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셀릭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야구타임스 | 김홍석] 지금부터 최근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나고 만 한 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M이라는 고등학교에 한 교장이 새롭게 부임했다. 하지만 그가 부임한 학교는 인근의 N과 F라는 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인근의 중학생들도 M보다는 나머지 두 개 학교를 선호했으며, 지역 주민들도 M학교를 그다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바로 옆 학교인 N에는 전국은 물론이고 ‘세계 생물 올림피아드’에서도 금메달을 딸 정도의 특출난 천재가 학교 전체의 면학 분위기를 주도했고, 해당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신설된 F학교에서는 ‘짧고 굵게 최선을 다하자’라는 교훈 아래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여러 가지로 고민하던 M학교의 교장은 묘수를 하나 생각해냈다. ‘정직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자율적인 학생’이라는 새로운 교훈을 내걸더니, 앞으로는 시험을 칠 때 선생님들이 학생을 감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정직하고 자율적인 학생’을 기르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뒤로한 채 시험 기간이 다가왔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인가 싶어 긴가민가하던 학생들은 전교에서 10위권에도 들지 못하던 m과 s라는 두 명의 학생이 대놓고 커닝을 하면서 갑작스레 전국 모의고사에서 1,2등을 차지하자 그 효과에 깜짝 놀라게 된다. 선생님들이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박수를 쳐주고,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입은 교복만 봐도 이전과는 달라진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이에 너도나도 커닝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양심을 지키겠다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엄청난 효과를 직접 목도하고 체험한 학생들은 그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특히 m과 s가 새롭게 1등으로 올라서기 전까지 교내 1위를 독식하고 있던 b라는 학생은 가장 적극적으로 커닝에 동참한다. 그 결과 b는 곧바로 m과 s를 제치고 전국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역 주민들은 M학교를 완전히 달리 보게 되었으며, 지역의 자랑이라고 소리 높여 칭송했다. 엄청난 후원금이 장학금 명목으로 들어오면서 학비는 물론 충분한 용돈까지 지급되었으며, 학생들은 그 교복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꼈다. 그 공로로 인해 학교의 교장은 20년에 가까운 임기를 보장받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96년 전국 1등에 빛나는 졸업생 k가 양심선언을 해버리더니,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다. 3개월 후에는 또 다른 엘리트 졸업생인 c가 자서전을 펴내면서 M학교에는 커닝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까발렸다. 때마침 바로 옆 지역에서도 커닝 스캔들이 터지면서 ‘세계 물리 올림피아드’ 남녀 1위가 동시에 금메달을 박탈당하고 소속 학교에서 퇴학당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덕분에 M학교는 난리가 났다. 해당 지역 교육청은 특별 감사를 실시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 b학생을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커닝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 알려졌다. 간신히 퇴학만은 면했지만, 이후 명문대 진학은 힘들어졌다. 이미 한 해 일찍 조기 졸업을 한 m학생은 명문대 입시 시험에서 두 번이나 낙방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특별 조사단을 따로 마련하였고, 그 결과 r이라는 문과 최고의 우수생도 커닝에 동참하였음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걸려든 학생은 무려 88명에 달했다. 학교는 난리가 났고, 너무나도 많은 인원이라 퇴학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는 없었지만, 학교의 명예는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이렇게 3학년 학생들이 모두 철퇴를 맞았지만, 그래도 M학교에는 희망이 있었다. 세계 올림피아드는 물론 장차 노벨상 수상까지 가능하다고 일컬어지는 천재가 2학년에 재학 중이었기 때문. 성실한 공부습관을 가지고 있었던 a라는 이 학생은 입학 전부터 세계가 주목하는 천재였기에 그에게 커닝 따위는 필요치 않았을 것이라고 모두가 믿었다.

하지만 자서전을 펴냈던 c는 자신이 직접 a에게 효과적으로 커닝하는 방법을 가르쳐줬었다고 폭로한 바 있으며,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한 열등생은 ‘우리 반에서 조금의 부정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던 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d뿐이었다’는 말로 a의 부정행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었다.
그래도 모두가 믿었다. a만이 실추된 학교의 명예를 되살려 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존재 때문에 여전히 지역 주민들은 M이라는 학교를 인정했고, 자신들의 자녀를 그곳에 입학시키고 싶어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자체적으로 심층 조사에 임한 한 교육감이 놀라운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 학교에는 커닝 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할 무렵에, 교사들과 학생회가 합의하여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자체적인 조사를 실시한 바 있었다. ‘눈 감고 손들기’로 진행된 이 조사에서 104명의 학생들이 적발 되었지만, 이 조사는 비밀에 붙이기로 모두가 합의를 한 상태.
하지만 평소 a라는 학생을 의심하고 있던 교육감은 4명의 관계자를 구슬려서 그들의 입에서 “a도 당시 조사에서 적발된 바 있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이 소식을 교육청에 보고한다. 충격은 다시 한 번 M학교와 지역 주민들을 휘감았다.
결국 a는 1학년 2학기 때 커닝을 했다고 실토했지만, c에 의하면 a가 커닝 방법을 배운 것은 1학년 1학기 때였기에 ‘사건 축소’의 의혹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정직한 a가 학교의 명예를 회복시켜줄 것이다’라고 외치고 다니던 M학교의 교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그는 이미 104명의 명단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자, 과연 이 사건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사건의 모든 원인과 전개과정, 그리고 그 결과까지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104명의 명단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가장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도 이 모든 사실을 애써 은폐하려고 했던 사람은? 자신이 묵인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며, 학교를 무대로 돈 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다, 이 사건의 시작은 M학교장이다. 모든 전개 과정을 속 시원히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정말 철퇴를 맞아야 할 사람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서전을 써낸 졸업생 c는 “방향이 잘못되었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교장과 교감을 추궁해봐야 한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사건의 뿌리부터 뽑고 싶다면, a,b,c,k,m,s,r 등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도록 부추기고, 그것을 묵인해주었으며, 그를 통해 학교를 장사치의 소굴로 만들어버린 교장부터 잡아들여서 치밀한 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 교장의 이름은 ‘버드 셀릭’이다.
한편, 그 지역과는 아주 멀리 떨어진 또 다른 곳에 위치한 K라는 학교에서도 M학교의 성적이 급등했던 것과 비슷한 시기에 학생들의 성적이 갑자기 상승했다가 다시금 하락했던 적이 있다. 특히, 이 학교는 겨울만 되면 학급 단위로 자주 M학교가 위치한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가서 여러 가지를 배워오곤 했다. K학교가 위치한 지역의 주민들 역시, 지금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을 지금 느끼기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출연진 - MLB(M학교), NBA(N학교), NFL(F학교), 마크 맥과이어(m), 새미 소사(s), 배리 본즈(b), 로저 클레멘스(b), 알렉스 로드리게스(a), 호세 칸세코(c), 켄 캐미니티(k), 쉐인 모나한(a와 같은 반이었던 열등생), 댄 윌슨(d), 특별출연 : 마이클 조던(N학교의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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