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7인방, 2010년에도 거침없이 달린다!
[야구타임스 | 이준목] 몸은 해외에 있어도 가슴속에서는 태극마크의 긍지를 간직하고 있다. 바다건너 해외무대에서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우뚝 세웠던 해외파 스타들에게 지난 2009년은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박찬호, 추신수, 임창용처럼 빛나는 한해를 보낸 선수들도 있고, 이승엽처럼 아쉬움을 남긴 케이스도 있지만,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스포츠의 세계처럼 지난 한해의 기억을 잊고 이제 그들은 다시 새로운 2010년을 준비하고 있다. 해외파에 새롭게 가세한 김태균과 이범호의 일본진출로 더욱 풍성해진 해외파들의 2010시즌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 ‘추추트레인’ 추신수, 2년 연속 20-20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정조준
메이저리그 유일의 한국인 타자 추신수(27,클리블랜드)에게 2009년은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로 도약하는 한 해였다.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인상적인 홈런쇼로 첫 포문을 연 추신수는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첫 번째 시즌인 올해 아시아인 최초로 정규시즌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규시즌 동안 3할 타율과 더불어 20홈런 21도루 86타점 기록. 2000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에 거둔 최고의 성적이며, 추신수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14개 팀을 통틀어도 20-2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4명뿐이며, 그 중 3할 타율까지 기록한 선수는 추신수가 유일하다. 천하의 이치로(시애틀)도 홈런 부족으로 넘보지 못한 고지를 정복하며 동양인 타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린 추신수는 이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새로운 5툴 플레이어이자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올라섰다.
추신수에게 2010년은 야구인생과 메이저리그에서의 미래를 가늠하게 될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추신수의 올 연봉은 42만300달러(약 4억93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0년을 풀타임으로 소화하면 메이저리그 규정상 4년차부터 주어지는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처음으로 얻게 된다. 여기서 최대의 변수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병역문제. 내년이면 만 28세가 되는 추신수는 실질적으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병역혜택을 노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내년 한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 ‘제2의 전성기’ 박찬호, 새 둥지와 보직은 어디에
‘원조 코리안특급’ 박찬호(36)는 올해를 눈물로 시작하여 웃음으로 마감했다. 지난 1월 기자회견을 통해 박찬호는 WBC 출전 고사와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하며 눈물까지 쏟아냈다. WBC와 선발투수의 꿈 사이에서 박찬호가 안아야했던 고뇌, 구단의 냉대에 서운함을 느껴야했던 절박한 처지가 고스란히 담긴 눈물이었다.
박찬호는 절치부심하여 스프랭킴프에서 꿈에 그리던 5선발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7경기에 등판해 33⅓이닝 투구, 1승 1패 평균자책 7.29의 저조한 기록을 남기며 불펜으로 강등됐다. 그러나 박찬호는 실망감을 이겨내고 불펜의 필승계투조로 다시 부활했다. 박찬호는 중간계투로 전환된 이후 나선 37경기에서 2승 2패 13홀드 평균자책 2.52를 기록하며 필라델피아의 허리를 든든히 떠받쳤다.
시즌 중 좋은 활약을 보인 박찬호는 ‘꿈의 무대’를 밟는 기쁨도 누렸다.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면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올랐으며, 그렇게 맞이한 꿈의 무대에서 4경기에 등판해 3⅓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는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비록 팀이 2승4패로 패해 우승 반지는 얻지 못했지만, 전성기에도 늘 가을잔치와 인연이 없던 박찬호에게는 매우 뜻 깊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구원투수로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하며 만족스러운 한 시즌을 보낸 박찬호지만, 현재 내년 시즌을 보낼 새 둥지를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선발을 원하는 박찬호와 그를 불펜투수로 생각하는 메이저리그 구단 사이의 시각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도 박찬호는 올해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여전히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한 박찬호의 경험과 구위를 필요로 할 팀들은 아직 많기 때문이다.
▲ WBC 아픔 딛고 부활한 ‘미스터 제로’ 임창용
‘풍운아’ 임창용(33,야쿠르트)은 올 시즌 눈부신 활약에 비하여 미디어로부터 가장 소외받은 해외파 스타로 꼽힌다. 아무래도 지난 WBC 결승전에서 이치로에게 허용했던 결승타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대회 내내 한국대표팀의 수호신으로 활약했던 임창용은 이치로에게 내준 통한의 한 방으로 순식간에 ‘영웅’에서 ‘역적’으로 전락했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벤치의 사구 지시를 고의로 무시했다는 논란에 휩쓸리며 한동안 곤욕을 치러야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임창용은 주변의 비난과 오해, 편견에 굴복하거나 일일이 변명하지 않고 오직 실력으로 정면 돌파하는 길을 택했다. 데뷔 첫해였던 지난해 33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믿음직한 ‘수호신’으로 떠오른 임창용은 올해도 5승 4패 28세이브 평균자책 2.05의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전반기에는 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가며 ‘미스터 제로’라는 찬사를 받는 등, 선동열과 구대성 이후 오랜만에 일본무대에서 성공한 한국인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임창용은 현 소속팀 야쿠르트와는 추가로 다년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 2010시즌까지만 야쿠르트에서 뛰고 FA가 되는 이듬해부터 다른 팀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이미 검증된 투수로 꼽히며 몸값이 치솟은 임창용을 원하는 구단은 많다. 국내 무대에서 한때 퇴물취급까지 받으며 잊혀질 뻔했던, ‘창용불패’의 화려한 부활이 돋보였던 한해였다.
▲ 사선에 놓인 ‘국민타자’ 이승엽
‘국민타자’ 이승엽(33,요미우리)은 해외파 중 가장 혹독한 시즌을 보냈다. 부활을 위해 WBC에서 애지중지하던 태극마크까지 고사하고 시즌을 준비했건만 박찬호 같은 역전 드라마가 이승엽에게는 나오지 않았다. 팀 내 최고연봉을 자랑하는 이승엽이지만, 올해는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이승엽의 올 시즌 성적은 77경기 출전에 타율 2할2푼9리 16홈런 36타점. 부상으로 고전했던 2008시즌(45경기 타율 .248 홈런8개)과 비교해도 공헌도 면에서는 크게 나을게 없는 성적이었다. 더구나 소속팀 요미우리는 이승엽 없이도 압도적인 저력을 과시하며 통산 21번째 저팬시리즈 우승을 차지, 이승엽을 더욱 머쓱하게 만들었다.
내년에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이하는 이승엽은 2010년 벼랑 끝에서 마지막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간의 부진으로 팀 내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진 이승엽은 이제 주전 1루수 자리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쳐야할 전망이다. 만일 내년에도 부진할 경우, 일본무대에서의 성패를 떠나 그의 야구인생 자체가 내리막길로 접어들 수 있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 소리 없이 강한 ‘혜천법사’ 이혜천
이혜천(30,야쿠르트)은 올해 가장 ‘소리 없이 성공한’ 해외파 스타였다. 이혜천이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무대로 진출한다고 했을 때, 국내 야구인들조차도 그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사실 국내에서도 정상급 투수로 분류하기에는 조금 부족했고, 일본무대에서의 필수 덕목으로 꼽히는 정교한 제구력과도 다소 거리가 먼 스타일 때문이었다. 누구도 이혜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쉽사리 낙관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세이브를 올릴 때마다 단신으로라도 간간히 소개되던 같은 팀 임창용보다도 이혜천은 더 언론의 관심밖에 있었다.
하지만 이혜천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일본 데뷔 첫해 42경기에서 1승 1패 12홀드, 평균자책 3.65의 무난한 성적을 거두면서 일본무대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목표로 했던 선발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5월 1군에 합류한 이래 중간계투요원으로 신뢰를 쌓으며 시즌 내내 큰 위기 없이 불펜의 한 축을 담당했다. 8월 초 주니치전에서 간판타자 모리노 마사히코와의 빈볼 시비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약점인 제구력이 많이 보완됐고, 빠른 구속을 지닌 좌완이라는 장점을 극대화시킨 게 성공의 비결이다. 첫 시즌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이혜천은 내년 시즌 선발투수 진입에 도전장을 던진다.
▲ 열도 정복 도전장 던진 ‘예비 해외파’ 김태균-이범호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두 명의 대어, 김태균(27)과 이범호(28)는 동시에 일본행을 선택했다. 김태균은 지바 롯데 마린스와 계약기간 3년에 옵션 1억5천만엔을 포함해 최대 7억엔(약 9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범호는 ‘2+1’년에 최대 5억 엔(약 65억 원)을 받기로 하고 소프트뱅크 호크스 유니폼을 선택했다.
두 선수의 일본 진출은 WBC에서의 활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태균은 WBC에서 9경기에 나서 타율 29타수 10안타(.345) 3홈런 11타점을 기록했고, 이범호도 20타수 8안타(.400) 3홈런 7타점으로 WBC 올스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WBC에서만 5차례나 맞대결을 펼친 라이벌 일본전에서 에이스급 투수들을 상대로 인상적인 클러치능력을 과시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이 해외진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 일본에 진출했던 타자들 중에서 아직까지 완벽한 성공사례는 없다. 특히 첫해는 예외 없이 고전했다는 것도 징크스로 남아있다. 김태균은 올 시즌 머리부상으로 고전했으며, 이범호는 국내에서도 정교함이 돋보이는 타자는 아니었다는 점이 걱정스런 부분이다. 과연 두 선수는 열도에서 한국인 거포의 자존심을 세우며 WBC에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 야구타임스 이준목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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