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자유계약 시장의 미아가 된 장성호(33)의 거취는 과연 어떻게 될까. 2009시즌이 끝난 뒤 FA를 선언했던 8명 가운데 현재까지 계약을 매듭짓지 못한 선수는 장성호 단 한명만 남았다.

장성호와 함께 최근까지 연봉협상문제로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던 박한이(31)는 지난 10일 원 소속구단인 삼성과 1년간 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옵션 5000만원에 재계약을 합의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상 FA를 선언한 선수는 1월 15일까지 반드시 계약해야 한다.

이미 지난 FA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은 장성호로서는, 오는 금요일까지 무조건 원 소속팀인 KIA와 협상을 마무리지어야한다. 만일 15일까지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 장성호는 올 시즌을 온전히 날려야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장성호의 나이와 최근 입지를 감안할 때 최악의 경우 그의 야구인생 자체가 여기서 끝나버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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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는 이미 FA를 선언할 당시부터 KIA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세운지 오래다. KIA와는 최근 2년간 코칭스태프와의 관계나 구단의 처우 등에서 누적된 감정의 골이 연봉협상을 거치며 깊어질 대로 깊어진 뒤다.

최근 장성호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인 후 트레이드’라는 요구를 구단측에 했다. 본인 스스로가 직접 원하는 팀으로 한화 이글스를 지목하기도 했다.

장성호는 왜 FA 신청 당시부터 한화행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미 FA와 외국인 선수 계약 등이 거의 마무리 되어 다음 시즌을 향한 각 구단의 선수구성 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는 시점에서 장성호를 필요로 할 만한 팀은 많지 않다. 한대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는 주축타자 김태균-이범호의 이적으로 타선의 공백이 큰 상황에서 장성호로서는 가장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팀이다. 1루와 외야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장성호로서는 운신의 폭이 가장 넓다.

하지만 한화는 이미 FA 시장에서 장성호의 공개적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그를 외면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에도 ‘영입 계획이 없다’고 다시 한 번 못 박음에 따라 장성호는 이제 사면초가에 몰랐다.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한화가 장성호를 잡으려고 했다면 지난 연말 당시에도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외부영입보다 내부 유망주 육성을 통한 세대교체를 선택했다. 현금 외에는 현재 한화에 장성호와 맞출만한 마땅한 트레이드 카드도 없다. KIA가 올해 전력구상에서 장성호의 비중이 크지 않다할지라도 베테랑 스타를 헐값에 넘길 리는 만무하기 때문.

한화 외에 다른 구단 중에서는 딱히 장성호에 관심을 가질만한 팀이 눈에 띄지 않는다. 두산이나 LG는 이미 기존 선수들의 교통정리만으로도 엔트리가 포화상태고, 삼성은 세대교체가 완성단계에 있다. 히어로즈는 관심이 있더라도 장성호를 영입할만한 자금적 여력이 없다. 이미 각 구단의 다음 시즌 전력구상이 끝난 상황에라 뒤늦게 장성호가 가세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기대하는 주전 보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어차피 장성호가 다른 팀으로 옮긴다 할지라도 일단은 KIA와의 재계약이 우선이다. KIA는 장성호에게 지난해 받았던 5억5000만원에서 3억원(54.5%)이 삭감된 2억5000만원을 계약조건으로 제시했다. KIA는 일단 계약부터 하자는 입장이지만, 장성호는 연봉보다 무조건 ‘트레이드 보장 후 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협상이 제자리걸음이다.

KIA 구단도 상황이 여기까지 치닫자 난감해진 기색이 역력하다. KIA는 내심 장성호가 FA 시장에서 타 구단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 백기를 들고 자신들이 내놓는 조건에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장성호가 ‘사인 후 트레이드’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강경하게 나오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장성호를 잡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여전히 대폭적인 연봉삭감은 피할 수 없다. 장성호가 주장하는 트레이드 요구 역시 선수가 원한다고 해서 곧바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를 원하는 팀이 있다 할지라도, KIA로서는 카드가 맞지 않는 이상 장성호를 무조건 트레이드 시킬 생각도,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없다.

양측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KIA는 장성호가 지난 2005년 FA 대박 계약 이후 몸값에 걸 맞는 활약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는 입장이고, 장성호는 과연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주긴 했느냐는 입장이다.

장성호는 KIA의 암흑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까지, 팀 내 최고 선수로 맹활약했지만 팀의 성적부진으로 그 활약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2007년에는 메이저리거 출신 최희섭의 등장로 주 포지션인 1루수 자리를 양보해야했고, 다시 조범현 감독의 취임 이후 시작된 코칭스태프와의 불화와 그로 인해 노골적으로 줄어든 팀 내 입지는 잦은 부상과 함께 장성호와 KIA의 인연이 멀어지게 되는 결정적인 빌미가 되었다. 코칭스태프와 구단은 장성호의 자기관리나 영양가에 불만이 있었고, 장성호는 그간의 팀 공헌도를 인정해주지 않는 구단이 야속하다.

KIA도 장성호도 모두 저마다 책임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선수와 구단이 갈등을 빚을 경우, 누가 더 잘못을 하든지 간에 어차피 선수 측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일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장성호의 딜레마는 작게는 KIA 구단과 장성호 본인 사이에 선수의 가치를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크게는 FA 제도의 구조적 모순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4년간 호랑이군단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장성호의 트레이드 요청은 현 FA 제도의 모순이 초래한 불행이다. 현재 프로야구 FA 제도는 선수 영입 시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450% 또는 전년도 연봉의 300%와 선수 1명을 원 소속 구단에 보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장성호를 FA로 영입하는 팀이 KIA에 지불해야할 보상금은 무려 24억 7,500만원(또는 16억5000만+보상선수)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최대어가 아닌 이상 준척급과 노장 선수들에게는 직장선택의 자유는커녕 족쇄가 되어버리는 FA제도의 허상은 결국 전력보강을 필요로 하는 구단으로서도 자충수가 되고 있다. 전력보강을 노리는 프로구단들이 합법적인 FA 영입을 포기하고, 편법과 꼼수에 가까운 ‘히어로즈 쇼핑몰 사태’를 초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장성호에게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려서 다시 한 번 KIA에서 마음을 잡고 새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홍성흔처럼 건재함을 인정받은 후에 다른 팀으로부터 제의가 들어오면 그때 이적하는 방법도 생각해볼만하다.

하지만 동기부여를 잃은 장성호가 KIA에서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시즌 우승으로 최희섭 등 팀 내 경쟁자들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진 가운데, 조범현 감독이 장성호에게 얼마나 출전 기회를 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장성호가 설사 KIA에 잔류하더라도 구단 측에서 괘씸죄를 적용하여 트레이드에 소극적이라면 장성호의 입지는 더욱 난처해질 수도 있다.

현재로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KIA와 장성호가 적절한 트레이드 카드에 맞추어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서로 아름답게 결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먼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털어버리고 합리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14년간 서로 한솥밥을 먹으며 영욕을 함께했던 구단과 프랜차이즈 스타,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팬들 모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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