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결국 올 것이 왔습니다. 또 한 명의 슈퍼스타인 뉴욕 양키스의
알렉스 로드리게스(33)가 2003년 실시된 도핑 검사에서 두 가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에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com)>의 인터넷 판을 통해 타전되었습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지금 미국 현지의 반응은 장난이 아닙니다. 재작년 12월 미첼 리포트가 발표되었을 당시보다 더욱 충격적이라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까요.


이미 호세 칸세코에 의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었지만, 미첼 보고서에서 그 이름이 빠져있었고 본인 스스로도 부정을 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 ‘적어도 이 선수는 아닐 가능성이 크다’라고 생각되었던 선수 가운데 한 명이기에 그 충격이 더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본즈의 얼룩진(?)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깨줄 깨끗한(???) 선수라고 기대 받았던 에이로드였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그다지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네요. 저 자신도 애써 부정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긴 하지만, 미첼 리포트가 발표된 시점에서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은 스테로이드에 대해서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 있었던 마당이라, ‘경악’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의 엄청난 충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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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메이저리그 관련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이런 식이면 앞으로 메이저리그 안 본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실제 미국에서도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럼 이것을 계기로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큰 타격을 받게 될까요?


짐작컨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지난해 불어 닥친 경제 한파로 인해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메이저리그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연속 역대 최다 흥행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단 1% 정도의 관중만 감소했을 뿐이죠.


스테로이드가 공식적인 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12월에 있었던 발코 스캔들(세계 신기록 보유자였던 육상 스타 팀 몽고메리와 매리언 존스, 배리 본즈 등이 제약 회사인 발코로부터 스테로이드를 공급받았다는 사실이 폭로된 사건)이 세상에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부터였습니다.


그때부터 메이저리그는 긴장하면서 차후의 대비책 마련에 들어갔죠. 하지만 2004년 10월 이미 선수시절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바 있다고 고백한 켄 캐미니티(96년 NL-MVP)가 그 후유증으로 보이는 심장마비로 41세의 나이로 급작스럽게 사망하고, 석 달 후 칸세코가 자신의 자서전 ‘약물에 취해(Juiced)’에서 배리 본즈를 걸고넘어지면서 이미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말았습니다. 메이저리그의 대응은 이미 한참이나 늦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장에는 구름 관중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라는 지난 20년 동안 메이저리그를 대표했던 두 아이콘이 추악한 스캔들에 연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파는 비교적 미미했던 것이죠.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금지약물 복용과 관계없이 야구는 그 자체로 재미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야구라는 종목은 리그의 수준 차에 따른 재미의 감소를 가장 느끼기 힘든 스포츠 가운데 하나죠. EPL이나 국가 대항전과 견주어 비교적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국내 K-리그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야구는 그 스포츠가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어디든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스몰볼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빅볼은 또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습니다. 홈런이 많이 나오면 난타전을, 투수력이 리그를 지배하면 환상적인 피칭을 즐기면 되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입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결과로 홈런이 양산되었다고 해서 야구 자체의 재미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한 명이 또다시 금단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구 자체의 재미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이고, 한 명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홀로 게임을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본즈가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9분의 1이었다고 해도, 그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지는 못했었죠.


극소수의 팬들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외면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어린 팬들이 야구를 보기 시작할 것이고, 기존의 관중들은 새롭게 구축된 ‘MLB 네트워크’를 통해서 더욱 편하게 야구를 즐기게 될 겁니다.


이번에 보도된 2003년의 도핑 검사는, 향후 메이저리그에 스테로이드 금지 규정 도입을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가 그 결과를 ‘비밀’에 붙일 것을 조건으로 하여 실시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에 벌어진 일은 어찌되었건 간에,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그러한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그러한 검사가 행해졌던 것이죠.


만약 에이로드가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팬들에게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선수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양심일 것입니다. 또한 혹시라도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그 대가도 치러야 할 겁니다.(당시 메이저리그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의사의 허락 없이는 구입 자체가 불가능한 물건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선상에서 이번 일을 누설한 이들에게도 그에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보도한 <SI.com>의 기자는 4명의 밝힐 수 없는 정보원으로부터 에이로드의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을 확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그 4명은 약속을 어긴 죄로 처벌 받아야 마땅합니다. 이번 일은 일반적인 ‘양심선언’과는 그 궤를 달리하니까요. 그들 4명 역시도 자신들의 양심을 저버리고 약속을 어긴 것에 불과합니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지 않고도 에이로드는 2005년과 2007년에 환상적인 스탯으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금단의 영역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네요. 이 오명은 영원히 그의 뒤를 따라다닐 테고, 그것은 응당 자신이 책임져야할 업보로 남을 것입니다. 자업자득이니 할 수 없는 일이죠.


다만 바라는 것은 그가 본즈나 클레멘스처럼 청문회 등의 법정에 불려가서 추한 모습을 보이질 않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씻을 수 없는 오명으로 남는다 하더라도,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깨끗하게 시인하고 모두 앞에서 무릎 꿇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군요.


스테로이드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자제하지 못하고 손을 뻗는 것은 잘못이되, 용서 받지 못할 정도의 ‘인간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고,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발뺌하려는 것은 ‘용서받을 자격조차 박탈해 버리는 더욱 큰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 만약 <SI.com>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솔직하게 인정하길 바랍니다. 어쩌면 팬들은 ‘거짓말 하는 뻔뻔한 영웅’이 아니라 눈물과 콧물을 흘려가며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일그러졌지만 인간적인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르니까요.


에이로드마저 본즈와 클레멘스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그를 응원하는 팬들을 정말 슬프게 만드는 일일 것 같네요.


//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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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Daum 스포츠 해외야구 섹션 전문 칼럼니스트
전 데일리안 스포츠 메이저리그 전문 객원기자
현재 야구타임스 편집기자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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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로드, 2003년 검사에서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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