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야구스페셜] 매니 라미레즈가 진정으로 필요한 팀은 과연 어디?
[야구타임스 | 김홍석 기자] C.C. 싸바시아, 마크 테세이라와 더불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매니 라미레즈(37)의 소속 팀이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스프링 캠프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고 25일(현지시간)부터 시범경기가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특급 스타의 소속 팀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매니는 72년생으로 올해 37살이 되었다. 그 적지 않은 나이와 불성실한 태도, 그리고 최소 연평균 2000만불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연봉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매니는 여전히 매력적인 타자다. 세인트루이스 카더닐스의 ‘괴물 타자’ 알버트 푸홀스는 구단 측에 라미레즈와 함께 뛰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고, 뉴욕 메츠의 일부 팬들은 ‘라미레즈를 영입하라’며 시위까지 벌였을 정도다.
그렇다면 정말로 매니 라미레즈라는 타자가 필요한 팀은 어디일까. 그를 영입할 만한 자금력이 있으면서도 그의 영입으로 최고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만한 팀은? 지금부터 외부적인 조건들은 잠시 접어둔 채, 라미레즈라는 한 명의 선수로 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팀들을 살펴보자.
▶ LA 다저스
정확한 사실은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만이 알겠지만, 현재 라미레즈에게 가장 근접해 있는 팀이 LA 다저스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저스를 제외하면 초기에 관심을 보였던 팀들 대부분이 일차적으로 라미레즈 영입에 손을 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후반기에 라미레즈의 엄청난 활약(53경기 17홈런 53타점 .396) 덕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던 다저스는 여전히 큰 것 한 방을 터뜨려줄 수 있는 타자가 부족하다. 이미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앤드류 존스를 방출시켰고, 제임스 로니나 맷 켐프, 안드레 이디어 등도 20홈런 정도가 고작이다.
앤드류 존스의 연봉을 지불유예 했고, 데릭 로우와 브래드 페니는 팀을 떠났으며 그렉 매덕스와 제프 켄트는 은퇴했다. 거액의 FA 영입이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에, 여유자금은 충분한 상황. 라미레즈를 영입할 수만 있다면 다저스는 리그 정상급 팀으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 다저스의 최후통첩을 받은 매니 라미레즈 ⓒDodgers.mlb.com
하지만 여전히 난관이 남아 있다. 라미레즈와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4년 이상에 연평균 2500만 달러 이상의 조건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그에 대응해 2년간 4500만불의 제안을 했던 다저스는, 이제 그 조차도 철회하고 연봉 2500만불의 1년 계약을 제안한 상태. 1년 후 다시금 FA를 노려보라는 일종의 최후통첩이다.
과연 매니 라미레즈는 일반적인 예상대로 다저스에 둥지를 틀게 될 수 있을까? 사실 그에게는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 린스컴-맷 케인-랜디 존슨-배리 지토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선발진과 벤지 몰리나(08시즌 16홈런 95타점)가 4번 타자일 정도로 볼품없는 타선.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진과 가장 빈약한 타선이 공존하는 팀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그런 만큼 라미레즈의 영입에 성공하기만 하면 이 팀의 운명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라미레즈의 엄청난 능력이 발휘되기만 하면 타선의 질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이언츠는 그러한 한 명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불과 2년 전까지 이 팀에는 배리 본즈가 있었다. 본즈가 괴물모드로 변신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샌프란시스코는 본즈가 출장한 경기(553승 434패 .560)와 빠진 경기(142승 164패 .464)에서의 승률차이가 엄청났다. 금지 약물 복용 문제와는 별개로, 팀 내에서 본즈의 영향력이 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당시의 본즈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니 라미레즈라는 타자는 알버트 푸홀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더불어 그나마 본즈를 대신할 수 있을만한 가장 유력한 타자가 아니던가.
55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매니 빙 매니’로 대변되는 라미레즈가 적격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ESPN>은 자이언츠가 여전히 매니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매니가 자이언츠행이 이루어진다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나머지 팀들은 모두 긴장해야 할 것이다.
▶ LA 에인절스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이 팀의 숙제는 ‘괴수’ 블라드미르 게레로의 타격 파트너였다. 지난해 후반기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마크 테세이라를 영입하면서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둘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디비즌 시리즈에서 나란히 15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지만, 단 하나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하는 바람에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
테세이라는 FA가 되어 양키스로 이적했고, 오랫동안 에인절스의 간판타자로 활약해 온 개럿 앤더슨(15홈런 84타점)도 새로운 팀을 물색 중이다. 지난해 5년간 9000만 달러를 투자해 영입한 토리 헌터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중견수 수비수이자 좋은 타자이지만 21홈런 78타점이라는 성적은 그 기대치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한다. 2년 전에 영입한 게리 매튜스 주니어(5년 5000만불)는 금지약물에 연루되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백업 멤버로 전락할 지경이다.
테세이라와 앤더슨의 빈자리는 유망주 출신으로 그 동안 자리를 잡지 못했던 랍 퀸란과 켄드리 모랄레스가 대신한다. 하지만 이들의 지난해 성적은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퀸란은 68경기에 출장해 1홈런 11타점 .262의 타율을 기록했고, 모랄레스는 27경기에서 3홈런 8타점 타율 .213을 기록했을 뿐이다.
1선발부터 5선발까지 모두 15승이 가능할 정도로 막강한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기에,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는 감히 견줄 수 있는 팀이 없지만, 최근의 5번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단 한 번밖에 승리하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2005년 이후 게레로를 제외하고는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고, 그 게레로(08시즌 27홈런 91타점)조차도 최근에는 2년 연속으로 30홈런에 실패하며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그렇기에 게레로와 더불 막강 타선을 구축하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타자의 영입이 절실하다. 그 선수가 매니 라미레즈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 토론토 블루제이스
지난해 양키스의 공동 구단주였던 행크 스타인브레너는 아메리칸리그 4위, 메이저리그 전체로 봐도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둔 양키스(89승 73패)는 탈락하고, 그보다 성적이 뒤처지는 LA 다저스(84승 78패, NL 8위, ML 15위)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을 두고 현행 ‘디비즌 제도’를 맹렬히 비난했다. 자신들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양반이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지난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레드삭스와 양키스라는 양대 산맥에 가로막혀왔고 더군다나 지난해에는 변신에 성공한 템파베이까지 지구 선두로 부상하는 바람에 다저스보다 2승이나 더 거두고도 지구 4위에 그친 토론토 블루제이스(86승 76패)만 하겠는가. ‘억울함’을 논하자면 그 어떤 팀도 토론토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사실 이 팀은 강하다. 레이스-레드삭스-양키스의 틈바구니에서도 거뜬히 5할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 약할 리가 있겠는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가 아니라 나머지 5개 지구 소속이었다면, 그 어떤 팀과도 겨뤄볼 수 있을만한 저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86승 가운데 무려 71승이 선발승일 정도로 탄탄한 선발진, 로이 할라데이(20승 11패 2.78)라는 리그 최고의 우완투수를 비롯해 제시 리치(13승 9패 3.58), 더스틴 맥고완(6승 7패 4.37), 션 마르컴(9승 7패 3.39)으로 이어지는 영건 선발진은 A.J. 버넷(18승 10패 4.07)이 빠졌어도 리그 최정상급으로 손꼽힌다. 거기에 WBC 미국 대표팀에 뽑힌 마무리 투수 B.J. 라이언(32세이브 2.95)까지. 토론토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3.49)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런 반면 타선은 상당히 빈약하다. 버논 웰스, 알렉시스 리오스, 라일 오버베이, 스캇 롤렌 등은 좋은 선수이긴 하나 팀의 중심이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이들이 이끈 타선은 지난해 AL 14팀 가운데 11위에 불과한 714득점에 그쳤다.
여기에 매니 라미레즈가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4번 타자로는 부족하지만 중심이 될 만한 선수가 있다면, 그를 보조해줄 수준으로는 최적의 멤버들이다. 만약 토론토가 매니를 영입하게 된다면 레드삭스와 양키스 그리고 템파베이까지 누르고 지구 1위가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토론토가 라미레즈를 영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팀을 보고 있노라면 연민의 정이 불끈불끈 솟구치기에 다소 발칙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어쩌면 토론토 블루제이스야 말로 매니 라미레즈 영입의 효과를 가장 제대로 누릴 수 있는 팀이 아닐까.
// 김홍석 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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