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위클리 이닝(inning.co.kr)] 박경완이라는 이름 석 자는 와이번스 안에서는 단순한 주전 포수가 아니다. 와이번스 선수들이 뽑은 가장 중요한 선수이고, 김성근 감독이 투수를 교체할 때, 먼저 의견을 물어볼 정도로 와이번스에서 박경완은 너무나도 커다란 존재다. 혹자는 와이번스 전력의 50% 이상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다.

와이번스의 캡틴이자 전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박경완의 아킬레스건이 광주에서 경기 중 주루플레이 미숙으로 인해 파열되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경기총평을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경완이 부상당했다.”라고 짧게 이야기할 정도로 깊은 상실감을 나타냈었다. 많은 언론과 와이번스 팬들은 박경완의 시즌아웃으로 와이번스에게 대단한 위기가 찾아왔노라 하고 이야기한다.

박경완이라는 핵심전력이 빠진 와이번스. 그의 부재가 가져오는 와이번스의 변화는 어떨까??

▷ 주전포수 정상호

27일 트윈스전을 앞둔 김성근 감독은 박경완의 부재에 따른 대안을 묻자 “정상호를 믿어야지...”라고 짧게 대답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어서 “작년 시즌에도 박경완이가 없었을 때 잘 해주었고, 뭐 어제도 기대이상으로 잘 해주었지. 예전보다 많이 올라오지 않았나 싶어. 본인에게는 기회가 될 테니 욕심도 내는 것 같고... 한번 믿고 맡겨봐야지. 의외로 재미있는 결과 나오지 않을까 싶어.”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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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호는 박경완이 부상으로 빠진 후, 문학에서 열린 트윈스와의 삼연전을 모두 승리로 이끌면서 주전포수로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개리 글로버와 좋은 호흡을 자랑하며 외국인 투수의 성공적인 한국무대 데뷔를 이끌어 내었고, 27일 김광현을 이끌고는 트윈스의 에이스 봉중근과의 ‘에이스 맞대결’에서 완승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3경기에서 단 한 개의 도루도 내주지 않았다.

정상호의 투수리드는 박경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박경완이 철저하게 상대 타자의 약점을 공략하는 여우와 같은 투수리드를 한다면, 정상호는 등판한 투수가 던지는 가장 좋은 공을 중심으로 타자를 공략하는 정공법에 해당하는 리드를 보여주었다.

김광현은 한 인터뷰에서 박경완의 리드에 대해서 “투수인 자신이 생각지도 못하는 공을 요구할 정도로 상대 타자의 약점을 공략한다. 간혹 오늘 커브가 정말 좋지 않는데도 그 공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 공을 요구할 정도로 상대타자에 대한 파악이 뛰어나다.” 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박경완의 투수리드는 상대 타자 중심이다. 반면 2경기에서 보여준 정상호의 리드는 달랐다. 26일 개리 글로버와의 호흡은 낮게 깔리는 패스트볼에 각도 큰 커브를 섞어서 상대 타자를 압도하였고, 27일 김광현과의 호흡은 좋은 무브먼트를 보이는 패스트볼의 비중을 올리고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여 패스트볼을 살리는 방향으로 투수리드를 했다. 결과는 두 경기 모두 성공적이었다. 물론 와이번스 투수들의 구위가 워낙 좋아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있겠지만, 정상호의 투수 리드는 생각보다 좋았다.

하지만 아직은 박경완의 리드에 익숙한 탓인지, 투수들과의 호흡은 완전치 않았다. 외국인 투수 글로버는 정상호가 이끄는 대로 시원하게 던졌지만, 김광현은 평소보다 인터벌이 길었고, 포수의 사인에 자주 고개를 돌리곤 했다. 정상호에게는 투수들과 경기 중 많은 대화를 하면서 투수를 좀 더 편안하게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정상호는 공격에서도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이제야 시즌 100타석을 간신히 채운 그는 현재까지 4홈런 19타점 타율 .337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적어도 타격에서 만큼은 박경완의 공백을 느낄 수가 없다. 더군다나 주전으로 출장하면서 타격에 임하는 자세도 조금 변했다. 백업이나 대타로 타석에 등장할 때는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마음에 어깨가 열리면서 잡아당기기 일변도로 스윙을 하던 정상호가 27일 경기에서 봉중근의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 쳐 희생타를 날리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현재까지 정상호는 박경완의 공백을 훌륭히 잘 메우고 있다. 박경완의 부상 이후, 주전으로 맞이한 첫 경기에서 KIA에게 패했지만, 이후 팀은 4연승을 달리고 있다. 5경기에서 6안타(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공수에 걸쳐 팀에 큰 공헌을 했다. 주전포수라는 자리에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기회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다.

SK 감독실의 화이트보드에는 주전포수로 정상호가 붙여있고, 백업으로는 윤상균이 붙어있다. 이재원이 정상 수비가 안 되는 상황이고, 윤상균의 수비도 1군에서 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2군도 주전 최경철이 부상 중이고, 신인 김정남이 홀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정상호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 지는 이유다. 김성근 감독은 정상호의 받쳐줄 포수가 부족한 것을 이렇게 재미나게 표현하였다.

“최정이 보고 포수 마스크 써보라고 해야겠어...”

▷ 새로운 캡틴 김재현

박경완의 시즌아웃으로 공석인 주장에 김재현이 선출되었다. 야수 쪽 최고참 중 한명인 김재현이 주장에 선출된 것은 얼핏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재현이 캡틴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김재현은 FA로 와이번스로 이적한 선수고, 그간 전 소속팀인 트윈스의 전성시대를 이끈 선수인 만큼 와이번스의 유니폼보다는 줄무늬 유니폼이 더욱 어울리고 친숙한 것으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선수단과 어울리고, 젊은 선수들을 이끌기 보다는 조용히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는 선수라는 평과 함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로 인식돼 왔다.

그런 김재현이 와이번스에 정착 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와이번스의 젊은 좌타자들에게 김재현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몇 년 전부터 김재현에게는 경기 출장 외에도 박재상, 박정권, 조동화 등 와이번스 좌타자들에게 경험을 전수하고, 필요한 조언을 하는 역할이 추가되었다. 박재상은 자신의 롤모델로 항상 김재현을 뽑고 있으며,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그를 치켜세우곤 한다.

박경완은 그간 '안방마님'이라는 별명답게 특유의 친화력으로 와이번스를 이끌어 왔다. 투수들에게는 편안함을 주었고, 타자들에게는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모범을 보이며 와이번스의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왔다. 김재현에게는 박경완 만큼의 친화력은 없다. 하지만 운동선수로는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고도 이겨내는 강한 모습에 후배들은 존경을 표하고 있고, 이런 점은 캡틴으로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게 한다.

올 시즌 김재현은 상당히 부진하다. 다이나믹한 스윙을 하는 김재현에게 하체의 안정감은 필수인데, 하체가 고정되지 못하고,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캡틴이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늘 역경을 이겨냈던 김재현이기에 캡틴으로서, 그리고 와이번스의 3번 타자로서 다시 한 번 일어설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인다.

▷ 투수들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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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기고 싶었다. 특히 박경완 선배님이 안 계셔서 더 이기고 싶었다.”

27일 봉중근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김광현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김광현을 비록한 와이번스의 투수들은 다소 박한평가를 받곤 한다. 바로 박경완이란 최고의 포수가 던지라고 하는 데로만 던지면 이긴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재로 투수들이 좋은 투구를 하고 인터뷰할 때 항상 하는 멘트는 동일하다.

“박경완 선배님의 리드대로 던져서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원투펀치 김광현과 송은범, 영건 좌완 듀오 고효준과 전병두 등 와이번스의 젊은 투수들은 박경완의 편안한 리드 덕분에 다른 투수들보다 손쉽게 승리를 만들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박경완의 귀신과 같은 투수리드 때문으로만 이겨온 것도 아니다. 자신이 던지는 공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자신있게 뿌려왔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이다.

온실 속에서 자라온 화초라는 평을 듣던 김광현은 27일 홀로서기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와이번스의 에이스로서 상대팀의 에이스와의 경기에서 밀리지 않고 마운드에서 더 오래 견디는 책임감을 보여주었다.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9회 구위가 떨어지면서 비록 완봉승은 놓쳤지만,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보여준 책임감과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은 충분히 전해졌다. 그리고 에이스의 이런 투혼은 송은범을 비록한 와이번스의 젊은 투수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고 와이번스 투수들은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오르게 될 것이다.

▷ 긍정의 힘

박경완의 시즌아웃은 분명 악재중의 악재이다. 하지만 박경완의 부재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노장 박경완이 언제까지나 와이번스의 안방마님일 수는 없다. 박경완이 빠진 지금의 상황은 정상호에게 자신의 잠재력을 맘껏 폭발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김재현은 자신의 리더쉽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며, 와이번스 투수들에게는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박경완이 빠졌다고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보다는 각자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린다면 와이번스는 더욱 짜임새 있는 팀일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와이번스의 새로운 마법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

// 위클리 이닝(inning.co.kr)
[사진 : 위-정상호, 아래-김광현, 제공 = SK 와이번스]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기자(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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