한 선수들이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의 성적은 그들이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기 직전의 5년 성적만 종합했으며,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은 진출 후 통산 성적이다.
일본에서 .316의 타율을 기록했던 이들의 평균 타율은 메이저리그에서는 .288로 28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타율은 그나마 양반이다. 표의 가장 오른쪽에 보이는 ‘비고’란은 각 선수들의 경기당 홈런 개수의 감소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일본에서 홈런왕으로 유명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나름 거포 소리를 듣는 마쓰이 조차도 홈런 수가 일본 시절에 비해 51%나 감소했다. 진출 직전의 3년 동안 106홈런을 기록했던 이와무라는 2년 연속 한 자리 수 홈런에 그치고 있다. 이와무라를 제외한 선수들의 감소율이 51~58% 사이에서 일정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위의 수치가 ‘양 리그의 수준차’를 드러내는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대표팀끼리의 대결에서는 전혀 꿇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WBC를 통해 드러났지만, 실제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현격한 수준차이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타율과 홈런이 저만큼 감소했다는 말은 출루율이나 장타율은 더욱 큰 차이로 하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일본에서 3할 40홈런을 기록하던 선수는 메이저리그에 가면 같은 경기를 뛰었을 때 2할7푼의 타율과 17홈런을 평균적으로 기록하게 된다. 이것이 현 시점에서의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차이다.
▶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한 경우 - 이승엽
안타깝게도 한국 프로야구 출신의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해서 성공한 경우는 아직까지 한 명도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그 동안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진출을 타진했던 한국 선수들을 푸대접했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일본으로 진출하여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선수도 타자만 놓고 보면 이승엽 한 명 뿐이다. 이종범은 다소 아쉬운 케이스였고, 이병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일한 성공 케이스인 이승엽의 성적을 KBO시절과 NPB시절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KBO 성적은 진출 직전 5년간의 성적이다)

진출 직전 국내에서 5년 동안 평균 130경기에서 46홈런을 기록했던 이승엽은 일본 진출 후 같은 경기 수 기준으로 30홈런에 그치고 있다. 37%의 감소비율이다. 타율도 .304에서 .276으로 28포인트나 하락했다.
물론 NPB-MLB의 경우처럼 표본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 하나의 예에서 드러나는 차이가 한-일 양국 프로야구의 수준차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KBO 역대 최고의 타자’였던 이승엽조차도 어느 정도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무대가 쉽지 않은 곳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엿볼 수 있다.
KBO-NPB나 NPB-MLB의 차이가 모두 ‘적응’에 관련된 것이라고 가정하면, KBO-MLB의 차이도 NPB-MLB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게 이승엽의 한국 성적을 토대로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을 예상해보면 130경기 기준으로 타율은 약 .275정도, 홈런은 20개 정도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경기수가 많은 메이저리그니 150경기 이상을 뛴다면 실질적인 홈런 개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 관건은 ‘적응력’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김태균의 성적은 이승엽에 비해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다. 지난 5년 동안 김태균은 610경기에서 111홈런을 기록했고 타율은 .310이었다. 타율은 이승엽보다 낫지만 홈런 개수는 절반에 불과하다.
이승엽을 토대로 한 KBO-NPB의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김태균이 일본에 진출하여 130경기를 출장하였을 때 받아들 성적표는 2할8푼의 타율과 15홈런이다. 마찬가지로 NPB-MLB의 차이(홈런 58%감소)를 KBO-MLB에 그대로 적용시킨다면 김태균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150경기에 나온다면 12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쉽지만 김태균의 포지션이 1루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일본이든 미국이든 김태균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1루수들은 150경기 기준 평균 성적은 .272의 타율과 24홈런이었다.
WBC에서 김태균의 활약에 고무된 팬들에게는 이와 같은 잠정적인 결론이 무척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선례들로 판단한다면 이와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게다가 앞서 근거로 들었던 선수들은 모두 바뀐 리그에 나름 성공적으로 적응에 성공한 선수들만 추려낸 것으로, 아예 적응에 실패하고 벤치 멤버로 전락하거나 퇴출된 선수는 그 두 배가 훨씬 넘는다.
그럼에도 김태균의 해외 진출이 기대되는 이유는, 한국 프로야구라는 무대는 김태균이라는 선수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에는 다소 좁은 ‘우물’일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김태균이라는 선수가 한국 야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선수라면, 좀 더 큰 무대에서는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이 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올해로 만 27세라는 그의 나이도 확실한 장점이다.
관건은 적응력이다. 리그의 수준차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격차를 얼마나 줄이느냐는 김태균 스스로가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김태균은 지난 오프시즌 동안 “어느 리그를 가든 타율 2할8푼에 20홈런 이상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적이 있다.
지난해 홈런왕을 차지하고 WBC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선수가 된 김태균. 그가 올해도 좋은 활약으로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해외에 진출하여, 지금까지의 ‘기록’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모습을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기왕이면 메이저리그가 되길 바란다. 노모 히데오와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시각 자체를 바꿔 놓았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그러한 역할을 할 선수가 나타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현재로서는 김태균만이 메이저리그의 높은 콧대를 꺾어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김태균의 해외진출 여부는 WBC에 출장했던 대표급 선수들의 올 시즌 성적과 더불어 올 한해 한국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프로야구 시즌의 개막이 기다려진다.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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