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별명왕' 김태균이 결국 정든 독수리 둥지를 떠나 야구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지난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태균은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입단을 공식 발표했다. 입단 조건은 3년 계약에 계약금 1억 엔, 연봉 1억5000만 엔으로 총 5억5000만 엔(한화 70억 원)의 특급 대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균은 이로써 한국프로야구를 거쳐 일본에 진출한 역대 11번째 선수가 됐다. 타자로서는 이종범(KIA)과 이승엽(요미우리), 그리고 이병규(전 주니치)에 이어 역대 4번째다.

▲ 지바 롯데는 왜 김태균을 선택했나

김태균이 새롭게 가세한 지바 롯데는 유난히 한국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이 2004년 첫 일본 진출 시 두 시즌 동안 몸담았던 인연이 있고, 한국 프로야구 원년 수위타자였던 백인천도 70년대 이 팀에서 활약했었다. 모기업은 롯데그룹으로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그룹 부회장이 실질적인 구단주 역할을 맡고 있으며, 1992년부터 도쿄 인근 지바현을 연고지로 하여 현재의 팀명을 유지하고 있다.

창단 원년을 포함해 퍼시픽리그에서 5차례 우승했고, 이승엽이 몸담고 있던 지난 2005년 일본시리즈에서는 무려 31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시리즈까지 휩쓰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올 시즌 62승77패5무로 퍼시픽리그 5위에 머물며 부진했고, 2004년부터 팀을 이끌어온 메이저리그 출신 보비 밸런타인 감독과 결별했다. 2010시즌부터 니시무라 노리후미 수석코치를 신임감독으로 승격시키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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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의 이번 영입도 니시무라 감독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롯데는 다음 시즌 김태균이 팀의 4번 타자 겸 주전 1루수로 활약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세토야마 류조 지바 롯데 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했으며, 김태균의 FA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협상에 돌입하여 전광석화처럼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롯데가 김태균에게 거는 기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

지바 롯데는 2009년 퍼시픽리그 팀 타율 꼴찌였다. 특히 거포 부재 현상이 심각하여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오무라 사부로(22개)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지난 2005년 이승엽을 끝으로 30홈런 이상을 때린 타자가 한 명도 없었는데, 이것은 밸런타인 감독 특유의 고정 없는 ‘플래툰 시스템’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이승엽도 롯데 시절 밸런타인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 희생양이 된 적이 있다.

다행히 니시무라 감독은 이러한 플래툰 시스템에 대하여 부정적인 입장이다. 세토야마 사장은 김태균에게 요구하는 역할에 대하여 '주전 1루수'라는 분명한 기대치를 밝혔다. 롯데는 파워와 정확성을 겸비한 김태균이 다음 시즌 타선강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젊고 새로운 뉴 지바 롯데'를 표방하는 팀컬러에서, 이적생인 김태균이 팀의 중심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기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3李'보다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김태균의 미래가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일단 일본 프로야구에 순조롭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주전경쟁이라는 첫 고비를 넘겨야한다. 당초 롯데의 주전 1루수 자리에 무혈입성 할 것처럼 보였던 김태균이지만, 기존의 붙박이 주전이던 후쿠우라 가즈야의 팀 잔류를 선언하며 변수가 생겼다.

후쿠우라가 최근 몇 년간 들쭉날쭉한 활약으로 팀의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기는 해도, 그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세토야마 롯데 사장 역시 입단 기자회견에서 김태균의 가능성에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충분한 기회는 제공하겠지만, 주전경쟁은 어디까지나 구단이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입증해야하는 것"이라며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김태균은 과연 일본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태균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다. 한국무대에서 9년간 활약하는 동안 188홈런을 때려낸 장타력도 수준급이지만, 통산 타율이 .310에 이를 만큼 정교함도 겸비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345의 타율과 3홈런 11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한국의 준우승을 견인,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현미경 야구’로 불리는 일본의 야구스타일을 넘어선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우선은 김태균 이전에 일본무대를 먼저 밟았던 선배 타자 '3李'(이종범-이승엽-이병규)의 명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일본진출 초기에 상승세를 탔으나 그것을 이어가지 못하고, 변화구 대처능력에 대한 약점을 드러내며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종범과 이승엽, 그리고 이병규는 모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타격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다. 이에 맞서 일본 투수들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과감한 몸 쪽 승부와 낮게 깔리는 유인구를 통해 승부를 걸어왔고,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먹혀들기 시작했다.

같은 1루수 거포라는 점에서 김태균과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 이승엽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정교한 선구안과 교타자의 대명사였던 이종범과 이병규조차 일본 투수들의 유인구에 고전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태균도 생소한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종범은 시즌 중반 몸에 맞는 공으로 인하여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한 이후부터 몸 쪽 공에 두려움을 느끼고 타격폼이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배드볼 히터'로 알려진 이병규도 나쁜 볼에 쉽게 손이 나가는 성향이 간파당하며 일본무대에서는 삼진왕으로 전락했다.

일본야구의 치밀한 전력분석은 유명하다. 일본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타자로 꼽히던 이승엽이 최근 2년간 크게 부진했던 데에는 부상의 후유증도 있지만, 일본의 정교한 전력분석에 약점을 간파 당했다는 지적도 많다. 올 시즌 시범경기 때 맹활약을 펼쳤던 이승엽은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극심한 롤러코스터 현상을 드러내며 부진했고, 변화구 공략에 한계를 드러냈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조그마한 약점이 간파당하면 몰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김태균도 이러한 분석야구가 그리 낯설지 않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김태균은 일본의 에이스 마쓰자카에게 홈런을 뽑아내고 다르빗슈에게도 안타를 쳐내는 등 일본과의 3차전까지 9타수 4안타(1홈런) 3타점으로 선전했으나, 정작 순위결정전과 결승전에서는 6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부진했다.

그나마 김태균에게 유리한 부분은 앞선 세 명의 타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인구에 대한 참을성이 많고, 몸 쪽 공에 대한 대처능력이 빼어나다는 점이다. 간결한 스윙 매커니즘과 타고난 파워를 바탕으로 한 변화구 대처능력이 좋고, 배팅 포인트를 보통 타자들보다 공 2~3개 정도 뒤에 놓고 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상대의 유인구에 쉽게 당하지 않는다. 여기에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이미 WBC에서 충분히 검증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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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른 환경 적응과 심리적 안정감이 가장 큰 관건

심리적인 안정감도 중요한 변수다. 김태균은 올 시즌 뇌진탕과 손목 부상이 겹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타격폼도 많이 흔들렸다. 만약 새롭게 맞이하는 일본 무대에서 잘해야겠다는 조급함과 빨리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은 독이 될 수 있다.

국내무대에서와 달리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뛰는 해외에서는, 찬스가 올 때마다 무언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경기가 뜻한 대로 풀리지 않거나 부진이 장기화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스윙이 커질 위험도 있다. 다행히 김태균은 침착하고 느긋한 성격이다. 일본무대에 적응하기까지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의 타격밸런스를 얼마나 일관성 있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홈구장인 지바 마린스타디움은 관중 3만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좌우 펜스 거리가 99.5m, 센터 펜스는 122m에 이른다. ‘투수 친화적’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가장 ‘타자 친화적’인 대전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던 김태균이 정교한 일본투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아치를 쏘아 올릴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역시 해외무대의 최대관건은 순조로운 팀 적응이다. 한시바삐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좋다. 다행인 것은 김태균이 한화 시절부터 낙천적이고 털털한 성격으로 친화도가 높다는 점. 지바 롯데가 다른 일본구단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는 것도 다행스런 부분이다.

해외무대에 진출이 처음인 김태균으로서는 문화상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겠지만, 팀 동료들과 빨리 융화될 경우 야구 내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실력에 대한 차별대우가 명확한 일본문화를 빨리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태균이 일본무대에서도 성공신화를 개척하며 일본 팬들의 기억 속에 인상적인 새로운 별명들을 추가할 수 있을지 ‘별명왕’ 김태균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된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지바 롯데 마린스, 한화 이글스]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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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섯돌이의 생각

    Tracked from mushman's me2DAY  삭제

    일본행 김태균, '3李'보다 잘할 수 있을까 이승엽을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 보는데…

    2009/11/2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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