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주목할 MLB 최고의 원투펀치는?
[야구타임스 | 이창섭] ‘에이스는 고독하다’란 말이 있다. 올 시즌, 이 말이 어울리는 투수로는 잭 그레인키와 로이 할러데이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레인키의 경우에는 길 메시가 외로움을 덜어줬어야 했다. 하지만 메시는 투수 내 최고 연봉자의 역할을 못해냈고, 데이튼 무어 단장의 기분만 씁쓸하게 만들었다. 할러데이는 A.J. 버넷과 이별한 후, 고독의 절정을 맛보았다. 이번 오프시즌에 필라델피아로 이적하면서 버넷보다 더 멋진 짝을 만날 ‘뻔’ 했으나 이것은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반대로 에이스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두 명의 투수가 함께 로테이션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흔히 우리는 이 경우를 일컬어 ‘원투펀치’라고 부르는데, 이 전력은 단기전에서 더 빛을 발휘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포스트시즌을 예상할 때, 원투펀치가 있는 팀의 성적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세인트루이스에게 낙관론을 펼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두 선수는 자신들이 일으킬 수 있는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것을 ‘시너지 효과’라고 부른다. 내년 시즌에는 어느 팀의 원투펀치에게 이러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지, 올해 활약을 중심으로 ‘2010년 최고의 원투펀치’를 살펴본다.
▶ 크리스 카펜터 & 애덤 웨인라이트 : 36승12패(47QS) 평균자책 2.46
앞에서 언급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원투펀치다. 전문가들은 포스트시즌에서 두 선수의 유혹을 벗어내지 못해 예측이 빗나가는 것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카펜터는 시즌 중 11연승을 달렸으며, 그 중 하나는 99구 완봉승으로 장식했다. 시즌 도중에 합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를 정도의 저력을 보여줬다.
웨인라이트는 투표단의 성향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사이영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리그에서 15승 이상 올린 투수는 11명, 이중에서 2점대 자책점과 200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웨인라이트와 팀 린스컴밖에 없다. 카펜터와 웨인라이트는 내년에도 세인트루이스의 쌍두마차로 활약할 것이다. 카펜터의 화려한 복귀와 웨인라이트의 성공적인 보직 전환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 펠릭스 에르난데스 & 클리프 리 : 33승18패(53QS) 평균자책 2.85
리의 합류로 시애틀 매리너스는 ‘좌청룡 우백호’가 부럽지 않게 되었다. 우완 에이스인 에르난데스에 좌완특급인 리가 가세한 이 팀의 밸런스는 더 없이 훌륭하다. 에르난데스의 2009년(19승 5패 2.49)은 화려했다. 5월에 잠시 주춤한 모습만 없었더라면 사이영상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쪽은 그레인키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에르난데스는 올해 29번의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했는데, 이는 팀 역사 상 최고 기록이다. 승패 없이 끝난 10번의 경기 중 9번이 QS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르난데스의 정직한 승수는 20승을 넘었어야 했다. 마지막 8경기(7승 1.94)에서 대폭발한 것은 내년 시즌 전망도 밝게 만든다.

올 시즌, 내셔널리그로 이적한 리는 그곳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개막 전, 자신을 향해 불안감을 표한 일부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뛰어난 투구를 펼치며 그 감정을 종식시켰다. 프레디 가르시아와 애런 실리를 훨씬 뛰어넘는 막강 원투펀치가 시애틀 팬들의 눈앞에 다가왔다.
▶ 조시 베켓 & 존 레스터 : 32승14패(43QS) 평균자책 3.64
존 래키까지 영입하면서 보스턴 레드삭스는 1~3선발이 모두 돋보이는 선발진을 꾸렸다. 원투펀치로 베켓과 레스터를 언급했지만 래키가 포함되어도 무방하다. 베켓은 7월만 하더라도 20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페이스였다. 그런데, 8월 말부터 있었던 같은 지구 팀과의 4차례 맞대결에서 최악의 난조(1패 8.96)를 보였다. 탈삼진 하나가 모자라 200이닝-200삼진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보스턴의 기쁨은 레스터에게 있다. 레스터는 보스턴이 그토록 원하던 좌완 에이스로 우뚝 섰다. 베켓이 부진했을 때 팀을 이끌었던 선수가 레스터였다. 그는 1975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15승 이상을 거둔 보스턴 투수가 되었고, 200삼진을 달성한 첫 번째 보스턴 좌완 투수가 되었다. 베켓이나 레스터는 둘 다 안정성만 더해진다면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될 수 있는 선수들이다.
▶ C.C. 사바시아 & 하비에르 바스케스 : 34승18패(43QS) 평균자책 3.13
지난 오프시즌, 양키스는 두 투수에게 2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버넷이 연봉에 다소 미치지 못한 활약을 보인 반면 사바시아는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4월만 하더라도 ‘양키스 프레셔’에 무너질 줄 알았던 사바시아는 후반기에 맹활약(11승 2패 2.74)하며 팀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마지막 경기에 패배하면서 20승 고지는 올라서지 못했으나, 그보다 많은 승리를 챙긴 투수는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새로운 에이스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원래 사바시아의 짝으로 버넷이 들어가야 맞겠지만 기록 상으로는 바스케스를 선택했다. 바스케스는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달성했고, 통산 5번째 200삼진 시즌을 보냈다. 현역 중 바스케스보다 200삼진 시즌을 많이 보낸 투수는 랜디 존슨(13회)과 페드로 마르티네즈(9회)까지 단 2명에 불과하다. 바스케스가 올해 같은 활약만 이어간다면, 양키스의 원투펀치는 한 층 더 견고해진다.
▶ 팀 린스컴 & 맷 케인 : 29승15패(46QS) 평균자책 2.68
샌프란시스코는 향후 몇 년 동안 선발진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84년생의 동갑내기 젊은 선수들을 키워냈다. 린스컴은 손에 꼽히는 위력적인 투수이다. 2007년 이후, 그보다 ‘1경기 10삼진 이상’의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준 투수는 없다. 그는 사이영상 2연패를 달성한 역대 8번째 선수이며, 역사를 장식할 투수의 길을 걷고 있다.
케인은 전반기에만 10승을 올리며, 올스타에 선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직전 경기에서 타구를 맞아 출장하지 못했고, 이런저런 불운이 겹치며 후반기에는 고작 4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후반기에 100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자리를 지켰다.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팀의 자랑이다.
▶ 마크 벌리 & 제이크 피비 : 22승16패(29QS) 평균자책 3.71
화이트삭스는 시즌 중 지구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애런 포레다를 포함한 유망주 4명을 보내고 피비를 영입했다. 부상으로 인해 올 시즌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피비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팀 전력에 도움을 줄 것이다. 존 댕크스와 개빈 플로이드를 제외하고, 피비를 본 명단에 포함시킨 건 그만큼 ‘건강한’ 피비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벌리는 명실상부 화이트삭스의 에이스다. ‘30경기-10승-200이닝’을 9년 연속 달성한 현역 선수는 벌리가 유일하다. 게다가 올해는 퍼펙트게임까지 달성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펫코파크의 영향을 부정할 순 없겠지만 피비는 내셔널리그를 장악했던 투수였다. 올해도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고 등판한 세 경기에서 만족스러운 성적(3승 1.35)을 남겼다. 만약, 피비가 내년을 ‘명예 회복의 시즌’으로 삼는다면 화이트삭스의 원투펀치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 로이 오스왈트 & 완디 로드리게스 : 22승18패(40QS) 평균자책 3.53
마지막은 휴스턴 에스트로스의 원투펀치다. 화이트삭스처럼 성적만 봤을 땐 강력한 인상을 받을 수 없다. 오스왈트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는데, 그의 명성과 실력을 놓고 봤을 때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는 꾸준하게 제 몫 이상을 해주는 에이스였다. 21세기 들어 오스왈트보다 많은 승수(137승)를 거둔 단 한 명도 투수는 없었다. 이번 시즌도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제 모습을 찾아갔지만, 허리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오스왈트가 주춤한 상황 속에서 로드리게스가 무척이나 고무적인 성적(14승 12패 3.02)을 남겼다. 생애 두 번째 완봉승을 포함해 선수 생활 중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원정 공포증도 점점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기복 없이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남아 있는 과제다. 휴스턴의 경우는 두 선수를 제외하고 마땅한 선발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투펀치의 활약이 어느 팀보다 절실하다.
// 야구타임스 이창섭(블로그 : blog.naver.com/pbbless)
[사진= 시애틀 매리너스 홈페이지 캡쳐]
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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