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황재균-가르시아 후보 탈락!

[야구타임스 | 김홍석]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일 2009년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후보자 43명을 발표했다. 각각의 후보자들은 포지션별로 달리 설정된 기준에 의해 선정되었으며, 각 부문의 타이틀 수상자들은 기준과 관계없이 후보에 포함되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공식적인 상은 대부분 이와 같이 ‘후보’를 먼저 선정한다. 올스타 투표 때도 각 구단별로 정해진 후보가 있고, MVP나 신인상 등도 후보군이 먼저 발표된 후에 기자단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한다.

이렇게 후보를 먼저 선정하는 것은 대상자를 명확히 하고,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선정 과정이 명확하지 못하거나 그 기준이 모호하게 되면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미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올스타 투표 과정에서의 몇몇 문제를 놓고 전문가와 팬들로부터 매번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이번 MVP 투표에서도 최희섭과 로페즈 등이 후보군에서 탈락하며 그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시상식에 앞서 후보를 선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일종의 영예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 후보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명예로운 이력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후보들 가운데서 올바른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후보자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 잡음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난 대종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 선정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던 것처럼, 후보를 정하고 수상자를 결정할 때는 ‘자격이 있는 후보’를 올바르게 선정하는 과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과정이 석연치 않을 때는 괜한 다른 후보들이나 수상자까지도 원치 않는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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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골든글러브 후보자 선정을 놓고 일부 팬들은 의문 부호를 그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후보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선수의 이름이 후보자 명단에 누락되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 골든글러브 후보로 오르기 위해 KBO에서 정한 각 포지션별 기준과 대상자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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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구원투수 유동훈은 왜?

올 시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한 만큼 KIA 타이거즈 소속의 선수들이 대거 수상자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유독 소외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올 한해 최고의 구원투수로 맹활약한 KIA의 ‘수호신’ 유동훈이다.

투수 부문의 후보로는 총 8명이 이름을 올렸다. KBO가 후보 기준으로 밝힌 ‘방어율 3.00 이하이면서 14승 이상이거나 25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로페즈, 조정훈, 윤성환은 다승 공동 선두, 김광현은 방어율-승률 1위, 류현진은 탈삼진 1위의 자격으로 후보에 올랐다. 애킨스와 이용찬은 공동 세이브 1위, 권혁은 홀드 1위다.

5명의 선발 투수는 일단 논외로 치자. 하지만 애킨스(3승 5패 26세이브 3.83)와 이용찬(2패 26세이브 4.20), 그리고 권혁(5승 7패 21홀드 6세이브 2.90)이 후보에 올랐는데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유동훈(6승 2패 10홀드 22세이브 0.53)이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유동훈은 로페즈와 골든글러브를 다툴 것으로 예상되던 가장 강력한 선수였다.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았지만, 유동훈은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만한 기록을 보여주며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의 위용을 뽐냈다. 애킨스와 이용찬이 세이브왕에 올랐고, 권혁이 홀드왕에 올랐지만, 타이틀 하나 타지 못한 유동훈이 올 시즌 ‘NO.1 구원투수’라는 것에 대해 반박할 이는 아무도 없다.

빌 제임스가 만든 세이버매트릭스의 항목 가운데는 ‘윈 쉐어(Win Share)’라는 항목이 있다. 계산 방법은 복잡하지만, 단순하게 설명하면 ‘그 선수가 팀의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나타내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올 시즌 유동훈은 이 항목에서 무려 18.8포인트를 획득, 2위인 로페즈(14.9)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투수 부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올 시즌 팀 기여도가 가장 높았던 ‘가장 가치 있는 투수’가 바로 유동훈이었다는 뜻이다. 그런 선수가 후보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한편의 코미디나 다름없다.

다승 공동 1위이자 방어율 3위, 탈삼진 7위, 투구이닝 1위에 오른 로페즈는 2009년의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 자격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실제로 유동훈이 후보에 있다 하더라도 ‘선발 투수’라는 이점이 있는 로페즈를 따돌리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동훈이라는 ‘자격 있는 후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따낸 것과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무혈입성 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유동훈이 후보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올 시즌 투수 부문 수상자의 명예에는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 자신의 잘못도 아닌데 말이다.

▶ 황재균(3루수)과 가르시아(외야수)의 탈락

3루수 부문은 정규시즌 MVP에 빛나는 김상현의 만장일치 수상이 기대되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상현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의 선정이 허투루 처리되어선 곤란하다. 기준인 .290의 타율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후보에서 탈락한 황재균(18홈런 30도루 63타점 .284)의 경우가 딱 그렇다.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킨 황재균은 올 시즌 매우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타율은 그다지 돋보이는 수준이 아니지만 홈런과 도루에서 자신이 ‘호타준족’임을 맘껏 뽐냈다. 더구나 그가 기록한 86개의 득점은 전체 8위이자 3루수 가운데 1위다.(김상현이 77득점으로 2위)

올 시즌 치른 133경기 전부를 선발 3루수로 출장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3루수로 고작 42경기만 선발 출장한 이원석은 후보에 올랐는데 황재균은 후보에 없다. 전체 수비수로 출장한 경기수가 84경기로 KBO가 발표한 기준에 미달인 김동주는 후보에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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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포지션에서의 기여도와 공수주 등을 감안했을 때 황재균은 올 시즌 김상현과 이대호 다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3루수였다. 하지만 그는 후보에도 들지 못했고, 앞으로의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황재균의 후보 탈락이 감히 김상현의 골든글러브 수상에 흠집을 낼 수는 없겠지만, KBO의 행정처리 능력에는 큰 오점을 남길 만하다.

외야수 부문에는 홈런 3위인 롯데의 가르시아(29홈런 84타점 .266)가 후보에서 탈락했다. 타율 미만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올 시즌 전체 외야수들 가운데 홈런 1위, 타점 3위를 마크했으며, 가장 많은 17개의 송구 아웃을 기록한 리그 최고의 강견이다.(2위는 10개의 클락)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이미 김현수(23홈런 104타점 .357)와 박용택(18홈런 22도루 74타점 .372)이 두 자리를 예약한 상황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애당초 초점은 남은 한 자리에 맞춰져 있었고, 히어로즈의 클락(24홈런 23도루 90타점 .290)과 이택근(15홈런 43도루 66타점 .311), 삼성의 강봉규(20홈런 20도루 78타점 .310), 그리고 가르시아까지 4명이 경합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수비에서의 공헌도까지 고려하면 이들 4명의 선수는 큰 차이가 없다. 수상 여부를 떠나 최소한 후보에는 이름을 올리고 있어야 하는 선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2년 연속 수상에 도전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말았다.

▶ 팬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KBO

메이저리그에서는 MVP와 사이영상, 신인왕, 그리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의 수상자를 결정할 때 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투표가 이루어지며,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잡음은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후보자를 굳이 선정해야 한다면, 그 기준이 좀 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것이어야 한다. 타율은 이미 타자를 평가하는 제1의 기준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타율보다는 출루율이나 장타율, 그리고 OPS가 더욱 중요한 척도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도 KBO에서 내세운 것은 타율이었다.

만약 김상현의 타율이 2할8푼대였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3루수 부문의 기준은 ‘2할9푼 이상’이 아니라 ‘2할8푼 이상’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KBO에서 내세운 골든글러브 후보자 선정 기준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이영상 수상자를 뽑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다승 우선의 원칙’에서 벗어나 방어율과 투구 내용 자체에 초점을 맞춰 수상자가 결정됐다. 이러한 변화에 팬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팬과 전문가, 그리고 기자들의 눈높이가 함께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한국시리즈 MVP로 로페즈가 아닌 나지완이 선정되는 바람에 팬들의 원성을 샀고, 골든글러브 후보자를 결정하면서도 주먹구구식의 기준 설정으로 유력한 후보자들을 소외시켰다. 팬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KBO의 행정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속 타는 건 팬들이다.

// 야구타임스 김홍석(블로그 : MLBspecial.net)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히어로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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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Daum 스포츠 해외야구 섹션 전문 칼럼니스트
전 데일리안 스포츠 메이저리그 전문 객원기자
현재 야구타임스 편집기자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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