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태균이도 가고... 범호도 가고..." 10년쯤 전에 유행하던 김응룡 전 해태 감독(현 삼성 사장)의 성대모사가 아니다. 다음 시즌 팀 전력의 핵심인 김태균(지바 롯데)과 이범호(소프트뱅크)를 모두 일본무대에 빼앗기고, 사령탑 데뷔 첫해를 맞이해야하는 한화 이글스 한대화 신임감독의 서글픈 현실이다.

▲ 차포 뗀 한화, 벼랑 끝에 서다.

1998년 당시 최강을 자랑하던 해태 왕조는 팀의 주축인 선동열과 이종범이 연이어 일본진출을 선언하며 몰락의 시작을 알렸다. 선동열이 일본무대에 처음 진출했던 96년과 97년, 이종범의 맹활약을 앞세워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했던 해태는, 이종범마저 떠난 98시즌 무려 14년 만에 5위로 추락했고, 99년(7위)과 2000년(6위)에도 연이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결국 KIA로 구단이 인수되는 과정을 거쳐야했다.

97년은 호랑이군단이 ‘해태’라는 이름을 달고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진출과 우승을 차지했던 시즌이기도 하다. 이후 2009년 타이거즈가 KIA의 이름을 내걸고 V10을 완성하기까지는 무려 12년의 시행착오를 거쳐야했다.

독수리군단 한화가 현재 처해있는 상황은 사실 12년 전의 타이거즈보다도 훨씬 심각하다. 한화는 올 시즌 전신인 빙그레 시절이후 23년 만에 리그 꼴찌를 기록했다. 사령탑인 김인식 감독을 비롯하여 오랫동안 팀을 이끌어왔던 송진우, 정민철, 문동환 등 베테랑 스타들을 모두 떠나보냈다.

여기까지는 팀 체질 개선을 위하여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다음 시즌을 두고 전력을 보강해야할 부분이 하나둘이 아닌데, 오히려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두 명의 주포를 하루아침에 일본팀들에게 빼앗기는 악몽이 현실로 다가왔다. 두 명의 대어를 눈뜨고 놓쳤음에도, 해외진출이라는 이유로 보상금도 한 푼 받을 수 없는 냉혹한 현실. 한화 구단과 팬들로서는 그야말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서글픈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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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한화가 자처한 ‘인재(人災)’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 외부로부터의 전력보강에 소홀했고, 투자에도 인색했다. 한물간 노장과 무명선수들을 끌어 모아 간신히 이끌어 갔던 팀의 곪아 있던 문제점들이, 올해 주축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도미노처럼 터져 나온 셈이다.

올해를 끝으로 FA가 되는 김태균과 이범호를 잡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부족했다. 한화 구단 측에서는 이 두선수를 잡기 위하여 합계 120억 이상의 배팅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돈보다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 두 선수의 일본진출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구단에서 좀 더 일찍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한화 팬들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가장 울고 싶은 사람은 다름 아닌 신임 한대화 감독이다. 생애 첫 감독 지휘봉을 잡으며 돌아온 고향무대에서 의욕 충만했던 한대화 감독은 제대로 시작도 하기도 전에 '거덜 난 살림'으로 밥상을 차려야하는 암울한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 위기의 한화, 전력보강 대안은?

이미 떠나간 배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봐야 소용이 없다. 김태균과 이범호 마저 잃어버린 한화는 다음 시즌 내야진과 중심타선은 물론이고, 아예 팀 전체의 판을 새롭게 짜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2010년의 한화는 리빌딩과 세대교체의 기로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의 시즌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한화도 나름 두 거포의 공백을 매우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부심하다. 일단 올 시즌 팀 내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쳐준 또 다른 FA 외야수 강동우와는 재계약에 성공하며 팀에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김태균이 롯데 입단계약을 발표한 지 이틀만인 지난 16일, 두산으로부터 유격수 이대수를 영입하고 우완 조규수와 1명의 추가선수를 교환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 트레이드는 시즌 종료 후 스토브리그 첫 트레이드이기도 했다.

프로 8년차 이대수는 SK와 두산 등에서 활약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특히 안정된 수비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전천후 내야수.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유사시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수비전문' 선수인데다, 큰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는 게 강점이다.

이대수는 2008시즌까지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으나 올해는 손시헌에게 밀려 38경기서 타율 2할6푼2리(61타수 16안타)와 7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쳐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대수의 영입은 한화로서는 최대 약점중 하나이던 내야 수비의 불안감을 한 번에 해소할 수 있는 ‘만능 열쇄’인 셈이다.

이범호가 맡았던 3루는 올 시즌 유격수로 활약했던 송광민이 강력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송광민은 올 시즌 커리어 최다인 116경기에 주전 유격수로 나섰고 타율 2할6푼1리, 14홈런 43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한화 타선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물론 수비에서는 아직 빠른 타구처리나 송구능력에서 불안한 부분이 있으나 앞으로 1~2년 내에 한화 내야진을 이끌어갈 재목임이 틀림없다. 송광민이 3루로 이동할 경우, 유격수 자리는 자연스럽게 이대수가 들어가며 교통정리가 될 것이다. 여기에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김회성, 오선진, 이여상 등이 내야진에서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김태균의 이적으로 인한 4번 타자와 1루수의 공백은 역시 김태완이 메워야 한다. 2006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태완은 지난해와 올해 연속해서 2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앨리트 홈런타자’의 가능성을 보였다. 약점으로 지목되던 정교함은 해마다 향상되어 올 시즌 타율이 2할8푼9리까지 올라 ‘제2의 김태균’을 연상시키는 거포로 성장 중이다.

김태완은 올해 김태균-이범호가 잦은 부상으로 들쭉날쭉하던 한화 중심타선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112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5월에만 9개의 홈런을 기록하면서 홈런왕 경쟁에 끼어들기도 했으나, 5월말부터 손가락과 손목 부상이 잇달으며 상승세가 꺾인 게 아쉬웠다. 6월 이후 김태완이 추가한 홈런은 10개에 불과했다. 부상만 아니었으면 30홈런 이상과 홈런왕 타이틀까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던 시즌이었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김태완은 올 시즌 외야수로 기용되었으나 다음 시즌부터는 1루수 기용이 유력시되고 있다.

타선도 타선이지만 더욱 시급한 것은 마운드 보강이다. 한화는 올 시즌 팀 평균 자책점이 5.70으로 리그 꼴찌를 기록했다. 에이스 류현진을 제외하고는 2~5선발이 너무 무기력하다. 시즌 내내 ‘배팅볼 투수’, ‘실점자판기’라는 오명 속에서도 꾸준히 경험을 쌓은 안영명-김혁민-유원상의 영건 3인방이 다음 시즌 얼마나 향상된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건이지만, 선발을 제외하고도 불펜과 마무리까지 보완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화의 마지막 변수는 역시 외국인 선수 운용에 달렸다. 사실상 FA 시장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특별히 한화가 관심을 둘 만한 대어는 보이지 않는다. 당초 한화는 김태균과 이범호를 모두 잡을 경우 외국인 투수 2명을 영입할 계획이었지만, 이들을 모두 놓치면서 한 명은 타자를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힌 것은 김태균-이범호를 잡기 위해 투입하려했던 자금을 외부 선수 영입으로 돌릴 수 있게 되어 다소나마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소속팀과의 재계약이 불명확한 카림 가르시아(롯데)나 로베르토 페타니지(LG)같이 한국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타자들은, 당장 김태균-이범호의 공백을 메울 해결사가 절실한 한화로서는 군침이 돌만한 카드다. 투수친화형 구장인 잠실과 사직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거포들은 부상이라는 변수만 아니라면, 국내에서 대표적인 타자친화형 구장으로 꼽히는 대전구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또한 한화가 다음 시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비와 주루플레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숙제로 지목된다. 한화는 그간 장타에 의존하는 선이 굵은 야구를 구사해왔으나, 한편으로 빈약한 기동력과 부실한 수비력으로 인하여 공수 밸런스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태균과 이범호가 모두 빠진 한화는 내년 시즌 팀컬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대화 호’가 처해있는 상황은 분명히 커다란 위기임에 틀림없지만, 어쩌면 지금이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원점에서 새롭게 만들어가는 팀은 시행착오도 많지만 그만큼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창단 이래 최대의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화가 내년 시즌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동네북'으로 전락할지, 아니면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화려하게 부활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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