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괴물’ 류현진(한화 이글스)에게는 올 시즌 ‘소년가장’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올 한 해 동안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세대교체의 실패로 23년 만에 꼴찌로 추락하며 시련의 시기를 보낸 한화를 홀로 먹여 살리다시피 한 것이, 바로 22세에 불과한 이 젊은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올 시즌 28경기에 등판하여 189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3승 12패, 평균자책 3.57을 기록했다. 188개의 탈심진을 기록하며 2년 만에 타이틀을 탈환했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도 18차례나 기록하며 봉중근(19회)에 이어 전체 2위를 기록했다. 올해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8개 구단을 통틀어 아퀼리노 로페즈(190⅓) 단 한 명뿐이다. 두 자릿수 삼진을 기록한 경기가 무려 6차례, 완투도 4차례로 로페즈와 함께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이 5.70으로 리그 꼴찌였고, 류현진을 제외한 한화 선발투수들이 모두 5점대 이상의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배팅볼 마운드로 전락한 한화에서 류현진이 홀로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이들은 올 시즌 류현진의 성적표에 대하여 오히려 ‘아쉽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보통의 투수라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성적이건만, 문제는 그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괴물’ 류현진이기 때문이다.
다승은 데뷔 이후 최소인 반면, 패전과 평균자책은 가장 높았다. 특히 투수 3관왕을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데뷔 첫해 이후 매년 승수(18승-17승-14승-13승)가 줄어들고 자책점은(2.23-2.94-3.31-3.57)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는 게 눈에 띈다. 적어도 데뷔 첫해를 기준으로 본다면 류현진은 ‘발전 없는 녀석’임에 틀림없다.
류현진은 올 시즌 가장 운이 없는 투수 중 한명이기도 했다.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패전투수가 된 경우가 무려 6차례였고, 이중에는 6월 28일 대전 롯데전과 8월 25일 광주 KIA전처럼 완투하고도 패전을 기록한 경우도 있었다. 올 시즌 9이닝당 5.42점의 득점지원을 받는데 그치며 LG의 ‘봉크라이’ 봉중근(4.1점)과 KIA 양현종(5.10)에 이어 가장 저조한 득점지원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류현진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2선발의 부재와 허약한 불펜은, 소년가장의 어깨를 더욱 부담스럽게 짓눌렀다.
문제는 올해보다 앞으로의 미래다. 2009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팀 내 레전드였던 송진우와 정민철이 은퇴하며 마운드의 세대교체는 본격화됐고, 주포였던 김태균과 이범호의 일본 진출로 ‘다이너마이트 타선’마저 붕괴되어 득점지원에서도 더욱 심각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제 한화에서 스타플레이어라고 부를 만한 선수는 류현진과 노장 구대성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우려되는 것은 류현진이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얼마나 꾸준하게 활약해 줄 수 있느냐다. 단순히 승수나 탈삼진 같은 개인기록에서의 손해가 문제가 아니다. 한화 마운드와 타선의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않을수록 류현진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게 될테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류현진의 과부하와 혹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뷔 이래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끊임없이 소모되었던 류현진의 어깨가 지쳐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류현진은 2006년 프로에 입문한 이후 114경기에서 나서 총 767⅔이닝, 경기당 평균 6.73이닝을 소화했다. 데뷔 초기엔 2년 연속으로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기도 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예선과 본선, WBC 등을 통해 국가대표팀에 차출되며 핵심전력으로 활약하는 등, 비시즌 기간에도 쉴 틈이 없었다.
류현진이 데뷔했던 2006년 이후 최근 4년간 한국에서 류현진보다 더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소화한 선수는 전무하다. 올해도 류현진은 총 3064개의 투구수(평균 109.1개)를 기록하며 전체 1위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 시절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아무리 강한 어깨와 유연성을 겸비한 투수라도 한번 부상전력이 있는 선수는 철저한 관리가 생명이다. 게다가 지난 7월 5일 대구 삼성전 도중에는 왼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된 기억도 있다. 정밀진단 결과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기는 했지만, 구단으로서는 간담이 서늘해질 수밖에 없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류현진을 지도했던 김인식 전 감독이나 한화 구단은 일부에서 제기되었던 류현진의 ‘혹사’논란에 대하여 철저히 부정한다. 조금만 무리하거나 피로한 기색이 있으면 엔트리에서 빼고 충분한 휴식을 보장했다는 항변이다. 국가대표팀 차출이야 구단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적어도 ‘에이스’라는 이름이 붙은 선수라면 그 정도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은 감수해야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흔히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타자보다 투수의 전성기가 짧은 이유도, 투수의 어깨는 많이 던지면 던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보통이다. 한 경기에서 보통 4~5차례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에 비하여, 선발 투수는 짧은 시간에 100~120개 이상의 투구를 기록하기도 하며, 불펜 투수들은 2~3경기 정도를 연투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타자보다 투수의 어깨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전성기 시절, 화려하게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짧고 굵게 사라졌던 에이스 투수들은 수없이 많다. 물론 송진우나 이강철, 선동열처럼 오랜 시간 기복 없이 활약하며 숱한 굴곡을 뛰어넘어 장수한 선수들도 있지만, 여기에는 단지 선수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구단의 철저한 관리와 보호 등이 병행되었기에 가능했다. 염종석이나 최동원, 그리고 최근의 배영수 같은 선수들의 안타까운 사례는 류현진의 반면교사라 할만하다.
류현진은 앞으로 짧게 잡아도 향후 10년간 한국 프로야구와 국가대표팀을 이끌어갈 간판 투수다. 물론 부상이나 슬럼프 같은 변수가 없이 꾸준히 성공적인 선수경력을 이어간다는 전제 하에서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1,2년 반짝 잘하다가도 4년, 5년 이상 꾸준히 전성기가 오래 지속되는 선수들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투수에게 가장 큰 적은 혹사로 인한 부상과 이른 노쇠화다.
다행히 류현진은 거구에 걸맞지 않게 근육의 유연성과 경기운영의 완급조절 능력을 겸비하여 장수할 수 있는 투수로 평가 받는다. 때문에 앞으로 정상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만 한다면 100승은 물론 200승 고지를 넘어서 역대 프로야구 레전드 투수들이 세운 각종 대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유력한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한화 구단은 물론이고 프로야구계 차원에서 류현진 같은 선수들을 관리하고 보호해 주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디 류현진의 진정한 전성기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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