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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4 08:43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야구타임스 ㅣ 손윤 기자] 대한 야구 협회에 신임 회장이 결정된 것에 이어서 '낙하산 논란'으로 뜨거웠던 KBO의 총재에 유영구 명지의료원 이사장이 재추천되었다. 신임 총재로 추천된 유영구 이사장은 야구 발전을 위한 '4대 비전'을 밝혔다. 돔구장 건설과 야구계의 화합, 인프라의 개선, 그리고 명예의 전당 건립을 제시했다. 4가지 중에서 돔구장 건설과 인프라의 개선은 야구의 저변 확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유영구 이사장은 야구계의 숙원인 저변 확대와 관련해서 "프로와 아마가 함께 쓸 수 있도록 남쪽 도시 몇 곳에 훈련장을 계획적으로 짓겠다"든지 돔구장 건설과 관련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훈련장은 둘째치고 과연 돔구장이 야구계의 숙원 사업인지는 회의적이다. 정말 지금 현재 야구계가 시급하게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유소년 야구의 볼모지인 은평구에서 리틀 야구단을 창단하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최한익 감독을 만나봤다.
최한익 감독은 1986년에 조규제와 박진석, 권순구 등을 앞세워서 대통령배와 황금사자기를 차지하는 등 군산상고와 유신고, 경기고 등을 거쳐서 프로급 실업팀이던 현대 피닉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 야구, 같으면서도 다른 것
Q 고교에서 가르칠 때와 리틀 야구는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만.
- 차이점이 매우 큽니다. 리틀야구에서는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이 다 해줘야 하지만, 고등학생 등은 한 번 지시를 내리면 알아서 다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고등학교가 편하다고 봐야겠죠. 사람이라는 게 원래 배운 것을 잊어버리는 존재이지만,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게 더 심하죠. 게다가 야구에 대해서 생각을 깊게 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서 계속해서 반복해서 해줄 수밖에 없어요.
Q 리틀 야구의 경우에는 초등학교와는 달리 매일 하는 게 아니라서 야구를 몸에 익히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그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어요. 야구를 그냥 취미로 한다고 하면 일주일에 2, 3번을 해도 상관이 없지만, 전문적으로 선수를 목표로 한다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빼고는 계속해서 해야 몸에 밸 수 있는 거죠. 어떻게 보면 (선수를 목표로 한다면) 머리로 생각하면서 익힌다기보다는 계속 반복해서 몸에 자연스럽게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감독님은 실력 향상과 즐기는 것 중에서 어느 쪽을 우선시하십니까.
- 저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항상 연습량, 노력 등이 성적으로 연결된다고 봐요. 성적 자체에 얽매이기보다는 열심히 가르치고, 그것을 열심히 배우고, 또한 자신들이 할 의지가 충분했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성적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Q 야구의 교육적인 의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교육적인 차원에서 보면 서로 도와야 한다는 걸 배우는 게 크지 않나 싶어요. 자기보다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는 배려가 야구로부터 배우는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볼을 치는 거야 그렇지만, 공을 던질 때에는 상대가 잘 잡을 수 있도록 정확하게 송구할 필요가 있잖아요. 자신보다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줘야 하고, 모든 팀 경기가 그렇지만 야구도 혼자서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서로가 도우면서 해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는 게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닐지 싶어요.
그리고 신체적인 부분으로 보면 비만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금방은 살이 빠지지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몸매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웃음) 있을 것 같습니다.
Q 어느 직업이나 그렇지만, 어린 아이를 가르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제가 은평구 쪽을 준비하면서 목동 리틀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확실히 초등학교 4학년부터 가르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가르치면서 보면 이걸 못 따라오는 경우도 많죠. 4학년 같은 경우에는 조금만 해도 지치고 지겨워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아이들을 전부다 끌고 가려고 하니까 고등학생들에게 하듯이 할 수는 없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짜낼 수밖에 없어요. 결국에는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어야 해요. 취미로 하는 경우에는 일주일 중에서 토/일요일 두 번 몇 시간씩 하는데, 중간에 잠깐 쉬기도 하지만 힘들죠. 그래도 야구를 배우겠다는 그 열의는 쫓아갈 사람이 없을 거예요.
▶ 야구를 하고 싶어도 할 공간이 없는 현실
Q 현재 은평구에 리틀 야구단을 창단하시려고 하시는 것이 운동장 문제로 답보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 그렇죠. 학교나 공터 등 쓸만한 곳은 다 다녀봤지만, 그게 쉽지가 않더군요. 야구할 곳을 찾아서 돌아다니면서 본 것 중에서 축구장만큼 욕심나는 곳이 없어요. 각 구에 보통 축구장은 수요에 비해서 많은 편이에요. 좀 같이 활용할 수 있다든지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좋겠는데 많이 아쉽죠. 그런 것을 보면 야구가 겉보기에만 인기 종목일 뿐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인프라가 비인기종목이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리틀 야구단을 하면서 구구절절이 느끼고 있지만, 겉과 속이 다른 게 야구인 것 같아요. 정말 걱정인 것은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지금 현재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정말 힘든 상황일 거라는 점이죠.
Q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까.
-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리 해도 안 되어서 어쨌든 공원 쪽으로 해서 활용을 해봤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닌 거예요. 구청 직원이 그래도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주고 해서 고맙죠. 야구를 할 수 있는 땅이 없다는데 어쩌겠어요. 정말 저희들이 바라는 것은 돈을 도와달라는 것도 아니고 땅만 빌려 주면 저희들의 돈으로 시설이나 앞으로 운영 등을 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없으니 (한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Q KBO나 대한 야구 협회는 물론이고 언론이나 야구팬들도 그렇고 다들 프로야구의 구장만을 생각할 뿐 리틀 야구나 학원 야구, 사회인 야구 등은 뛰고 싶어도 뛸 공간이 없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 그냥 큰 곳만 바라보니까 그런 게 많이 아쉽죠. 리틀 야구만 해도 지원을 잘 해주는 곳은 괜찮지만, 전체적으로 힘든 곳이 많아요. 이번에 히어로즈가 어린이 야구단을 만든다고 하는데 한 번 해보면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겠죠. 아마 쉽지는 않을 거예요. 프로도 그렇고 정부도 팬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야구가 몇 몇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회인 야구 같은 경우에는 엄청나잖아요.
Q 축구장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 그렇죠. 축구장을 많이 만드는 것도 좋은데, 그런 것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거죠. 야구가 특별하고 축구가 특별하고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함께 활용할 수 있거나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은평구 같은 경우에는 공원 등을 돌아다녀보면 축구를 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가 있는데, 거기를 함께 사용하자고는 못하겠더라고요.
Q 최근에는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리모델링 등을 하면서 운동장이 좁아지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습니다.
- 요즘 학교 운동장이 좁아져서 야구를 하기에는 대부분이 힘들어요. 땅값이 내리고 있으니까 조금 나아질지는 모르겠다고 기대를 하고도 있지만 (웃음) 야구를 할 수 있는 땅을 구하는 게 엄청나게 힘들어요. 조금 넓은 땅이 있으면 그걸 그냥 나두지 않잖아요. 건물 짓기에 바쁘고 체육공원 등은 생각도 하지 못하죠. 아마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를 껄요 (웃음).

Q 사회인 야구의 경우에도 운동장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사회인 팀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운동장을 안 빌려주면 난리가 날 거예요. 요즘 보면 중학교, 심지어는 규격이 안 나오는 초등학교까지 가서 하고 있어요. 비유가 그렇지만 사회인 팀들이 학교 운동장을 다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안타까운 현실이죠. 한국 야구의 인프라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Q 야구를 할 공간이 없다는 점은 은평구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안양 등과 같이 상황이 좋은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이 야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는커녕 아예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그렇죠. 목동 리틀의 경우에도 목동 야구장 내에 테니스장에서 했는데, 거기에서 쫓겨났어요. (웃음) 그래서 신월 중학교에 가서 하기도 했죠. 그렇게 연습할 곳을 찾아다니고 또 시합하러 다니고 뭔가 안정된 게 없어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다닐 곳도 없을 정도로 안정된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게 현실이죠. 게다가 목동구장의 테니스장 같은 경우에도 야구 전용이 아니라서 위험해요. 그나마 있는 거라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도 못 사용하게 딱 막아버리고 있죠.
Q 지역마다 야구장도 충분히 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솔직히 제가 아쉬운 건 한 구에 축구장은 10개 이상이 되는 곳도 있고, 대부분이 8개 정도는 있어요. 그 중에서 한 두 개만이라도 야구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해요. 10개를 다 사용하고 있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현실은 다 활용되지 않거든요. 그걸 구태여 축구장이라고 못을 박아버려 놓고서는 다른 활용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게 안타깝죠. 우리가 인조 야구장을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맨땅이라도 주면 가꾸어서 만들어가겠다는 것인데. 처음부터 축구장을 8개 만들면 야구장도 2개 정도라도 해주면 좋은데 말이죠.
▶ 역사를 모르는 천박한 시대
Q 행정 등과 관련해서 고위직에 있는 분들을 보면 야구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이유와 연결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상하게도 (야구에) 반감을 가지신 분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다치거나 유리창이 깨지거나 이런 것만 생각해요.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책임자가 있다면 안전하게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어쨌든 이해하기 어려운 선입견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위험한 것으로 치면 어느 종목이든 안 위험하겠어요. 참 답답하죠.
Q 흔히들 야구를 '돈 먹는 하마'에 비유하지만, 사실은 다른 스포츠도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상하게도 야구만 문제가 많은 스포츠로 인식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그렇죠. 야구나 축구나 어느 학원 스포츠나 그 비용은 거의 엇비슷하죠. 또한 야구를 한다고 해서 다들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지금은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런 선입견을 가진 분이 많은 게 신기할 뿐입니다.
Q 누구나 접근 가능한 야구장을 특별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생활 체육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시설이라는 게 한 번 만들어 두면 여러 팀들이 활용할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공간이 확보되면 돈도 안 들게 운영을 할 생각입니다.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인데, 기본적인 공간이 없으니 답답하죠. 즐겁고 재미있게 야구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고, 그 중에서 선수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에는 선수로 갈 수도 있는 것이고, 아니면 취미로 하는 거죠. 이런 게 생활 체육이잖아요.
Q 매우 원론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는데, 감독님에게 "야구"는 무엇입니까.
- 야구는 영원히 배우는 거예요. 예를 들면 흔히들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을 '야신'이라고 하잖아요. '야구의 신'이라고 말해지지만, 그 분이 리틀 야구나 초등학교로 다시 내려오시면 다시 배워야 해요. 야구는 그만둘 때까지 배워야 해요. 끝이라는 게 없어요. 야구라는 게 가르치는 것만 해도 레벨에 따라서 다 똑같이 할 수 없는 것이고, 그리고 시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뭔가 딱 영역이 정해진 것 같으면서도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이 야구라서 그 부분을 또 파고들 수밖에 없어요. 또한 새로운 선수가 오면 그 선수에 맞춰서 해야 하는 것이고, 항상 불변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라서 끝까지 배울 수밖에 없는 게 야구가 아닐지 싶어요. 정해진 답이 없고 그 바닥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게(야구용품점) 앞에 있었던 동대문야구장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몇 몇 야구인들은 하나를 잃는 대신에 몇 개의 구장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느낌이신지 궁금합니다.
- (눈가에 눈물이 고이면서) 역사가 사라진 거죠. 이런 일이 두 번 다시는 없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뭐라고 해도 한국 야구의 역사 그 자체였는데, 그런 역사는 키우기도 힘든 걸 하루아침에 없애버린다는 것은 참 어이가 없는 일이죠. 일본만 해도 코시엔 구장을 리모델링하잖아요. 역사에 대한 인식이 정말 아쉽죠.
게다가 동대문구장에 대한 것 중에서 남아 있는 게 또 없잖아요. 한국 야구의 역사가 거기에 다 있었는데, 거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어요. 정말 우리나라는 뭔가 부족하고, 그냥 허무해요, 허무해요. (쓴웃음) 이게 한국 야구의 현주소는 아닌가 싶어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을 보면 후배이지만 선수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손윤 기자(블로그 : yago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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