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적토마' 이병규(35)는 다음 시즌 어떤 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까. 지난 10월 26일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방출된 이병규는 현재 귀국하여 개인훈련중인 상태지만, 내년 시즌 진로를 놓고 '국내 복귀'와 '일본무대 재도전'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을 방문하여 친정팀인 LG 구단을 방문하여 관계자들과 인사를 가진 후 이병규가 LG로 복귀한다는 소문이 일부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기도 했지만, 정작 이병규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일단 부인한 상태다.

아직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냉정하게 말해 현재로서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는 않은 것이 사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맞이한 이병규에게 있어서도 내년 시즌의 진로는 지난 2년간의 부진에 대한 명예회복과 더불어 자신의 야구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 '용두사미'로 끝난 이병규의 3년

이병규는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1997년부터 2006년까지의 10년 동안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데뷔 첫해인 97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30-30클럽(1999) 가입과 최다안타왕 4회(99~01. 05), 타격왕 1회(05), 6회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으며 통산 타율이 무려 .312에 이를 만큼 최고의 수위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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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일본에 진출했던 이병규에게 있어 지난 3년간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화려한 출발과 초라한 결말', 이병규가 주니치에서 보낸 시간들을 정의할 수 있는 표현이다.

데뷔 초부터 이병규를 눈여겨봐왔던 주니치 드래곤즈는 2006년 그가 FA 자격을 획득하자, 곧바로 거액을 배팅하며 일본행 비행기를 태웠다. 2007년부터 3년간 최대 5억 5000만엔을 받는 대박 계약이었고, 2009년 연봉은 1억 5000만엔이었다.

당시 그의 영입에 앞장섰던 오치아이 주니치 감독은 "이병규는 지금 당장 일본에서 뛰어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설사 첫해 다소 부진하더라도 일본야구에 적응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겠다"고 공언할 만큼 이병규에 대한 신뢰가 컸다. 당시 외야 요원 중에서 뛰어난 좌타자가 부족하던 주니치의 팀 사정도 이병규의 영입에 공을 들이게 된 이유다.

초반 페이스는 좋았다. 데뷔 첫해인 2007시즌 리그 개막전에서 선발 5번 타자로 나선 것을 비롯하여 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등, 쾌조의 상승세를 거듭하며 선동열, 이승엽 등 특급 선수들도 예외 없이 겪었던 한국 출신 스타들의 일본무대 '첫해 징크스'를 깨뜨리는 듯 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투수들 특유의 낮게 깔리는 유인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방망이가 헛도는 경우가 잦아졌고, 결국 중심타선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입단 첫 해인 2007년 132경기에 출전했으나 타율 2할6푼2리, 9홈런, 46타점에 머문 이병규는 삼진을 108개나 당했다. LG 시절 10년간 단 한 차례도 세 자릿수 삼진을 허용치 않았던 이병규였기에 아쉬움은 컸다.

그나마 이병규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단기전에서의 '깜짝 활약'이었다. 주니치가 센트럴리그 2위로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진출하여 맞이한 포스트시즌에서 이병규는 전혀 다른 타자로 변신했다. 변화구를 포기하고 직구 하나만 노리는 장타 위주의 타격패턴으로 승부수를 띄운 이병규의 '거포 변신'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한신 타이거즈와의 제1스테이지 2차전에서 시원한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시동을 걸었고, 센트럴리그 챔피언인 요미우리와의 제2스테이지 2차전에서도 2타점 3루타와 솔로 홈런을 터뜨리는 등 혼자서 3타점을 기록하며 주니치의 일본시리즈 진출에 결정적인 수훈을 세웠다.

니혼햄과의 일본시리즈에서도 2차전부터 4차전까지 3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는 등 5타점을 쓸어 담았다. 이병규는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팀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11타점을 올리며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터뜨려주는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시리즈 우승 후 맞이한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도 타율은 높지 않았으나 SK와의 경기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뽑아내며 또 한 번 우승을 이끌었다. LG시절 느껴보지 못했던 우승의 기쁨을 한해에 두 번이나 맛보는 감격을 누렸다. 아마 이병규의 야구인생을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가을 축제였을 것이다.

▲ 독이 되어버린 ‘배드볼 히터’의 한계

그러나 이병규의 본격적인 시련은 2008년부터였다. 중심타자로 기대를 모으며 105경기에 나선 이병규는 16홈런(팀내 4위) 65타점(팀내 2위)을 기록했다. 장타력과 득점권 타율은 향상됐으나 타율은 2할5푼4리로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 출전 경기수의 차이를 감안하면 93개의 삼진도 줄어들었다고 볼 수 없었다. 특히 출루율이 .293에 그치며 정교함과 선구안이 떨어진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병규의 타순이 고정되지 못하고 매 경기마다 3번에서 7번까지 널뛰기를 거듭했던 이유다.

이병규는 LG 시절부터 '배드볼 히터'로 명성을 떨칠 만큼 공격적인 성향이 돋보이는 타자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어정쩡한 타자'가 되어버리는 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병규의 타격 성향을 철저하게 분석한 상대팀 투수들은 쉽사리 승부를 걸지 않고 철저하게 종으로 떨어지는 유인구로 이병규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병규도 배팅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는 등 변화를 모색했지만, 끝내 이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6월부터 악화된 엄지 부상이 겹쳐 처음 2군으로 밀려나는 어려움을 겪었고, 치열해진 주니치 외야의 주전경쟁까지 더해지며 차음 입지가 줄어들었다. 그해 주니치는 다시 한 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이병규는 2007년과 같은 활약을 재현해보이지 못했다.

2009시즌, 명예회복을 위하여 절치부심한 이병규였지만, 시범경기에서부터 부진하며 출발부터 상황이 꼬였다. 2군에서 개막을 맞이한 이병규는 이후 1, 2군을 오가며 들쭉날쭉한 출장기회를 얻는데 그쳤고, 결국 올 시즌 28경기에 나서 타율 2할1푼8리(101타수 22안타), 3홈런 8타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채 전력에서 제외된 채 방출통보를 받아들기에 이르렀다.

이병규가 주니치에서 남긴 통산성적은 3년간 265경기에 나와 타율 2할5푼4리, 253안타 28홈런 119타점 1도루다. 2007년 포스트시즌에서의 맹활약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한국프로야구의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타자의 성적표라기에는 초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 현실적인 대안은 LG 복귀, 그러나...

그렇다면 현재 무적 선수 신분인 이병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가. 일단 첫째로 국내 복귀가 있을 테고, 둘째는 일본무대 재도전, 세번째로는 미국 진출 같은 제 3의 길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미국 진출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낮다. 이병규의 적지 않은 나이와 일본무대 성적을 감안할 때 미국에 진출해봐야 관심을 보일만한 팀이 거의 없는데다 마이너리그 신세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무대 재도전은 '명예회복'이라는 점에서 이병규 본인이 가장 의욕을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 또한 확률은 높지 않다. 지난 2년간 주니치에서 변화구 대처능력에 대한 약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데다, 외국인 선수로서 확실한 색깔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매력이 떨어진다. 현재 이병규는 몸값에 연연하지 않고 낮은 연봉대신 인센티브를 추가해서라도 일본 무대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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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국내 복귀인데, 이 경우 친정팀 LG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를 제외한 국내 타 구단이 이병규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FA 보상규정에 따라 한국에서의 마지막 시즌인 2006년에 받은 연봉 5억원의 450%(22억5천만원) 내지는 300%(15억원)의 보상금과 보상선수 1인을 LG에 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병규의 부활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30대 중반의 노장에게 이만한 거액을 배팅할 팀은 선뜻 찾기 힘들다. 여기서 이병규 본인의 새 연봉계약까지 감안하면 투자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이병규로서도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성원해주는 팬들이 있는 친정팀에서 명예회복을 기약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시련기를 보내고 있는 LG에게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의 복귀는 큰 이슈가 될 수 있으며,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못다 이룬 우승의 꿈이나, 통산 2천 안타 같은 대기록에 도전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지금의 LG에는 뛰어난 외야 자원이 넘쳐난다. 이진영, 박용택, 이대형이 외야 주전 세 자리를 선점하고 있으며, 벤치멤버도 안치용과 손인호 등이 포진하고 있다. 거기에 이병규까지 가세하면 주니치 시절 이상 가는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1루수나 지명타자로 전향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병규 본인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며, 이 또한 페타지니나 최동수 같은 막강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

LG는 현재 페타지니와의 재계약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마운드 강화를 노리는 LG는 페타지니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더라도 선발투수 2명을 보강하고 싶어 하지만, 타선의 약화에 대한 우려와 팬들의 반발로 인하여 주저하고 있다. 만일 페타니지를 놓치게 될 경우, 4번 타자급은 아니지만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한 이병규는 LG의 중심타선 공백을 메워줄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변수는 이병규의 결정과 몸값이다. 이병규의 이름값을 감안할 때 본인이 아무리 자존심을 낮춘다고 해도 헐값에 LG로 귀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력과 성적에 따른 연봉 책정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두산의 김동주 정도가 이병규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년 전과 달리 지금은 외야자원과 좌타 라인이 풍부한 LG에서 이병규에게 고액연봉을 투자해야하는지에도 의문부호가 그려진다. 만일 여기서 이병규의 국내 복귀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거나, 일본 구단들과 몸값 경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경우, LG 구단이 무리한 배팅을 해가며 그를 잡는데 연연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여기에 많은 이들은 이병규의 현재 기량에 대하여 잠재적인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병규의 지난 3년은 단순히 일본야구에 대한 적응실패였을까. 아니면 뚜렷하게 드러난 약점으로 인한 '노쇠화'였을까. 분명한 것은 그가 일본에서 보낸 지난 3년간 한국야구의 수준도 그만큼 상승했으며 그가 설사 국내무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이전 같은 활약을 낙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병규 자신의 명예회복과 부활을 위하여서도 내년 시즌 진로에 대한 선택은 신중하되, 그 결정은 빠를수록 좋은 이유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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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되는 진로, ‘적토마’ 이병규의 부활은 가능할까

    2009/11/2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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