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권철규] 어려운 조건 속에 4강 진출을 노렸던 히어로즈의 위대한 도전이 결국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히어로즈가 얻은 소득역시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히어로즈의 약진을 중간에서 묵묵히 받혀줬던 투수 중에는 오재영이 있었다. 2004년 혜성처럼 나타나 신인왕을 차지한 후 극심한 부진 속에 힘든 시절을 보내기도 했던 그는 군복무를 마치고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팬들 앞에 돌아왔다. 9월의 어느 날 목동 구장에서 오재영을 만났다.

Q. 조금 민감한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2004년 데위와 동시에 신인왕까지 수상했는데 그 후 2년간 긴 부진에 빠졌다. 당시 부진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2005년 캠프 때 허리를 다쳤다. 훈련을 쉬면서 부상 관리에 신경을 써야 했는데, 욕심 때문에 그러질 못했다. 통증 때문에 통증이 덜한 투구 폼으로 던지려다 보니 전반적인 밸런스가 무너졌었다. 05년 전반기에는 승수를 챙기지 못했을 뿐 공이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승수를 챙기지 못하다보니 조바심 때문에 스스로가 쫒기는 기분이었다. 심리적으로도 위축이 되었고, 부상에 심리적인 문제까지 겹쳐 후반기에는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Q. 그러면 2006년에도 허리가 문제였나? 시즌 초에는 상당히 좋았던 기억이 나는데

허리문제는 없었다. 말한대로 초반 3~4경기까지는 나쁘지 않았는데 심리적으로 많이 쫓겼다. 2005년을 실패한 이유도 있었고 또 다시 부진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 이유가 가장 큰 문제였다.

Q. 2005년에 부진 할 때 팬들과 일부 에서는 신인왕을 차지한 후 긴장이 풀리거나 방심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까봐 시즌 후에도 열심히 준비했다. 사실 허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끔 좋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고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한꺼번에 탈이 난 것 같다. 내가 갑자기 스타가 되고, 또 허리를 다쳤다고 하니 오해를 많이 받았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많이 서운하고 속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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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무 복무 후 입대 직전과 비교한다면 성공적인 복귀라고 생각 하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 하나?

복귀 하면서 성적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잡지 않았었다. 올해는 내년 혹은 그 후를 위한 첫 걸음 이란 생각을 많이 했었다. 지금은 내가 돌아와서 원래 자리를 잡아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직까지는 지금 내 구위나 모습에 100%는 만족하지 못한다.

Q. 군 입대 전보다 많이 나아 졌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신체적인 측면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다만 성격이 많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입대 전에는 내성적 이었다. 잘못 던진 경기를 빨리 잊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그런 부분들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또 다른 부분은 입대 전보다는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Q. 자신감이라고 했는데, 뛰어난 투수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자심감이다. 그러면 그 자신감이란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가?

투수뿐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에게는 제일 중요한 부분이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투수 입장에서는 얻어 맞더라도 일찍 잊고 다음을 준비 할 수 있어야 한다. 얻어맞았다고 겁내고 나약해 지면 그걸로 끝이고, 거기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감, 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참 어려운 것 같다.

Q. 군 복무 후 보직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바뀌어서 적응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불펜 투수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항상 준비해야 하고, 언제 갑자기 올라가야 할지 모르니 부담이 많다. 선발투수에게 한 점은 어떻게 보면 크지 않은데 불펜투수는 팀의 승패를 좌우 할 수 있는 점수다 보니 힘들다.

처음에는 솔직히 많이 불안했다. ‘내가 여기서 잘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다 6월 중순쯤에 롯데경기에서 4이닝을 던지면서 심적으로 많이 안정이 됐다. 등판 간격도 많이 적응 되었고, 항상 준비하는 부분도 익숙해 졌다.

Q. 불펜에서 투수로 출장하고 있는데 선발 욕심은 없나?

없다면 거짓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투수들의 목표는 선발 투수다. 하지만 감독, 코치님들이 상태를 파악하고 보직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 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지, 거기에 꼭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Q. 좌타자 상대 원 포인트로 많이 등판했다. 조금은 아쉬울 것도 같은데?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 이다.(웃음) ‘아직 더 보여 주고 싶은데, 더 던지고 싶은데...’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런데 야구는 나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상황은 벤치에서 결정 하는 부분이고 거기에 불만은 절대 없다.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만으로 정말 행복하다.

Q. 좌타자 전문 원 포인트 치고는 피안타율이 좋지는 않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좌완 투수가 좌타자에 강한 것은 상대성이지,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좌완 투수 공을 잘 치는 좌타자들도 상당히 많이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론 큰 차이는 없고 항상 내 공을 던지려고 생각하고 그때그때 집중 할 뿐이다. 좌타자 상대 타율이 높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

Q. 좌완 투수 공을 잘 치는 좌타자인 김현수에게 유독 강했다.(7타수 1안타) 김현수를 잡는 특별한 비법이 있으면 말해 달라.

기록은 그렇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간 경우도 있다. 안타 하나는 내야 안타였다. 오히려 내가 현수에게 물어보고 싶다. 내 공이 치기 어려운지.(웃음)

Q. 그러면 특별히 상대하기 힘든 타자나 그 반대의 경우가 있는가?

특별히 그런 경우는 없다. 타석에 잘 치는 타자가 들어온다고 움츠려 들거나, 아니면 반대로 시즌 성적이 안 좋은 선수가 들어온다고 쉽게 가거나 하지는 않는다. 틀에 박힌 말 같지만 아까 말한 그대로 순간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Q. 히어로즈 팬들은 오재영 선수의 직구 구속이 떨어진 것을 의아해 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투구 패턴 자체를 바꾼 것인가?

아니다. 구속이 떨어진 것이 맞기는 하다. 첫해 내 투구 밸런스에 비해 지금은 70% 정도다. 과거의 밸런스는 꾸준히 찾아가고 있다. 지금은 시즌 중이기 때문에 그것을 찾기 위해 매달릴 수는 없었다. 시즌 끝나고 많은 노력을 하면서 밸런스를 찾는다면 구속도 따라 올 것이다. 과거의 직구를 찾아야 변화구나 다른 부분도 시너지 효과가 발휘 될 것이다. 직구가 살지 못하면 어떤 좋은 변화구를 가지고 있어도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Q. 오재영의 커브는 신인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혹시 커브 이외에 다른 구종을 개발 중 것은 있나?

그간 체인지업 계통의 구질을 많이 던지지 않았다. 시즌 중에 체인지업을 간간히 던졌었는데 아직은 더 가다듬어야 한다. 다음 시즌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Q. 이제 야구 외적인 이야기를 좀 해 보자. 경기장에서 만나본 팬들이 오재영선수가 너무 무뚝뚝하고 까칠하다면 신고를 해왔다. 평소 성격도 그러냐고 묻던데?

(놀라며) 그렇지 않은데, 야구장에서는 가급적 많이 웃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도 경기 끝나고 팬 분들이 싸인 해달라고 하시거나 하면 다 들어 드린다. 낯을 조금 가리는 편이지만 친해지면 잘 웃고 농담도 잘한다.

Q. 특별히 기억나는 팬이 있으면 말해 달라

가식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모든 팬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신인 때부터 부진 했을 때도 항상 주변에서 응원해 주셨다. 상무 때도 경기장 까지 찾아오시기까지 했다. 군 복귀 후에도 잊지 않으시고 옆에 있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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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외모가 잘생겨서 받는 오해도 종종 있을 텐데

(정색하며) 잘생겼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보통은 된다고 생각 한다. 오해를 많이 받기는 하는데 내가 막 노는 이미지로 비춰지나 보다.(웃음) 그런데 막 그렇게 놀러 다니고 그러지 않는다. 외모랑은 다르게(?) 술도 거의 못 먹는다. 가끔은 오해들이 억울할 때도 있다.

Q. 올 시즌 투수들의 타격 외도가 종종 있었다. 본인에게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잘할 자신 있나?

방망이 꽤나 잘 친다(웃음). 웃으시라고 한 말이다. 그런 경우가 있긴 했지만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Q. 그래도 만약에 상황이 된다면 감독님께 자원해 볼 생각이 있나?

그런 기회가 온다면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긴 한데... (골똘히 생각하며) 그냥 지금 하는 거나 더 잘하고 싶다.(웃음)

Q. 학창시절 프로 데뷔전에 TV로 경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좋아 했던 선수가 있었나?

LG 이상훈 선배님의 팬이었다.

Q.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보다도 말인가?

(당황해하며) 아니, 이상훈 선배님이 좌완 투수시고, 나도 좌완이라서 그랬다. 좌완 투수 중에서 그때 가장 잘 하셨으니까 단순히 그 이유로...(오재영은 ‘좌완’이라는 단어를 특별히 몇 번이나 힘주어 강조했다)

Q. 그러면 감독님 하고 코치님은?

감독님은 항상 배울 점이 많으신 분이시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민태 코치님은 룰 모델이다. 현대 시절 같은 선수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고 배운 부분이 너무 많아서 닮고 싶은 선배님이다.

Q.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표를 말해 달라

최선을 다 하겠다고 하면 그건 너무 당연한 말일 것 같다. 이 세상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냥 언제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어떻게든 틀어막고 점수를 주지 않는 투수가 되도록 하겠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도 과정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야구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 야구타임스 권철규
[사진제공=히어로즈]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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