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Report
2009/03/27 08:45
좌타자를 통해서 본 한-미-일 프로야구
한국은 5번이나 일본과 맞대결을 펼치면서 3번이나 등판한 봉중근을 비롯해 김광현, 장원삼 등 좌완 투수만을 선발로 내세웠다. 김인식 감독이 좌완 투수를 내세운 것은 당연히 일본의 배팅 오더가 좌타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스즈키 이치로, 아오키 노리치카,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이와무라 아키노리, 후쿠도메 코스케, 이나바 아츠노리 등 주력 타자 대부분이 좌타자였다. 벤치 멤버인 카와사키 무네노리, 카메이 요시유키, 아베 신노스케까지 포함하면 15명의 야수 중에서 무려 9명이 좌타자였다.

2차 리그에 진출한 8개국 중에서 스위치 히터를 포함해도 일본만큼 좌타자를 중심으로 한 팀은 찾아보기 어렵다. 예선에서 탈락한 캐나다만이 일본보다 높은 비율(스위치 히터를 포함해서 10명이 좌타자)을 보였을 뿐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좌타자 5명이 모두 외야수였다.
하지만 좌타자라고 해서 모두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이미 눈치를 챘을 수도 있지만, 한국과 일본의 좌타자를 보면 근본적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일본의 경우에는 이나바를 제외한 좌타자 전원이 '우투 좌타'이고, 한국은 김현수를 제외한 4명이 '좌투 좌타'라는 것이다. 최근에 한국에서도 김현수와 같은 '우투 좌타'가 늘어나고 있지만, 일본 프로야구는 이미 전체 좌타자 중에서 '우투 좌타'가 '좌투 좌타'의 거의 3배에 이르고 있다.

위의 그래프는 3월 26일 현재 한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보류 선수로 등록된 선수를 조사한 것이고, 메이저리그는 MLB.com에 40인 로스터로 등재된 선수를 조사한 결과이다.
한-미-일 3개국의 프로리그에서 타자의 투타 유형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우선은 앞서서도 말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우투 좌타'의 비율이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일본과 메이저리그를 비교하면, '스위치 히터'의 비율에서도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좌우 타석 어느 쪽이나 들어설 수 있는 스위치 히터가 극소수인데 비해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좌투 좌타'나 '우투 좌타'만큼이나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1차적으로 '팜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스위치 히터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프로에 입단한 후에 피나는 연습을 통해서 완성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박종호나 장원진, 이종열 등도 프로에 입단한 후에 스위치 히터로 변신했다.
1, 2군 시스템인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2군의 존재 목적 자체가 선수를 최대한 빨리 1군으로 올리는 데 있다. 이에 비해서,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는 루키 리그, 싱글 에이, 더블 에이, 트리플 에이 등 4, 5단계로 마이너리그가 조직되어 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어떤 선수의 약점이나 장점을 특화시키고 있고, 그것이 스위치 히터의 비율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우투 좌타'라는 인공적인 투타 유형이 최근에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야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계시는 분이라면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야구에서 좌타자가 상대적으로 우타자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타석에서 1루까지의 거리가 우타석에 비해서 좌타석이 더 가깝다. 자신의 우상이 좌타자라서 어릴 때부터 그 폼 등을 따라하면서 자연스럽게 '우투 좌타'가 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지도자들의 권유 등에 따라서 우타자에서 좌타자로 전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일부에서는 우투 좌타가 늘어나면서 슬러거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실례로 한미일 3개국의 프로 리그에서 슬러거라고 불린 선수들의 투타 유형을 보면, '우투 우타'이거나 '좌투 좌타'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마츠이 히데키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중거리형 타자로 전락했지만,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한 시즌 50홈런을 포함해서 통산 332홈런을 친 슬러거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소년을 비롯한 고교의 지도자들이 아무나 좌타자로 전향시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대호가 우타석이 아닌 좌타석에 들어선다고 해서 스즈키 이치로처럼 많은 수의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우타자 이대호가 좌타자 이대호로 전향했을 때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이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좌타자가 되기 위해서 시간과 땀을 흘리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예외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도자들이 우타자에서 좌타자로 변신시키는 경우는 스피드가 있는 선수거나 우타자로써 프로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때이다. 이러한 배경을 무시한 채 단순히 '우투 좌타'가 증가하기 때문에 슬러거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은 통계를 이용한 '사기'일 뿐이다. 오히려 '우투 좌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야구라는 환경에 적응한 진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흔히들 야구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알게 모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우투 좌타'가 야구라는 환경에 진화한 것이라고 본다면, '좌투 우타'는 진화를 역행한 경우라고 볼 수도 있다. 흥미롭게도 타자 중에서 '좌투 우타'는 일본에 1명, 메이저리그에 2명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는 초창기에 롯데와 태평양 등에서 '좌완 킬러'로 활약한 김한조가 '좌투 우타'였다.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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