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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ㅣ 손윤 기자] 2008년에 한국 야구는 '현대 유니콘스의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 편의 드라마를 작성하면서 전승 우승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프로야구는 1995년에 이어서 역대 두 번째로 5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공과는 달리 한국 야구는 여전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 대표적인 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 야구의 근간인 '학원 야구의 몰락'이고, 그것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 응암 초등학교 야구부의 해체가 아닐까 싶다. 응암 초등학교는 전국에서도 야구 명문고로 알아주는 충암고와 홍은중 등이 있는 서울 서부지역에서 유일하게 야구부가 있는 초등학교다. 이미 작년 초에 YTN 등을 통해서 보도된 적도 있지만, 새롭게 부임한 교장은 부임 이틀 만에 1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야구부를 해체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1년이 지난 현재는 안타깝게도 야구부 숙소는 철거되었고, 상당수의 야구부원은 전학을 가는 등 '야구부 해체'는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이 의문에 해답을 얻기 위해서 응암 초등학교 야구부의 장기석 감독과 안연우 코치를 만나봤다.
▶ 응암초의 안연우 코치
Q 학교 측이 야구부를 해체시키려고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 정확하게 (작년) 3월 5일이예요. 저에게는 너무 충격이었어요. 전학을 가신 부모님이랑 저를 불러서는 인수인계가 전혀 안 된 상황에서 "(야구부를) 해체해라. 자기 교육 이념에는 운동부가 필요 없다."고 말했어요.
Q 보통은 성적이 나쁜 경우에 해체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응암 초등학교 야구부의 성적이 최근에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여기는) 정말 힘들게 버티어 왔고, 고진감래라고 하죠. 2007년 정도에 적은 인원 가지고 힘들게 준우승도 하고 4강, 8강에 들어가고, 전국대회에도 나갔어요. 그렇게 (꽃을) 피우려는 무렵에 학교 공사가 들어가면서 교장 선생님이 바뀌고 문제가 불거진 거예요. 교장 선생님께서 상암 초등학교에서 교감으로 계시다가 이번에 초임으로 오셨어요. 욕심이 많으시겠죠. 초임이시니까. 계획하신 일도 많고, 그런 것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교장 선생님께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임기가 4년이지만, 여기는 야구부가 16년을 이어왔어요. 학교 측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그 4년 동안에 자신의 교육 이념에 필요 없다고 16년이나 된 전통을 자기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어요.
Q 야구부 해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 저도 해체를 당해 본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시절에. 소프트볼을 하다가 (팀이) 해체가 되어서 광주에서 스카우트되어서 서울로 왔어요. 그 때 당시에 고등학생이지만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아이들 간에 배타적이라고 해야 할지, 자기랑 처음부터 동고동락을 안 했다는 그런 느낌이 많았어요. 자기 자리의 경쟁 상대이기에.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전학 가라"고 하는데, 저 어린 애들이 가서 잘 적응할 것이라는 법은 없어요.
그리고 더 좋은 환경으로 전학가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서부지역에 충암 중고등학교, 홍은 중학교가 있어요. 저 중고등학교를 가기 위해서 타 학교에서 전학 온 아이들도 있어요. 여기보다 더 좋은 환경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이에요.
▶ 응암초의 장기석 감독
Q 요즘 학원 스포츠도 운동만 할 것이 아니라 공부도 병행해야만 한다는 말도 적지 않은데
- 지금 저희 학교 야구부 아이들은 반에서 1등도 하는 경우도 있고 대부분이 상위권에 있어요. 아이를 직업으로써 야구 선수를 시키겠다는 경우도 몇 분 계시고, "아이가 살이 좀 많이 쪘습니다. 좀 빼주십시오."라고 하는 분도 있고, 초등학교까지만 한 번 해보겠다는 분도 있어요. 부모님 스스로는 자신의 아이가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책임감이나 자립심을 한 번 키워보겠다고 보낸 분도 있다고요. 거기에 맞춰서 하는 거죠.
Q 사실 유소년 야구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 간에 선수 수급의 불균형이 아닌가
-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선수 등록 제한, 즉 야구부의 인원수에 제한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팀에 들어가지 못하면 딴 학교를 가거나 (야구부가) 창단되거나 했는데, 지금은 40명이든 50명이든 다 받아들이니까 (학교에 따라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죠. 서울 시내도 많은 곳은 30여명이 있지만, 9명이 안 되는 곳도 있어요. 제 생각에는 예전처럼 한 팀의 인원수를 20명이면 20명으로 정해놓으면 초등학교 야구의 활성화도 많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시합을 뛰어봐야 기량을 판단하거나 할 거 아니에요. 그렇게 되면 팀도 많아질 것이고.
Q 급여는 어느 정도입니까. 혹시 공개 가능한가
- 110만원이 계약서상의 급여예요. 학교에서는 (서류상으로) 117만원을 요구해요. 사업장이 내야 할 세금까지 포함한 거죠. 그래서 (4대 보험 등을 떼고) 94만원 정도예요. 94만원이 나올 때도 있고 92만원이 나올 때도 있어요.
Q 사실 가장 큰 문제점은 감독 등의 급여가 학부모의 회비에서 각출되고 있다는 점은 아닐지
- 예전처럼 방과 후에 학원 스포츠를 담당하는 교사로 해주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지금은 교원도 아니고 어정쩡한 신분이죠.
Q 야구부 해체와 관련해서 1년 동안 긴 싸움을 하고 있는데
- 제가 이렇게 해체라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은, 해체된 아픔을 아는 사람들은 알아요, 내 모교가 내가 땀을 흘렸던 자리인데 그 학교(의 야구부)가 없어지면서 내 자신이 배제를 해버린다고요. 그래서 다시 재창단하는데도 있지만, 아이들의 뿌리가 초등학교 아니에요. 유치원부터 하겠지만. 자기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죠.
Q 잘못된 결정에 정당하게 시정을 요구하는 것도 한국에서는 좀 안 좋게 생각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의 싸움으로 인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이 학교(의 야구부)가 존속이 되면 저랑 재계약을 안 해도 돼요. 재계약을 목적으로 이렇게 뛰어다닌다면 바보예요. 사실 (지금 받는 돈은) 일반 다른 학교에 가면 보조 코치의 급여밖에 안 돼요. (주위로부터) 바보라는 소리를 들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불쌍한데 어떻게 해요.
저도 몇 백 년을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70여살이라고 하는데 이제 반 정도 남았어요.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급여도 많이 받아보고 다른 일도 해봤지만, 이만큼 뜻 깊은 일은 없어요. 아이들에게 야구란 무엇인가를 지도해주면서, 제가 배웠던 방식으로 하면 안 되니까요. 느낀 점이나 애로점 등을 감안해서 편안하고 웃으면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Q 학교 측이 지금이라도 어떻게 해주시길 바라나
- 많은 걸 바라지는 않아요. 야구부를 인정해주고, 하루에 2, 3시간 운동을 하고 갈 수 있도록 운동장만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죠. 그리고 유리창이 깨지지 않게 안전공이나 고무공 등으로 야구를 하고, 연습 경기는 일주일 2번 정도 나가면 되는데 그것도 인정을 안 해주고 있죠.
▶ 응암초의 안연우 코치
Q 학교 운동장이 야구를 하기에는 좁아 보인다만
- 예를 들어서 도신 초등학교도 보면 우측이 요만한 사이즈로 딱 붙어 있어요. 그 학교도 안전사고가 전혀 없어요. 그렇게 우리 학교보다 더 조그마한 학교도 운동을 해요. 그리고 수유 초등학교도 공사가 끝나면 저희보다 더 작다고 하시더라고요. 운동장 사이즈가 작다고 해서 서울시 초등학교 운동장 사이즈를 다 갖다 드렸어요. 그랬더니 아무 말도 못하세요.
안정성을 거론해서 아이들의 보험도 다 제출했어요. 만약에 학교에서 운동을 하다가 일반 아이들이 사고가 나면 그걸 책임지겠다고 각서까지 썼어요. 동의서든 뭐든 다. 그런데도 말이 안 통하는 거예요. 교장 선생님의 의도는 무조건 해체예요. 무조건 해체예요.
Q 이렇게 운동장이 좁아진 것은 리모델링되면서라고 들었다
- 이번에 이명박 대통령께서 전국체전 때에 학교 체육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이게 지켜질지 안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오래된 학교들이 리모델링하면서 운동장을 축소하는 추세인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학교 체육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저에게 아이들은 제 자식들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힘들어도 참고 버티는 것이고, 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요. 뭔가를 더 해주고 싶고, 전지훈련을 가서 한 경기라도 더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준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파요. 너무 미안해요. 야구의 선배로써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그리고 두려워요. 정말 재능이 있는데 그 아이가 이것을 계기로 운동을 그만두지 않을까라는 점이 너무 두려워요.
솔직히 그냥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너무 힘들고 부모님들이 하셔야 될 부분도 지금 현재 감독님이나 저가 둘이서 발 벗고 다니고 있어서 생활도 안 되고 상황이에요. 솔직히 너무 힘들어요. 그래도 버티는 것은 아이들이 저를 보면서 웃는 것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 더욱 싸워야 될 것 같아요. 주위에서 좀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들한테 큰 힘이 되어 달라는 것은 아니에요. 저희의 뜻에 조금만 동참해주고 귀를 기울여주시고, 이런 고충이나 야구에 대한 편견이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도와주세요. 여러분들이 저희 학교나 지금 어려운 중고등학교나 분당에 있는 서당 초등학교에도 관심을 좀 가져주시고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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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2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