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지난 3월 열린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일전'은 대회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다. ‘더블 일리미네이션’이라는 독특한 제도로 인하여 같은 대회에서 두 팀이 5번이나 격돌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일전은 WBC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자리 잡으며 화제몰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과 WBC를 통하여 아시아야구는 이제 세계야구의 정상권에 우뚝 선 모습을 보여줬다. 철벽마운드와 발야구, 빅볼과 스몰볼을 넘나드는 현란한 작전구사능력을 앞세워 세계 강호들을 연파하는 아시아야구의 저력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그 중심에는 한국과 일본이 펼친 선의의 경쟁이 있었다.

특히 한국야구로서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위상이 급상승했다. 이전의 한국야구가 일본의 선진화된 야구수준과 인프라를 동경하며 따라가는 위치였다면, 이제는 적어도 국제대회에서는 충분히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동반자적 라이벌 관계로 성장했다고 할만하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이 새로운 야구판 '클래식 더비 매치'를 통해 국제적인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 첫 선보이는 한일클럽 챔피언십, ‘명가 VS 명가’의 대결

11월 14일 일본 나카사키에서 올 시즌 프로야구의 대장정을 마감하는 또 한 차례의 한-일전이 열린다. 2009년도 한국 프로야구의 챔피언 KIA 타이거즈와 일본 챔피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한일클럽 챔피언십´에서 자웅을 겨루게 된 것이다.

양 팀은 그 자체로 나란히 한일 양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상징하는 ‘최고 명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SK 와이번스와 역대 최고 수준의 명승부를 펼친 끝에, 해태 시절이후 12년 만에 'V10'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올해로 출범 28년째, 아직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역사가 짧지만, 한국프로야구사에서 최초로 두 자릿수 우승을 달성한 팀이나 나왔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단순히 우승횟수를 넘어 타이거즈의 탄생과 성공신화 속에는, 한국야구가 성장해온 시대적 배경과 특수성, 그리고 특유의 집요함과 강인한 승부근성 등으로 요약되는 한국야구 특유의 색깔이 오롯이 녹아있다. 어느덧 이립의 나이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이제 타이거즈처럼 '전통'과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팀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을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요미우리는 일본야구의 역사다. 올 시즌 니혼햄을 물리치고 2002년 이후 7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통산 21번째 우승의 감격을 맛본 요미우리는, 현재 일본 야구팬들의 절반 이상이 ‘친 요미우리’와 ‘안티 요미우리’로 나뉜다고 할 만큼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구단'으로서의 상징성을 지닌 팀이다. 지난해까지 열린 아시아시리즈가 폐지되고 한국과 일본의 챔피언 대결로 전환한 첫 무대에 걸맞게, 그야말로 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가들이 맞붙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올 봄 WBC 결승전에서 일본에 석패하며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야구로서는, 아시아 프로야구의 정상을 놓고 다투는 이번 대결이 반년전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는 설욕의 무대다. 공교롭게도 요미우리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하라 감독은 지난 WBC의 일본대표팀 사령탑이었고, 현재 일본 대표팀 선수들도 상당수 소속되어있다. 대표팀 간 대결에서 클럽 챔피언들과의 대결로 내용은 바뀌었지만, 엄연히 양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을 건 '한일전'이라는 점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승부다.

▲ 호랑이군단, 아시아시리즈의 한을 풀어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만프로야구 챔피언팀과 중국 올스타팀까지 참가하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가 열렸었다. 하지만 그간 스폰서 유치의 어려움과 팬들의 저조한 관심, 낮은 수익성 등의 문제로 올해부터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대결로 축소됐다. 하지만 한-일 프로야구의 수준이 아시아를 대표하여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이번 경기가 아시아 최강 팀을 가리는 승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쉬운 것은 앞선 4차례의 아시아시리즈에서 한국프로야구 챔피언이 단 한 차례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바 롯데-니혼햄-주니치-세이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우승컵은 모두 일본의 독차지였다.

2005년과 2006년에는 삼성 라이온즈가, 2007년과 2008년에는 SK 와이번스가 각각 정상을 목표로 출격했으나 준우승 2회에 그쳤고, 나머지 두 번은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국내에서 일본야구를 가장 잘 안다는 선동열 감독(삼성)과 김성근 감독(SK)을 앞세우고도 일본 야구에 패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아시아시리즈에서는 일본만이 아니라 ‘복병’ 대만도 여러 차례 한국의 덜미를 잡곤 했다.

선동열 감독은 삼성을 이끌고 1,2회 대회에 나섰으나 일본 챔피언인 지바 롯데와 니혼햄을 상대로 3전 전패에 그쳤다. 첫해에는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이듬해는 대만 라뉴 베어스에게까지 덜미를 잡혀 결승진출까지 좌절됐다. 선동열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직후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의 일정과 부담에 대하여 불만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겨야 본전이고, 지면 공연히 부담만 안게 된다는 것이 적지 않은 한국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생각이기도 했다.

반면 SK 김성근 감독은 국내 프로야구의 어떤 지도자들보다 아시아시리즈에 강한 의욕을 보였던 인물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아도 아사아시리즈를 번외 경기나 친선대회처럼 취급하던 다른 야구계 인사들과 달리, 김성근 감독은 시즌 전부터 목표를 아예 리그 우승이 아니라 일본을 넘어 '아시아 제패'로 공언했을 정도였다. 실제로 김성근 감독은 삼성과 달리 예선에서 일본 챔피언인 주니치(2007년)와 세이부(2008년)을 연이어 격파하며 호언장담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7년에는 결승에서 주니치와의 리턴매치에서 패하고 말았고, 2008년에는 예선 최종전에서 대만의 복병 퉁이 라이온즈에게 뜻하지 않은 일격을 당하며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평소 감정표현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성근 감독도 대회 직후 아쉬움을 토로하며 "내년에 다시 아시아 야구 정상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다. 하지만 SK는 올해 한국시리즈 3연패에 아깝게 실패했고, 김성근 감독의 꿈은 이제 '제자'인 조범현 감독의 몫으로 남겨졌다.

▲ 한일 챔피언십,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단판승부에서 양국의 자존심을 걸고 자웅을 겨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주목할 것은 앞으로 이 대회를 얼마나 전통과 가치가 있는 시리즈로 키우느냐에 달렸다.

타이거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축 선수들의 귀국(로페즈, 구톰슨)과 군사훈련(윤석민, 이용규) 등으로 대거 이탈한 덕에 베스트 전력으로 임하지 못한다. 자칫 한일 야구의 챔피언을 가리는 승부가 맥 빠진 경기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이 대회가 일과성 이벤트가 아닌 연속성과 권위를 지닌 대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대회 일정이나 선수단 참가에 대한 확실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김성근 감독은 평소 아시아시리즈에 대하여, “친선경기나 지역 대회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장차 세계적인 야구 교류의 장으로 '파이'를 키워야한다”고 적극 주장해온 인물이다.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장차 미국 메이저리그까지도 포괄하는 '한미일 챔피언십'으로 성장시켜야한다는 것도 그러한 주장의 일환이다.

프로야구에는 축구의 챔피언스리그나 클럽월드컵까지 지역적-범세계적인 규모를 아우르는 클럽 간 국제대회가 부족하다. 제대로 된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국가가 많지 않은 야구의 특수성도 이에 한몫했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글로벌 스포츠'가 되기에는 2% 부족한 야구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이러한 클럽 챔피언십 같은 국제대회를 통하여 양국의 야구 교류를 보다 활성화시키게 되면, 보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 한국도 향후 돔구장이 지어지고 야구 인프라가 더욱 발전하면 일본과 함께 번갈아가며 이 대회를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90년대의 ‘한일슈퍼게임’처럼 양국 프로야구를 아우르는 규모와 대표성을 지닌 대회로 키워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할 것은, 양국의 내수시장을 넘어 아시아 야구시장의 확대 발전을 통하여 더욱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있다. 축구에서 유럽이 빅리그 간의 활발한 교류와 통합을 통하여 그 규모를 확대하고 세계축구시장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 야구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아직은 멀고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그 출발은 새로운 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한일챔피언십은 그 작은 불씨지만, 그 작은 계기를 어떻게 기회로 살려나갈지 구체화시키는 것은 한국과 일본 양국 프로야구의 공통된 몫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riter profile
author image
야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모든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야구타임스!
야구타임스는 블로거들이 만들어가는 '블로그 미디어'입니다.

TRACKBACK :: http://yagootimes.com/trackback/635

◀ Prev 1  ... 987 988 989 990 991 992 993 994 995  ... 1594  Next ▶
textcube textcube get rss

야구타임스

TNM'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Tattertools Tatter & Media DesignMyself!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77-6 영남빌딩 8층 등록번호 : 서울아00739 등록일자 : 2009년 1월 14일 발행인 : 명승은 / 편집인 : 김홍석
Copyright 2009 (C)YagooTimes.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TNM. Designed by Qwer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