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현희 객원기자] 2001년 오프시즌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래 없는 연봉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던 해였다. 해당 년도에 FA를 취득한 선수들은 그 평가에 비해 다소 과한 연봉을 손에 거머쥐었는데, 당시 LA다저스 소속으로 2000 시즌에 18승을 거두었던 박찬호 선수도 만약 이 시기에 FA를 취득했다면 ‘투수 최고액’을 경신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당시 다저스 케빈 말론 단장은 2000 시즌 직후, FA를 1년 앞둔 박찬호에게 7년간 7,700만 불을 제시한 바 있다. 만약 당시 에이전트였던 보라스의 조언을 듣지 않고 박찬호가 다저스와 장기계약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당시 팀 동료였던 데런 드라이포트는 그의 야구인생에 있어서 그렇게 많은 연봉을 손에 쥐지 못했을 것이다(당시 5년간 5,500만 달러로 다저스와 계약).

당시 주요 FA들 중에는 유난히 많은 A급 선수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이 중 알렉스 로드리게스, 데릭 지터, 매니 라미레즈, 마이크 햄튼, 데니 네이글,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무시나등이 장기계약을 통해 거액을 손에 넣었고, 이에 자극을 받았던 게리 셰필드(당시 LA 다저스)는 오프시즌간 연봉 인상을 요구한 바 있다.

2002년 오프시즌에도 2001년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일부 선수들이 많은 연봉을 받으며 계약에 성공했다. 제이슨 지암비는 오클랜드에서의 파괴력을 바탕으로 양키스와 7년 동안 연평균 1,700만불의 계약에 성공했으며, 박찬호도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불 계약에 성공하였다. 당시 FA 투-타 최대어였던 이들은 각 포지션에서 그 어떠한 선수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성공시대를 이어가는 듯 했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8~9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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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예의 전당’급 성적을 올린 선수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2001~2년도에 FA로 계약한 선수들 가운데 연봉에 걸맞는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 중 하나다. 기록만으로 놓고 보면 그는 역사가 되고 있다.

그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간 2억 5천 2백만 달러에 계약한 이후 7년간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해 줌은 물론, 계약기간 동안 AL MVP를 세 번이나 차지했다. 여기에 ‘최연소 500홈런’이란 기록은 그에게 800홈런도 어렵지 않음을 말해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로드리게스는 텍사스와의 10년 계약 당시, 계약의 7년 되는 시점에서 FA를 선언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2007년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었고, 양키스는 10년간 2억 7천 5백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그를 영구히 양키스에 잔류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새로운 계약이 적용되었던 첫 해인 작년, 로드리게스는 35홈런-103타점을 기록하며 1998년 이후 이어온 연속 30홈런-100타점 기록을 11년으로 연장시켰다.

통산 564 홈런을 기록 중인 로드리게스의 현재 나이는 불과 34세다. 그러나 그는 지난 오프시즌 중에 금지약물 사용을 시인하며, 그 기록에 스스로 먹칠을 해 버리고 말았다. ‘레전드급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그가 과연 은퇴 이후 명예의 전당에 가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데릭 지터는 매 시즌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시즌만 끝나면 3할을 기록하고야 마는 ‘양키스 프랜차이즈 스타’다. 한 팀의 주장으로서 매년 3할 타율, 200안타 이상을 보장해준다면 그에게 투자한 1억 8천만 달러가 아깝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그 팀은 뉴욕이라는 거대 시장을 가지고 있는 양키스다.

올해 35살을 맞이한 지터는 1996년 이후 매년 150안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0안타 이상을 기록한 경우는 총 6번이며, 올해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생애 7번째 200안타를 기록할 수 있다. 2009년 6월 27일 현재, 지터는 통산 2,619개의 안타를 기록 중이다. 3,000안타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물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는 지터는 2001 시즌 ‘연봉 인플레’를 일으켰던 선수들 가운데 ‘명예의 전당행’에 가장 가까운 후보로 손꼽힌다.

매니 라미레즈는 자신이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는 ‘노력파 천재’다. 이에 보스턴 레드삭스도 2001 시즌 직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FA로 물린 라미레즈에게 8년간 1억 6천 8백만 달러를 쥐어준다. 큰 부상 없이 레드삭스의 일원으로서 월드시리즈 반지와 MVP를 동시에 거머쥔 라미레즈는 1998년부터 2006년도 까지 9년 연속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533홈런, 2,424안타, 1,745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라미레즈는 기록만 놓고 보면 당장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도 2009시즌 중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이며 50경기 출장을 당하면서 그 명성에 흠집을 냈다. 이 점이 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로드리게스와 라미레즈의 기록적인 계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부채질을 했던 것은 4년간 6800만 달러의 계약으로 소속팀 토론토에 남았던 카를로스 델가도다. 델가도는 4년 동안 146홈런 454타점을 기록하며 여전히 팀의 중심타자로서의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플로리다 말린스와 뉴욕 메츠를 거친 델가도는 현재까지 473홈런 1512타점을 기록 중이며, 스테로이드 문제에 있어서 아직까지 자유롭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다시 한 번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는 선수다.

▷ ‘먹튀’로 전락했던 선수들

반면 거액을 손에 넣고도 ‘먹튀’로 전락한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콜로라도의 마이크 햄튼은 2001년도 오프시즌에서 당시 투수 사상 최고액으로 계약했으나 5점대 방어율과 3할 타율이라는 투-타 역전 현상을 발생시키며 혼자서 실버 슬러거상을 독식(?)했다. 이후 애틀란타로 둥지를 옮겼으나 재기에 실패하고 부상자 명단을 전전했다. 올 시즌에는 고향팀인 휴스턴 에스트로스로 돌아와 4승 5패, 방어율 4.70을 마크하고 있다.

콜로라도의 데니 네이글 역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스타 플레이어였으며, 2000년 양키스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탕으로 당시 5년간 5,5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바로 이듬해에 바닥을 드러내며, 콜로라도의 먹튀로 전락했다. ‘명예의 전당’은 고사하고 2003시즌 직후 성추행 혐의에 휘말리며 계약기간을 2년 남겨두고 콜로라도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FA로 다시 풀린 이후 템파베이 레이스에서 재기를 노렸으나, 은퇴 후 현재는 쓸쓸히 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 투수들 중에서 박찬호와 데런 드라이포트도 몸값에 걸 맞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박찬호는 2001 시즌 직후 텍사스와 5년 계약을 맺었지만, 계약기간 동안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던 것은 2005년 단 한 번뿐이었다. 또한 드라이포트는 ‘골든 스파이크상 수상자(전미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계약기간 동안 단 9승에 머물며 은퇴를 선언했다.

2001시즌 직후 양키스와 거액에 계약했던 제이슨 지암비(통산 406홈런 1316타점)의 경우 제대로 명예의 전당행을 놓친 케이스다. 그는 양키스에서 거액을 받음과 동시에 우승 경험과 커리어만 쌓으면 명예의 전당행은 문제없어 보였다. 오클래드 시절의 지암비는 2~30년대에 맹활약했던 ‘철마’ 루 게릭 이후 가장 뛰어난 양키스 1루수가 될 것처럼 보였다.

계약 초기 2년간은 4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약물문제가 대두되면서 그의 명예와 성적에 모두 흠을 냈다. 2005시즌에 ‘재기선수 상’을 받은 것도 잠시, 그 다음부터는 두 번 다시 ‘지암비다운’ 성적을 내지 못했다. 작년 시즌을 끝으로 양키스와의 계약이 끝난 지암비는 고향팀 오클랜드로 자리를 옮겼지만, 2할 언저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신통찮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약물 문제와 부진이 겹친 지암비는 명예의 전당이 문제가 아니라, 선수 생활을 명예롭게 마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김현희 객원기자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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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Daum 스포츠 해외야구 섹션 전문 칼럼니스트
전 데일리안 스포츠 메이저리그 전문 객원기자
현재 야구타임스 편집기자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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