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한다던 LG, 리빌딩의 정체는 무엇?
[야구타임스 | 이준목]
"리빌딩? 웃기지마, 이젠 돈으로 사겠어. 그거 얼마면 되니, 얼마면 되겠어?"(LG)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나 돈 필요해요. 아주 많이 필요해요. 대신 현금만 받아요"(히어로즈)
드라마 <가을동화>의 대사가 아니다. 주인공은 LG와 히어로즈, 무대는 프로야구 스토브리그. 드라마 제목은 <막장동화>내지는 <스토브리그의 악몽> 혹은 <묻지마 바겐세일> 정도로 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까.
‘이택근 트레이드 파문’이 ‘제2의 장원삼 사태’로 확대되고 있다. KBO의 승인 거부로 잠시 유보되기는 했지만, 히어로즈의 선수 장사는 이미 시작됐고, 트레이드의 정당성을 결정지을 가입금 납입처와 그 투명성 여부를 놓고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야구계는 이번 사태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입씨름을 펼치는 가운데 팬들은 비난 일색이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난장판이다.
물론 히어로즈의 선수 장사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선수 트레이드를 암시한바 있다. 무분별한 선수 장사를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팀 내 포지션 교통정리와 전력보강을 위한 ‘합리적 트레이드’가 될 것”이라고 해명한바있다.
묻고 싶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믿느냐고. 차라리 히어로즈에 넘쳐나는 좌완선발요원을 정리한다는 명분으로 이현승이나 장원삼이 우선순위였다면 그나마 변명거리라도 있었을지 모른다. 이장석 대표가 말하는 ‘합리적인 트레이드’라는 것이 팀 내에서도 손꼽히는 외야 핵심자원이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올스타급 선수를 사실상 현금과 맞바꾸는 것인가.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다면, 이장석 대표나 히어로즈 운영진은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이택근에 이어 차후 시나리오대로 이현승이나 장원삼마저 이적한다면 다음 시즌 히어로즈의 전력약화를 불 보듯 뻔하다. 도대체 프로 구단에서 팔다리를 다 내주고 하는 세대교체나 리빌딩이 세상 그 어디에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이다.
히어로즈는 그렇다 치더라도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히어로즈 선수장사의 ‘공범’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LG와 두산의 행보다. 1년 전 히어로즈가 ‘장원삼 파문’으로 삼성과 함께 비난의 중심에 놓였을 때 가장 앞서서 열변을 토했던 팀들이 바로 LG와 두산이다. 야구계 질서를 운운하며 트레이드를 막았던 어제의 기억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눈 깜짝할 사이에 얼굴을 바꾸어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이러한 두 팀의 행보는 실망을 넘어 부끄러움을 금할 길이 없게 만든다.
▲ LG의 사전에 리빌딩은 쇼핑이다?
특히 이번 히어로즈 사태의 첫 ‘고객’으로 등장하며 논란의 첫 총대를 멘(?) LG의 행보를 어떻게 봐야할까. LG는 지난 9월 재임기간동안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지 못한 김재박 감독과 결별하며, 박종훈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맞아들였다. 초보 사령탑으로는 이례적인 5년의 장기 계약을 안겨주며 내세운 명분은 ‘리빌딩’이었다.

2002년 이후 7년째 포스트시즌 진출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LG는 부진의 해결책을 팀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서 찾았다. 이름값에 의존하여 스타 선수나 감독을 영입해 당장 승부를 보려던 정책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감독을 중심으로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혀졌다.
하지만 정작 박종훈 감독 선임 후 LG의 행보는 리빌딩이라는 목표와는 오히려 동떨어져있는 느낌이다.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4번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와의 재계약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LG가 추진한 것은 지난 3년간 일본무대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이병규의 재영입 결정이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또 다른 올스타급 외야수 이택근의 영입까지 추진하며 많은 이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리빌딩을 노리는 팀이라면 적절한 수준의 선수보강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효율성이다. LG가 정말 합리적인 선수보강을 노리려고 했다면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오히려 마운드와 4번 타자. 그리고 내야 백업 요원이었다.
LG의 외야에는 이미 올시 즌 타격왕에 오른 박용택을 비롯하여, 도루왕 이대형, 올해 FA로 영입한 이진영 등 탄탄한 주전 자원들이 넘쳐난다. 여기에 이병규와 이택근까지 가세할 경우, 포지션 중복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이들 중 1~2명을 내야나 지명타자 자원으로 돌린다고 할지라도 최동수나 박병호 같은 선수들과 겹치게 된다.
사실 LG는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추진하면서 당초 좌완투수 영입에 무게를 뒀으나 여러 가지 조건상의 문제로 불발되면서 영입 가능한 선수 중 최대어인 이택근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하여 LG는 최근 이택근의 영입이후 타 구단과의 삼각 트레이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LG 관계자는 이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본질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을 키운다고 하면서 수십억이나 되는 돈을 들여 굳이 노장이나 타 팀에서 검증된 외부 선수를 영입해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종훈 감독은 최근 마무리 훈련에서 LG의 내년 시즌 운용방향에 대하여 “젊은 선수들을 키워서 기존 주전들과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1,2군의 격차를 줄이고 팀의 전체적인 전력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고 밝힌바있다. 두산 시절 ‘화수분’으로 불리는 2군과 유망주 육성시스템을 통하여 외부 선수 영입 없이도 좋은 성적을 거뒀던 사례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할까 의심스럽다.

지금 LG에는 2군 타격왕 출신인 작은 이병규를 비롯하여 박병호. 김태군 등 유망한 선수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병규와 이택근이 가세할 경우, 새로운 경쟁은 고사하고 기존 선수들 간의 교통정리부터가 골치 아프게 된다. 구단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서 영입한 선수를 쓰고 싶지 않을 리가 없고, 베테랑이 많을수록 검증이 덜된 젊은 선수들에게 돌아갈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LG로서도 내년 시즌 리빌딩보다는 당장 다음 시즌 우승을 노릴만한 전력이다.
무엇보다 트레이드 자체의 효용성을 떠나 LG 구단의 행보는 야구계 ‘상도’와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처사라는 점이 실망스럽다. 아무리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라지만, 무분별한 선수장사로 인하여 야구판이 혼탁해질 경우, 그 후유증은 곧 프로야구 전체로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1년 전만해도 히어로즈와 삼성의 부당한 거래를 손가락질하던 그들이, 입장이 바뀌었다고 이제 ‘우리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표리부동한 행보는 최소한의 양심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LG 구단이 지난 7년간 그토록 한심한 성적을 내면서 비웃음을 샀던 것이 과연 전력이 달리거나,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었을까. 입으로만 ‘리빌딩’이니, ‘야구계 공존’을 외칠 것이 아니라 부디 언행일치부터 보여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히어로즈]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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