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적토마' 이병규(36)가 돌아왔다. 이미 국내 복귀는 기정사실화되고 있었으나 계약 조건을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이병규가 마침내 협상을 마무리짓고 친정팀 LG 트윈스의 줄무늬 유니폼을 다시 입는데 성공했다. 계약조건은 2년간 총액 9억원 수준이며, 별도의 알려지지 않은 옵션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내 일본 프로야구로 진출한 이병규는, 주니치 드래건즈 유니폼을 입고 활약했던 3시즌 동안 평균타율 0.254(997타수253안타), 홈런 28개, 타점 119개의 그저그런 성적을 남겼다. 일본 진출 첫해 저팬시리즈 우승까지 맛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마지막 해였던 지난 시즌에는 주전경쟁에서도 밀려나며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내야했고, 결국 막판에는 방출까지 당했다. 국내에서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군림했던 이병규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련의 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LG로의 귀환을 신고한 이병규지만, 그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사실상 실패 쪽에 방점이 찍히는 일본무대에서의 성적과 적지않은 나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는가 하면, 프랜차이즈 스타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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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는 1997년 LG에서 데뷔하여 10년간 활약하는 동안 전성기를 보내며 국내 최고의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97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99년 30-30클럽 가입을 비롯해 최다안타왕 4회(99~01, 05), 타격왕 1회(05), 골든글러브 수상 6회를 기록했다. 통산 타율이 무려 .312에 이르고 홈런 123개, 타점 684개, 도루 134개를 기록하며 공수주를 겸비한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꼽혔다.

일본무대에서 고전하며 특유의 배트스피드와 기동력이 다소 무뎌졌다는 우려도 있지만 심리적 부담감이 적은 국내 무대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클래스를 다시 보여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크다. 일본무대에서 고전하다 국내로 유턴한 이종범이나 정민철의 경우에도 복귀 첫해부터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입증한 바 있다. 박종훈 LG 신임감독도 이병규에 대한 평가에서 "일본에서의 성적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며 변함없는 신뢰를 내비치기도 했다.

비록 이병규가 일본에서 시련의 시간을 겪긴 했지만, 한 수 위의 투수들을 상대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국내무대에서도 체험하지 못했던 리그 우승이라는 기쁨도 누렸다. 어느덧 팀 내에서도 최고참급이 된 이병규의 경험과 노하우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유난히 많은 LG에서도 후배 선수들에게 충분히 귀감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3년 전에 비하면 이병규의 팀 내 비중이나 위상이 달라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의 이병규는 신인 시절부터 LG 트윈스 부동의 주전 외야수였다. 잘나가던 시절에는 감독도 그의 위상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LG의 외야진은 이미 이병규가 오기전부터 포화상태에 도달해 있었다. 지난 시즌 타격왕인 박용택과 도루왕 이대형, 작년에 FA로 영입한 '국민 우익수' 이진영이 건재한 가운데, 최근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하여 골든글러브 외야수인 이택근까지 영입했다. 이택근은 과거의 이병규를 연상시키는 공수주를 겸비한 전천후 선수다. 팀내 비중이나 이름값을 고려할 때 이 4명 모두 지금의 이병규보다 뒤질 것이 없는 선수들이다.

뿐만 아니라 LG에는 이들 외에도 이름이 같은 '작은' 이병규, 안치용, 최동수, 박병호 같은 수준급 자원들이 있다. 박종훈 감독이 주전급 요원들에 대한 '견제세력'이라고 명명한 대안급 선수들이다. 당초 리빌딩을 내세웠던 LG지만, 선발진을 제외한 선수층을 놓고보면 누구를 주전으로 내보내야할지 고민스러울 정도의 '올스타 라인업'에 가깝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외야수 간의 경쟁을 떠나 다른 포지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확실한 주전급 요원만 5명인 LG의 외야진 가운데 남은 선수들을 1루수와 지명타자로 돌릴 경우, 이번엔 최동수나 박병호가 영향을 받는다. 구단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몸값이나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을 먼저 쓰지 않을 수 없고, 이런 상황은 LG가 추구하는 리빌딩이나 세대교체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가용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일지 모르지만, 한정된 자리와 출전 시간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이미 기량이 검증된 주전급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는데 장애가 될수도 있다. 자칫 과거의 뉴욕 양키스처럼 '포지션 불균형으로 인한 로스터의 비효율성'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병규의 입장에서도 LG에서의 주전경쟁은 주니치에서의 그것보다 결코 녹록하다고 할 수 없다. 박종훈 감독은 일단 올스타 5인방에게 우선 순위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저마다 특색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섣불리 우열을 논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이들에게서 최상의 조합을 끌어내 투타의 조화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그렇다면 LG가 이병규에게서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고참으로서의 리더십이나 수비 등도 있겠지만 역시 LG가 원하는 것은 화끈한 방망이를 통한 승부처에서 '해결사'로서의 모습이다. 전성기의 이병규는 전형적인 호타준족으로 1~3번을 두루 소화하여, 유사시 테이블세터와 클린업에서의 활용이 모두 가능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고정타순 없이 여러 타순을 전전해야하는 경우가 많았고, 후반기에는 주로 5,6번에 기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LG의 현재 취약점은 4번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빠진 중심타선이다. 이병규가 전형적인 거포나 4번감은 아니지만 여전히 승부처에서의 위협적인 한 방과 클러치 능력을 지니고 있기에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주기에는 충분하다. 이병규가 기자회견에서 조심스럽게 '3할 이상이 기본 목표'라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성기에 비해 스피드는 다소 무뎌졌지만 일본에서도 특유의 파괴력은 건재했다. 만일 경쟁이 치열한 외야를 떠나 수비부담이 적은 1루수나 지명타자로 전향할 경우, 홍성흔(롯데)처럼 타격에만 좀 더 특화된 선수로 변신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일본 무대에서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욱 성숙해진 이병규의 모습이다. 과거의 이병규는 실력은 좋지만 강한 개성으로 오해도 많이 받던 선수였다. 무뚝뚝하고 심드렁한 평소 이미지는 건방지다는 인상을 주기 일쑤였고, 경기 중 부상을 당한 상대 선수를 향해 부적절한 제스츄어를 취하는 바람에 안티팬들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유난히 개성이 강하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스타들이 많았던 LG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선수였던 그가, 이제 어느덧 본인이 후배들을 이끄는 선배의 위치에 서서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아직 국내무대에서는 우승의 영광을 맛보지 못했던 이병규가 개인의 명예회복과 함께 LG팬들의 오랜 숙원인 포스트시즌의 저주를 끊는 희망전도사로 부활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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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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