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목 칼럼
2009/12/07 11:27
장성호와 KIA,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할까
[야구타임스 | 이준목] FA 시장의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장성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올 시즌 KIA의 주전경쟁에 밀려난 장성호는 시즌이 끝난 뒤 전격적으로 FA를 신청했으나,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지 못한채 쓸쓸하게 고개를 숙여야했다.
이제 다시 협상테이블은 원 소속 구단인 KIA로 되돌아왔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KIA는 이미 올 시즌 장성호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며, 내년부터 더욱 강화될 조범현 감독 친정체제 하에서는 더욱 그의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일단 연봉계약을 제시한다고 해도, 이미 FA까지 선언하며 은근히 미운털까지 박힌 장성호에게 후한 대접을 해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KIA 구단이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장성호와의 계약은 팀 내 주축 선수들과의 협상을 끝낸 뒤에 해도 늦지 않다”며 그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성호 역시 이미 KIA 구단에 사실상 마음이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우선협상기간동안 구단의 푸대접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낀 데다 올 시즌 주전경쟁에서 밀려나며 이래저래 마음의 상처가 큰 장성호로서는, KIA에 잔류한다고 해도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장성호의 야구인생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장성호 딜레마. 팀 리빌딩, FA제도의 모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한때 프로야구 최고의 교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던 장성호가 왜 이런 처지에까지 몰리게 된 것일까. 그의 딜레마는 소속팀 KIA의 세대교체 과정과 현행 FA 제도의 모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드러난 문제다.
장성호의 불행은 첫 번째 FA계약 이후부터 시작됐다. 장성호는 2005년 말 FA 최대어로 꼽히며 KIA와 4년 최대 42억 원에 계약했다. FA 전까지 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제 2의 양준혁’으로 불릴 만큼 꾸준한 성적과 부상 없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장성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FA 계약 첫 해였던 2006년에는 126경기에 전부 출장해 타율 .306, 13홈런 79타점으로 자기 몫을 해냈다.
하지만 2007년부터 그의 성적은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조범현 감독과의 악연도 거기에서 시작됐다. 조감독이 부임한 이후 KIA는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했는데, 보통 한 팀이 리빌딩에 돌입할 때면 가장 먼저 표적이 되는 선수가 이름값에 비하여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베테랑급 주전 선수들이다. 공교롭게도 장성호가 맹활약하던 시절의 KIA 타이거즈가 ‘엘롯기 동맹’의 일원으로 비아냥을 받으며 하향세를 그리던 시점이었다는 점도 장성호의 기록이 평가절하 된 이유였다.
물론 조범현 감독과 장성호의 사이가 원래부터 나빴던 것은 아니다. 장성호는 이종범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던 2007년 중반부터 이듬해까지 KIA의 주장을 맡으며 선수단과 감독 사이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조범현 감독은 평소 장성호의 훈련태도나 자기관리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가 FA 대박 이후 목표의식을 잃고 마인드가 느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 데다, 팀 성적이 좋지 못하던 시절에 솔선수범해야할 주장이 리더십 면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비췄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조범현 감독은 2008년 말 마무리 훈련에서 주장을 장성호에서 김상훈으로 교체했고, 이것은 장차 장성호를 팀 내 핵심 전력에서 제외하겠다는 신호탄과 다름 없었다. 장성호의 포지션이던 1루수에는 미국무대에서 귀환한 최희섭이 중용되기 시작했고, 결국 장성호는 내-외야를 전전하는 사실상의 벤치 대타요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장성호의 입장에서는 잔부상과 킨디션 난조 때문에 그렇잖아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조범현 감독과의 오해와 불신까지 겹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야했다.
KIA 구단 관계자는 장성호와 조범현 감독의 관계에 대하여 ‘민감한 부분’이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선수기용은 어디까지나 감독의 고유권한이다.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추는 것도 좋은 선수의 능력이다. 선수마다 불만이 전혀 없는 팀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감독이 모든 선수들을 일일이 다 맞춰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더불어 “장성호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FA 이후의 성적이나 자기관리의 측면에서 감독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 장성호와 타이거즈, 마음이 떠났다면 아름답게 이별하라
많은 팬들은 장성호가 주변의 예상을 깨고 FA권리를 행사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의아하게 여긴다. 타 구단에서 그를 영입하려면 본인 연봉 이외에도 24억 7500만 원의 보상금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올 시즌 부진했던 장성호의 FA 신청은 설득력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의 오해와 달리, 장성호가 FA를 신청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KIA에서는 더 이상 자신의 입지와 야구인생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그간의 팀 공헌도와 성적을 공정하게 평가해주지 않는 구단에 대한 서운함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쩌면 야구인생을 건 도박이었지만 결과는 우려했던 것처럼 장성호에게 또 한 번의 상처만을 남겼다. 장성호는 연봉에 대한 손해까지 감수하겠다는 태도로 FA 이적을 희망했지만, 그의 영입을 타진하는 구단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장성호보다 통산 성적으로는 크게 나을 것도 없는 김태균과 이범호가 올해 FA 대박을 터뜨리며 일본무대에 진출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대어급 선수들에게는 기회일지 몰라도, 준척급이나 이적 기회를 노리는 베테랑에게는 ‘독’으로 작용하는 현행 FA제도의 모순에서 4년전 최대 수혜자였던 장성호가 이번에는 최대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현재로서는 장성호가 KIA로 돌아간다고 해도 양측의 ‘아름다운 재회’는 이미 불가능해 보인다. 장성호는 이종범처럼 대폭적인 연봉삭감을 감수하고 백의종군한 케이스도 아닌데다, 팀 내 입지가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성호는 이종범에 비하면 남아 있는 선수생활이 길다.
마지막 남은 해결책은 결국 KIA와 일단 재계약을 한 후, 다른 팀으로의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것뿐이다. 다음시즌 KIA에 필요한 것은 좌완 불펜 자원과 내야진의 백업 선수다. 장성호 정도의 카드라면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보상금이 무거운 FA 계약은 부담스럽지만, 트레이드라면 장성호에게 관심을 가질 구단이 적지 않다. 올 시즌 부상과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고전했지만 장성호는 이제 경우 만 32세에 불과하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앞으로 3~4년은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좌타자인데다가 1루와 외야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하지만 KIA가 만일 장성호를 매물로 타 구단에 과도한 카드를 요구하면 상황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칼자루는 결국 구단이 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KIA는 현재 장성호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고 있을까.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주전에서는 밀려난 상황이지만, 내심 여전히 쓸 만한 선수로 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도 있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계속 끌어안고 갈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선수를 억지로 붙들고 있다 해서 효율성이 날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KIA가 내심 두려워하는 것은 LG에서 영입하여 올 시즌 대박을 터뜨린 김상현처럼, 장성호가 다른 팀으로 가서 오히려 친정팀에 비수를 겨누는 상황이 아닐까.
KIA와 장성호의 관계는 서로 마음이 떠난 부부를 연상시킨다. 물론 진짜 부부와 달리, 선수와 구단은 비즈니스라는 거래로 묶여있는 관계이긴 하지만, 이것이 한쪽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비즈니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도의 모순이 공정성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오랜 시간 한 이불을 덮고 살았던 부부의 정이 있다면, 불편한 동거보다 깨끗한 이별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 Copyrights ⓒ 야구타임스(yagootime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