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의 '쓴 소리'가 주는 '쾌감' 혹은 '불쾌감'
[야구타임스 | 이준목] 김성근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계에서 거침없는 소신발언을 통해 ‘쓴 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을 통틀어 김성근만큼 야구계 현안에 대하여 직설적으로 소신을 드러내는 인물도 찾기 어렵다. 김성근 감독의 말은 사소한 멘트라도 거의 매일 기사화되고 크게 이슈화되어 팬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뜨거운 감자’다.
김성근 감독의 말이 이슈화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야구계 원로’의 입장으로 최근 야구계를 둘러싼 중요한 현안들을 비평할 때다. 전면 드래프트제, 끝장 승부,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 부활, 스피드 업 등 최근 논란을 일으킨 정책이 시행되거나 사라질 때마다 현역 최고령 감독인 김성근은 비판의 최전선에 서서 KBO의 탁상행정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때로는 엇갈린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순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많은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의견에 깊은 공감을 보냈다. 무엇보다 구단의 이해관계와 주변의 여론에 눌려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 힘든 야구계의 풍토에 맞서, 당당히 야구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감독의 용기는 많은 팬들에게 박수를 받을만 하다.
두 번째는 ‘감독 본연’의 입장으로 돌아와 프로야구 시즌 판도를 품평하는 순간이다. 자신의 팀이나 선수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도 있고, 상대팀의 전력이나 상황을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김성근 감독이 지나치게 ‘자신 혹은 자기 팀 중심주의적’ 시각에 갇혀 도를 넘어선 언론플레이와 월권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최근 LG 에이스 봉중근의 잔여 시즌 출장포기 소식을 전달받고 “마지막까지 해야지.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김성근 감독은 부정했지만, 정작 SK와 아슬아슬한 1위 경쟁을 벌이는 KIA와의 잔여경기를 남겨두고 LG가 에이스를 시즌아웃시킨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문제는 김성근 감독이 불과 얼마 전에 봉중근의 ‘혹사’에 대한 우려를 직접 거론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봉중근은 3월 WBC 참가부터 시즌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으로 한때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을 만큼 혹사 우려를 지적받았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는 김성근 감독은 몇 달 전에 봉중근의 기량을 극찬하면서 “그만한 기량을 지닌 투수는 꾸준히 관리를 잘 해줘야한다.”며 조언을 하기도 했다.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아서 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꾼 것도 문제지만, 특정 팀 감독이 타 팀의 선수기용에 대하여 논하는 것 자체가 발언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김재박 감독은 “왜 다른 팀 감독이 남의 팀 선수기용까지 간섭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재박 감독과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SK 내야수들의 2루 수비를 둘러싼 논쟁으로 한바탕 설전을 주고받은바 있다.
김성근 감독의 논란성 발언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KIA전 연패 이후 판정의 오심과 심판 배정문제를 거론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2008년에 SK 투수들의 빈볼성 투구가 논란이 되었을 때는 “경기 중 상황에 따라 때로는 빈볼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는 발언으로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얼마 전에는 “삼성의 4강행이 확정적이다”라며, 4강 경쟁자인 롯데와 히어로즈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자신이 과거에 지도했던 감독들의 현역 시절을 거론하며 기량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물론 때로는 실제보다 과대포장된 것도 있고, 김성근 감독이 잡담하듯이 던진 발언 하나하나까지 모두 기사회하여 자극적인 이슈를 만들려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역시 그만큼 언론을 활용하는데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심리전의 대가로 꼽히는 김성근 감독은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를 통하여 상대와 신경전을 펼치는 가하면, 자기 팀 선수들을 옹호하거나 또는 자극하는 도구로서 활용하기도 했다.
문제는 쓴소리이건 단소리이건 때와 장소를 구분해야한다는 점이다. 말의 무게를 결정짓는 것은 단지 소신만이 아니며, 논리의 일관성과 표현방식,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가 밑바탕에 있어야한다. 적지 않은 야구팬들이 김성근 감독의 말을 싫어하는 것은, 김성근 감독이 타인의 잘못을 비판함에 있어서는 공격적이면서도, 자신이나 자기의 팀 이득에 반하는 상황에 되면 지나치게 자기방어적으로 합리화를 시키려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반평생 한국야구계에서 이방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주류로부터 배척당해온 아픔이 있다. 그때는 김성근 감독이 자신의 목소리를 호소할 수 있는 창구가 언론밖에 없었다는 한계도 있었다. 앞으로도 김성근 감독같이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어른도 한국야구계에 필요하다.
하지만 그 말의 무게가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김성근 감독도 게임의 룰을 지켜야한다. 다른 야구인들의 입장이나 권위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기반성보다는 주변의 오해와 편견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소신이 아니라 피해의식일 뿐이다.
김성근 감독은 자신을 여전히 야구계의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오히려 그 포용력과 배려의 부족이 그와 SK의 야구를 필요 이상의 편견 섞인 이미지로 고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이켜볼 때다. 정말 옳은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받아들이는 이들이 김성근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이유로 거부감부터 느낀다면 그것은 곤란하지 않겠는가. 소신이 지나치면 독선이 되고, 훈수가 지나치면 월권이 된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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