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김홍석] 이번 제2회 WBC에서 최강의 위용을 뽐낼 것으로 기대했던 베네수엘라의 원투펀치인 요한 산타나(뉴욕 메츠)와 카를로스 잠브라노(시카고 컵스)가 나란히 불참을 선언했다.
약간의 부상이 있었던 산타나와 발포어는 소속 팀의 설득에 넘어갔고, 잠브라노는 라식 수술의 회복을 이유로 내세웠다. 템파베이 레이스의 특급 셋업맨으로 호주 대표팀의 큰 힘이 될 것 같았던 그랜트 발포어도 훈련을 이유로 참가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 산타나와 잠브라노의 불참을 보도하는 WBC 공식 홈페이지(worldbaseballclassic.com)
이렇듯 각국 대표팀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45인 예비 엔트리가 발표된 후에도 굵직한 선수들이 계속해서 불참의 뜻을 밝히는 바람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이미 예비 엔트리 구성 전부터 참가하지 않겠다는 선수들 때문에 대표팀 구성에 난항을 겪었던 터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할 수 없다는 선수는 늘어만 가고, 그에 따라 각국 대표팀의 전력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미국 대표팀은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팀 린스컴과 클리프 리를 비롯해 로이 할러데이, C.C. 싸바시아, 브랜든 웹 등의 특급 에이스 5인방이 45인 예비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존 랙키와 스캇 카즈미어, 존 댕크스 등이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후에 참가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는 바람에 최종 엔트리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마크 테세이라, 라이언 하워드, 체이스 어틀리, 자쉬 해밀턴, 조 마우어 등의 올스타급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타선도 마찬가지다. 워낙에 선수층이 두텁기에 이들을 제외하고도 우승권에 가까운 막강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지만, 추가적으로 참가하지 않겠다는 선수가 나올 경우에는 전력 누수가 생각 이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더불어 강력한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도미니카 공화국은 매니 라미레즈가 예비 엔트리에서 빠졌고 블라드미르 게레로가 부상 회복을 이유로 출전을 고사한데다 카를로스 페냐까지 출장이 어려워지면서 16개 팀 가운데 최고로 손꼽혔던 타선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저스틴 모노와 제이슨 베이, 러셀 마틴 등이 주축이 될 캐나다 대표팀의 경우, 타선은 좋은 편이지만 빈약한 투수진이 문제다. 출장하기만 하면 캐나다를 단숨에 우승후보로 변모시킬 수도 있을 4명의 뛰어난 선발투수-라이언 뎀스터, 리치 하든, 에릭 베다드, 제프 프랜시스-가 모두 부상 등의 이유로 불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팀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은 마쓰이 히데키와 구로다 히로키를 비롯해 이번에 빅리그로 진출한 가와카미 켄신, 우에하라 고지 등이 엔트리에서 빠졌다. 대만도 간판타자인 첸진펑이 불참하고, 투수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뉴욕 양키스의 왕첸밍과 LA 다저스의 궈홍즈는 지난해의 부상 때문에 구단에서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은 박찬호와 이승엽이 처음부터 참가가 어렵다는 뜻을 밝혀왔고, 그 동안 대표팀 3루를 든든하게 지켜왔던 김동주도 대표 사퇴, 최고의 유격수 박진만도 부상으로 인해 참가 여부가 불투명하다. 국제대회에서 이들이 보여줬던 활약상을 감안했을 때, 2라운드 진출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부상이라는 요소가 존재하는 한, ‘이상적인 전력을 갖춘 100%의 국가대표팀’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전력의 누수가 너무나도 크며, 그 이유도 부상이 아닌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 문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는 있지만 선수들이 불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구단이 원치 않아서’이기 때문이다.
대회 규정상 전년도에 45일 이상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 있었던 선수는 구단의 허락이 있어야만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대표로 뽑힌 선수가 팀의 핵심 전력일 경우에는 프런트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설득하고 있는 형편이다. 자신에게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있는 구단이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면, 선수가 그것을 외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메이저리그가 대표 선수들의 권리를 빼앗고 있다. 유럽의 축구 구단을 본받아야 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메이저리거의 출장이 가능한 WBC가 올림픽보다 그 수준이 훨씬 높은 대회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두 모인 대회’라는 수식어는 이제 그 앞에 붙이기가 조금 민망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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