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한국산 거포’ 김태균(지바 롯데)과 이범호(소프트뱅크)의 일본 무대 성공 여부는 올 시즌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다. 일본 언론은 지난 5일 김태균이 지바현 나리타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취재경쟁을 펼치는 등 벌써부터 큰 관심을 나타나고 있다.

김태균이 빠른 팀 적응을 위하여 외국인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조기합류를 선택한 것에 대하여 호평을 보내는 한편, 김태균의 패션과 체중 같은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조명한 것은 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와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범호는 김태균보다 다소 늦은 15일 출국을 통해 소프트뱅크의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태균과 이범호를 바라보는 일본 현지의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일본 언론은 벌써부터 김태균을 이번 시즌 ‘지바 롯데의 확실한 4번 타자’로 조명하고 있으며, 이범호 역시 ‘공수를 겸비한 3루수’로 소프트뱅크의 주전 자리를 꿰찰 것을 확신하고 있다. 두 선수가 보여준 지난 WBC에서의 선전과 최근 한국야구의 국제대회 호성적으로 인해, 한국인 출신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높은 기대는 곧 그만큼의 책임감과 부담이기도 하다. 생애 첫 해외진출을 통해 외국인 선수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하는 김태균과 이범호에게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역시 현지 적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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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이범호 이전에 한국야구를 거쳐 일본무대에 진출한 타자는 모두 3명. 이승엽과 이종범, 이병규가 그 주인공이다. 이중에서 아직까지 확실한 성공사례라고 부를만한 선수는 아직 없다. 가장 장수하고 있는 이승엽도 2006년 요미우리와의 4년 장기계약 이후로는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 못하며 잘한 시즌보다는 못한 시즌이 더 많았던 것이 현실이다.

이종범과 이병규는 국내무대에서의 활약이나 이름값에서 김태균-이범호보다 한수 위로 평가받았던 선배들이지만, 엄밀히 말해 일본무대에서는 실패한 사례로 분류된다. 특히 일본진출 첫 해는 어김없이 고전한다는 ‘초년병 징크스’는 김태균-이범호가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 이종범- 위협구와 부상을 경계하라.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하라.

첫 한국인 타자였던 이종범의 경우, 사실 초반 돌풍은 대단했다. 국내무대를 평정하고 98년 일본무대로 진출한 이종범은 초창기 타율이 3할 5푼대에 육박했고 도루도 1,2위를 다투고 있었다. 빠른 발에 선구안과 컨택트 능력은 물론이고 장타력까지 두루 갖춘 호타준족을 일본야구에서도 흔하게 찾기 어려웠기에 초기 이종범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엄청났다.

하지만 눈부신 초반 활약은 곧 일본 투수들의 집중견제라는 부작용을 불러왔고, 이종범은 오래가지 않아 상대투수들의 끊임없는 몸 쪽 위협구에 노골적으로 시달려야했다. 결국 그해 6월23일 한신전에서 가와지리에게 오른쪽 팔꿈치를 맞고 골절상을 당하면서 이종범 자신과 팬들의 꿈은 날아가 버렸다.

첫해 성적은 67경기에서 244타수 69안타, 타율 2할8푼3리 10홈런 29타점. 홈런과 도루는 부상직전 시즌 개막 55게임 만에 모두 달성한 기록으로, 부상만 아니었다면 데뷔 첫해 20-20클럽 가입도 충분히 가능했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종범은 몸 쪽 위협구에 부담을 느끼며 타격 페이스를 잃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호시노 감독과의 불화까지 겹치며 팀 내 입지를 상실했다.

▲ 이승엽- 국내무대에서의 기억과 습관을 잊어라. 섣부른 의욕은 금물.

이승엽은 기대치에 비하여 첫 해 성적이 가장 실망스러웠던 케이스로 평가받는다. 직전 시즌에 한국에서 56홈런을 치며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고, 당초 메이저리그행이 먼저 거론될 만큼 일본에서도 이미 유명인사였기에 기대치가 높았던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바 롯데에서 일본진출 첫 시즌을 맞이한 이승엽은 2004년 100경기에서 2할4푼(333타수 80안타)의 부진한 타율과 14홈런 50타점을 기록하며 88개의 삼진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바비 발렌타인 감독의 플래툰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메이저리그를 염두에 두고 있던 이승엽이 일본무대에 대하여 사전에 정신적-육체적으로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탓이 컸다.

이후 이승엽은 당시 지바롯데 코치였던 김성근 감독의 헌신적인 지도와 격려 속에 페이스를 회복하여 2005년에는 30개, 2006년에는 무려 41개의 홈런을 날리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요미우리와의 4년 장기계약을 이끌어내며 한국인 타자 중 일본무대에서 가장 장수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 이병규- 유인구에 쉽게 현혹되지 말라. 안타보다는 ‘출루’가 중요하다.

2007년 주니치를 통하여 진출한 이병규는 데뷔 첫해부터 감독과의 궁합이 맞지 않아 고전했던 이종범-이승엽과는 달리 꾸준한 출전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타율 2할6푼2리, 7홈런 40타점에 그쳤고, 도루는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모든 면에서 한국 시절의 수치보다 대폭 하락한 부진한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별다른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완주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맹활약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데뷔 첫 해 보여준 모습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하며 3년 만에 국내무대로 다시 유턴하고 말았다.

국내에서 ‘배드 볼 히터’로 명성을 떨쳤던 이병규지만, 일본무대에서는 이것이 결국 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 이병규는 데뷔 첫해 19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무려 108개나 당했다. 상대적으로 첫 시즌에 더 고전했던 이승엽보다도 나쁜 볼넷-삼진 비율이었다. 이병규는 나쁜 공에 먼저 손이 나가는 습관을 끝까지 극복하지 못했다.

일본무대에서는 아직도 선동열이나 구대성, 임창용 등의 성공사례를 통해 투수는 통하지만, 타자는 다소 어렵다는 인식이 남아있다. 외국인 타자 입장에서는 한편으론 메이저리그보다도 더 적응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일본야구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도, ‘국민타자’ 이승엽도 피하지 못했던 시행착오는, 곧 후배들에게는 그 어떤 데이터보다도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용병을 대하는 일본야구의 미묘한 온도차이도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외국인 선수의 실력에 따른 처우와 차별이 극명한 곳이다. 잘할 때는 계속 띄워주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한없이 냉정해지는 곳이 일본야구계다. 또한 미국이나 중남미 선수들과 달리, 피부색이 같은 한국인 선수들은 같은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문화나 정서면에서는 일본 선수들과 동등한 가치관을 강요하는 모순적인 모습도 있다. 감독과의 궁합이 맞지 않아서 고전했던 이종범이 대표적인 예다.

이승엽이나 이병규는 국내 무대에서의 습관과 기억을 잊지 못하여 초반에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섣불리 잘하겠다는 의욕에 무모하게 덤벼들다가 일본 투수들 특유의 흐름에 페이스를 뺏길 경우, 슬럼프에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첫해부터 무언가 보여줘야겠다는 욕심보다는 길게 보고 초반엔 적응 자체에 무게를 두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거포로서 영입된 김태균과 이범호는 한 방을 의식하는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홈런이나 안타보다는 볼넷을 얻어내더라도 꾸준히 출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김태균은 자신의 첫 시즌 목표를 8~90타점 정도로 잡고 있었다. 너무 높게 책정하지 않고 현시점에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적응해가겠다는 계획이며, 이것은 필요 이상의 원대한 꿈을 가지는 것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선배들이 극복하지 못했던 시행착오를 김태균과 이범호가 첫 시즌에 어떻게 극복할지를 지켜보는 것은 올 시즌 프로야구 팬들의 또 하나의 기쁨이자 즐거움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지바 롯데 마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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