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Report
2009/01/30 23:47
스테로이드의 제물이 된 켄 케미니티
[야구타임스 ㅣ 손윤 기자] 초등학교 때 체육 선생은 항상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로 수업을 시작하고는 했다. 바로 고대 로마시대의 풍자시인인 유베날리스의 말로, 자신이 맡고 있는 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어린 마음에 열심히 운동을 해서 몸과 마음이 건전한 인간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어떤 위화감과 함께 반감만이 생길 뿐이었다.
유베날리스의 말을 재구성하면, 건전하지 않는 육체를 가진 사람의 정신은 불건전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육체에 대한 찬미가 지나쳐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차별적인 말이 될 수밖에 없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유베날리스가 한 정확한 의미는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있다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즉, 건강한 육체에 대한 찬미가 아니라, 좋은 신체를 가진 것에 비해서 올바르지 않는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명예가 걸린 스포츠와 부정행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게다가, 명예만이 아니라 자본과 결합되면서, 스포츠와 부정행위는 더욱 더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말해지는 프로스포츠의 대명사인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는 약물 스캔들이다.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것이 장래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는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공개적으로 약물복용을 시인한 켄 캐미니티가 온 몸으로 증명하였다.
1984년 드래프트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로부터 3라운드 지명된 켄 캐미니티는 1987년에는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밟을 수 있었다. 애스트로스시절에는 1994년에 기록한 18홈런이 최다일 정도로 평균 정도의 장타력을 보였지만, 파드레스로 이적한 후 파워에 눈뜨면서 일약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슬러거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1996년에는 타율 0.326, 40홈런, 130타점 등으로 리그 MVP에 선출되면서, 브레이브스의 치퍼 존슨과 함께 대표적인 스위치 히터로, 또한 슬러거로 이름을 날렸다. 이 후로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던 그는 2001년을 끝으로 15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통산 타율 0.272와 239홈런, 983타점 등의 성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애스트로스의 유니폼을 입고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의 리그 디비젼에서 홈런 3개를 포함해서 타율 0.471로 대분전했던 1999년의 모습이 지금도 여전히 강렬히 남아있다. 확실히 켄 캐미니티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좌우타석에서 뿜어내는 장타력이지만, 그의 진가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3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차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공수를 겸비한 선수라는 점이었다. 특히, The Gun이라고 불릴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1루 송구는 그의 전매특허였고, 그를 통해서 핫코너를 지키는 3루수의 매력에 폭 빠지기도 하였다.
또한, 은퇴 직전인 2001년 7월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방출당한 그가 자이언츠와 브레이브스의 오퍼 속에서 애틀란타를 선택한 이유가 아내의 고향이 가까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듣고서는 매우 가정적인 모습의 한 인간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사실 치퍼 존슨이라는 현역 최강의 3루수가 있는 브레이브스보다는 자이언츠가 선수생활로만 보면, 좀 더 안정적이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그는 자신만이 아닌 가족을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이다.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였고, 브레이브스에서는 마약 복용으로 체포되기도 하였다.
게다가, 그는 2002년에는 스포츠 일러스테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을 고백하면서, 그의 추락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처음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은 어깨 부상을 당한 1996년 5월로, 조금이라도 빨리 부상에서 회복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1996년은 그가 리그 MVP를 수상한 시즌이다. 이전까지 한시즌 최다 홈런이 26개에 불과했던 그가 이 해에는 무려 40개의 홈런 - 게다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만 28홈런을 기록하였다. 그의 파워가 급격한 성장을 보인 것은 스테로이드에 의한 것임을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켄 캐미니티는 선수로서 화려한 성적을 거둘 수는 있었지만, 남성 호르몬이 거의 생성되지 않으면서,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그 후유증 역시 만만치 않았다. 또한, 지나치게 단기간에 근육이 생성되면서, 쉽게 부상을 당하는 몸이 되었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몸이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코카인에 손을 대는 등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니폼을 벗을 수밖에 없었고, 스테로이드로 이룬 그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오명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메이저리거들은 30세를 분기점으로 해서, 턱이나 뺨, 얼굴 등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변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일까?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오프 시즌 동안 열심히 트레이닝을 한 결과라고 말하겠지만, 진실은 아니다. 열심히 트레이닝을 한다고 해서 얼굴에는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타라는 명예와 돈을 거머쥔 메이저리거에게 팬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들은 도덕적인 모습을 원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105마일의 직구일 뿐이다."고 말하면서, 대부분의 메이저리거들이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첼 리포트를 통해서 빙산의 일부가 드러나기도 하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스테로이드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는 손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장기 복용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미덕인 프로스포츠에서 스테로이드는 만병통치약 이상의 영약이다. 게다가, 흥행지상주의에 물든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암묵적으로 스테로이드의 복용을 용인하였고, 또한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경쟁에 갖가지 찬사를 붙이면서 오히려 약물 복용을 조장한 혐의도 짙다. 솔직히 선수나 감독 등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구단, 언론 등 그 누구도 스테로이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스테로이드를 둘러싼 논쟁에서 전문가의 처방 아래라는 이름으로 합법화를 시도하는 주장도 있다. 과연 스테로이드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호세 칸세코를 비롯한 스테로이드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문가에 의해서 제대로 사용될 경우에는 스테로이드도 경기력 향상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스테로이드가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다. 단지 그 위험성만이 증명되고 있을 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공식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사실을 인정했던 켄 캐미니티는 2004년 10월 심장마비로 만 41세라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다. 그가 돌연사한 것은 스테로이드와 코카인 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지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고혈압과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과 혈당치를 상승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고, 동맥경화를 진행시키고, 관상동맥(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기 쉽다고 한다. 또한,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했을 때에는 심근을 비대시키고, 심부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켄 캐미니티는 1996년 한 해의 영광을 위해서 너무나도 값비싼 댓가를 지불하였다.
땀이라는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명예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또한, 스테로이드는 선수들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희대의 영약도 아니다. 단지 자신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악마의 유혹일 뿐이다. "장난꾸러기라도 좋으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 말이 있다. 이 말을 빗대서 팬의 한 사람으로서 선수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야구의 신이나 몬스터가 아니어도 좋으니 건강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남아주기를 바란다."고.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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