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의 아킬레스건은 ‘해외파’와 ‘경험’의 부족
[야구타임스 | 김홍석] 제2회 WBC에 출장하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위해 하와이로 떠났다. 보이지 않는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다.
대표팀은 이달 22일까지 대회에 출장할 28명의 최종 엔트리를 대회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12월 초 1차 45인 엔트리를 발표한 후 32명의 2차 후보 명단까지 발표했지만, 현재는 박찬호, 이승엽, 김동주가 사퇴하고 윤규진과 이범호가 대신해서 들어감에 따라 31명(투수 15명, 야수 16명)으로 추려진 상태다.
전지훈련을 통해 3명의 탈락자가 가려질 전망이었으나, 다소 어이없는 이유(여권분실)로 김병현이 가장 먼저 엔트리 제외가 결정됐다. 앞으로 투수와 내야수 가운데 두 명이 가려질 예정이며, 현재 부상 중인 박진만의 몸 상태에 따라 45인 엔트리에 올라 있는 손시헌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도 있다.
아래는 제2회 WBC에 출장할 한국 대표팀 후보 선수들과 2006년 1회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명단이다.(음영으로 표시된 쪽이 30명의 최종 후보군)
|
구분 |
2009년 WBC 대표팀 |
2006년 WBC 대표팀 |
|
투수 |
임창용, 봉중근, 손민한, 윤석민, 오승환, 이재우, 정현욱, 황두성, 류현진, 김광현, 장원삼, 이승호, 정대현, 윤규진(14명) |
박찬호, 봉중근, 서재응, 구대성, 김선우, 김병현, 오승환, 박명환, 손민한, 전병두, 배영수, 정대현, 정재훈(13명) |
|
서재응, 송승준, 김병현, 이혜천, 한기주, 마일영 | ||
|
포수 |
박경완, 강민호(2명) |
홍성흔, 조인성, 진갑용(3명) |
|
조인성, 진갑용 | ||
|
내야 |
최정, 정근우, 김태균, 고영민, 이범호, 이대호, 박진만, 박기혁(8명) |
이승엽, 최희섭, 김종국, 김동주, 박진만, 이범호, 정성훈, 김태균, 김재걸, 김민재(10명) |
|
이승엽, 장성호, 손시헌, 조성환 | ||
|
외야 |
추신수, 김현수, 이진영, 이종욱, 이택근, 이용규(6명) |
이종범, 송지만,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5명) *굵은 글씨 : 해외파 |
|
이병규, 박재홍, 김주찬 |
양쪽의 명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수들의 면면이 많이 달라진 것 외에도 또 하나의 특징을 알 수 있다. 바로 소위 ‘해외파’라 불리는 선수들의 비중이다. 이번 제2회 WBC 대표팀에는 1회 때와 비교해 해외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낮다.

현재 30명의 최종 후보에 오른 선수들 가운데 해외파라 일컬을 수 있는 선수는 모두 3명.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임창용과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봉중근, 추신수가 바로 그들이다. 45인 예비 엔트리에는 서재응, 송승준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일단 최종 후보 명단에는 빠져 있다.
제1회 대회에서 해외 무대 경력이 있는 선수는 모두 9명이었다. 특히 투수진의 경우는 절반에 가까운 6명이 미국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상은 실로 엄청났다.

위의 표는 당시 대표팀에 포함되었던 13명의 투수들을 해외파(6명)와 국내파(7명)로 구분하여, 각각의 투구 기록을 종합해 본 것이다. 보다시피 그 결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물론 손민한(2승 2.45)을 위시한 순수 국내 프로야구 출신의 선수들도 상당히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하지만 6명이서 전체 이닝의 3분의 2이상을 책임지며 4승 3세이브 6홀드를 기록한 해외파 6명에 비하면 그 공헌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특히 7경기 가운데 3경기를 선발 등판하여 14이닝 동안 고작 1점(방어율 0.64)만 허용하며 2승을 챙긴 서재응,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4경기에서 1승 3세이브 방어율 ‘제로’를 기록한 박찬호(10이닝 무실점), 8이닝 1실점의 구대성(1승 3홀드)까지. 가장 중요한 ‘에이스-셋업맨-마무리’를 모두 해외파가 도맡았던 것이다.
그나마 투수진은 나은 편이다. 타격에서의 의존도는 훨씬 더 심했다.

이승엽, 최희섭 그리고 이종범. 단 세 명뿐인 해외파였지만, 그들이 팀 전체 공격력의 80%이상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엽(5홈런 10타점)과 최희섭(1홈런 4타점)을 제외한 국내 타자들은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이승엽(8안타)과 이종범(10안타)이 팀 전체 안타 개수의 3분의 1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은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국내파 15명이 기록한 타점은 이승엽 한 명보다도 적었다. 낮은 타율과 빈약한 장타력, 그리고 엄청난 개수의 삼진. 대타나 교체요원으로 출장했던 선수들이 오히려 좋은 타격을 보여준 덕에 평균 2할대 타율을 기록했을 뿐, 주전으로 20타석 이상 들어선 국내파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192(26타수 5안타)의 이병규였다.(*2006년은 이병규가 일본에 진출하기 전이다)
WBC는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던 올림픽과는 또 다른 무대다. 출장하는 선수들의 면면은 올림픽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하는 팀들이라면 대부분 메이저리그 출신의 투수와 타자들이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림픽에서는 김광현, 류현진, 윤석민 등의 국내파 선수들의 투구가 통했다. 이대호와 이용규 등의 방망이도 불을 뿜었다. 하지만 그것이 WBC에서도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국내 선수들은 ‘메이저리거’를 상대해 본 경험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6년에 한국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거였던 투수들과 일본에서 활약하던 강타자가 맹활약해준 덕분이었다. 박찬호나 이승엽 등은 2005년에 특별히 만족스럽다 할 정도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은 국제무대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김병현은 이미 탈락했고, 임창용도 부상으로 100%의 컨디션은 아니라는 소식이다. 제대로 된 메이저리거를 상대해본 선수는 봉중근 뿐이다. 지난해 성적이 다른 대표 선수들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는 이유로 서재응과 송승준을 최종 후보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을까? 비록 1년을 쉬었다곤 해도 메이저리그에서 8년 동안 활약했던 김병현의 ‘경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었다.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하와이로 출발하면서 ‘본선 2라운드 진출’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대회의 4강팀이자 올림픽 우승국의 목표 치고는 매우 소박한 수준이다. 목표가 본선 진출이라는 것은, 아시아 예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그것이 ‘한국 대표팀의 현실’일 수도 있다.
일부 선수들은 ‘4강 신화의 재현’ 또는 한 발 더 나아가 ‘목표는 우승’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경험의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승엽이 참가하지 않았던 2007년 1차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음을 잊어선 곤란하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다름아닌 봉중근과 추신수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봉중근이 제2의 서재응(또는 박찬호)가 되어주지 못하고, 추신수가 이승엽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면 경험이 부족한 한국 대표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좌초할 우려가 있다.
물론 이러한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세대교체 과정에는 얼마간의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WBC가 한국 야구 대표팀의 새로운 주축이 된 젊은 선수들이 또 한 번의 차원 높은 경험을 하게 되는 소중한 기회로 사용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올림픽 금메달로 인해 너무나도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와 그 기대치가 걱정될 뿐이다.
해외파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한국 야구 대표팀, 과연 이번 제2회 WBC에서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경험부족에 대한 걱정과 세대교체를 향한 기대가 반반씩 앞선다.
//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