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군단, '굴욕의 역사'를 청산할 수 있을까?
[야구타임스 | 이준목] LG 트윈스는 ‘황금세대’를 앞세운 1990년대에만 두 차례 우승(90,94)을 차지하며 최고 인기구단으로 군림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 LG를 거쳐 가면서 인기와 성적, 흥행 등 그 어느 것도 부러운 것이 없었다. 80년대를 풍미한 해태 왕조의 뒤를 이어 프로야구의 두 번째 왕조는 LG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쌍둥이의 영광은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다. ‘야신의 기적’으로 불리는 2002년 한국시리즈 깜짝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LG는 지난 7년간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연거푸 실패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6-6-6-8-5-8-7’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7시즌동안 LG 트윈스가 남긴 성적표다. 90년대를 풍미했던 찬란한 황금세대는 하나둘씩 석연치 않게 기억 속에서 사라졌고 부임하는 감독들은 하나같이 실망스러운 성적만을 남겼다. 어느새 LG는 명문구단에서 모래알 군단으로 전락했고,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LG는 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마지막으로 이후에는 준우승만 세 차례(97,98,02) 차지 했을뿐, 지난 15년간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LG보다 마지막 우승의 기억이 오래된 것은 롯데 자이언츠(92년 우승, 17년째)뿐이다.
LG와 비슷한 시기 암흑기를 함께했던 ‘엘롯기 동맹’이라 불렸던 팀들 중에서 롯데는 최근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KIA는 지난 2009년 12시즌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서며 LG에 배신(?)을 선언했다. 이제 남은 것은 LG 뿐이다.
롯데와 KIA가 찬란한 부활의 시기를 보내던 2008년, LG는 오히려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작년에는 꼴찌 계보의 새로운 기대주 한화의 약진(?)으로 2년 연속 꼴찌의 수모를 간신히 피했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7위에 그친 초라한 성적은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여기에 시즌 후반에는 조인성과 심수창의 그라운드 내분 사건과, 서승화의 후배 구타 파문, 박용택의 타격왕 밀어주기 논란 등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며 이래저래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결국 지난 시즌 종료 후 LG는 김재박 감독과의 재계약 대신 ‘서울 라이벌’ 두산의 2군 감독 출신인 박종훈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에 앉히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초보 감독이자 외부인사에 가까운 인물에게 전례 없는 5년 장기계약을 안긴 것도, 당장의 성적에 대한 조급증을 버리고 차근차근 ‘리빌딩’을 시도하겠다는 노선으로 읽혀졌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의 취임 이후 스토브리그에서 LG의 행보는 당초 밝혔던 단계적인 리빌딩과는 또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연말을 강타했던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파문’ 당시 LG는 선수 장사에 앞장섰고, 말의 앞과 뒤가 다르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결국 이택근이라는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일본무대에서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까지 컴백, 타선만 놓고 보면 LG는 당장 우승에 도전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화려한 올스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관건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점. LG는 기존의 ‘타격왕’ 박용택, ‘도루왕’ 이대형, ‘국민 우익수’ 이진영 등 호화멤버들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글든글러브에 빛나는 호타준족의 이택근의 가세로 좌타자 일색의 타선에 균형을 갖추게 됐고, 베테랑 이병규의 영입으로 노련미까지 보강했다. 당장 올스타급 외야수 5명을 보유하게 되어 다음 시즌 주전경쟁이 매우 치열해질 전망. 1루수와 지명타자 역시 최동수, 박병호, 작은 이병규 등 뛰어난 자원들이 즐비하여 박종훈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페타지니와의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뛰어난 타자는 많지만 홈런과 타점에서 확실한 한방을 지닌 4번 거포가 사라졌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박용택, 이병규, 이진영, 이택근, 정성훈 등 3번으로 기용된 선수는 많지만, 4번으로 풀타임을 뛴 선수는 없으며 전형적인 파워 히터와도 거리가 있다. 최동수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팀 내 주전경쟁도 아직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망주들의 활용과 신구조화도 고민거리다. 리빌딩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당장 즉시전력감 선수들을 영입한 LG로서는 성적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박종훈 감독은 주전들에 대한 ‘견제세력 육성’을 화두로 내세웠으나, 아무래도 검증된 베테랑 선수들만으로도 포화상태인터라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가 쉽지 않다. 박병호, 김태군, 작은 이병규 등의 성장은 올 시즌 LG의 신구조화와 하위타선의 경쟁력을 가늠할 키워드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기회를 얻을수 있을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마운드다. LG가 지난 시즌에도 초반 한때 팀타율 1,2위를 달리며 일시적으로 4강권에 진입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고질적인 마운드의 빈곤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시즌 중반을 넘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어느덧 리그 최고의 좌완 선발로 자리 잡은 ‘봉열사’ 봉중근이 건재하지만, 그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과 불펜진은 아직 보직이 불확실하다. LG 팬들의 원망을 한 몸에 듣는 박명환이 재활을 마치고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오랜 공백이 있는데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유리몸’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해줄지는 미지수다. 봉중근 역시 지난 2년간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무리한 후유증이 있어서 관리가 필요하다.
LG는 외국인 선수 카드도 당초 보류명단에 들어있던 제레미 존슨, 로베르토 페타지니와의 재계약을 모두 포기하고 에드가 곤잘레스와 오카모토 신야를 영입하며 마운드 보강에 주력했다. 멕시코 출신인 곤잘레스는 빅리그 통산 106경기에 출전해 14승 25패, 평균자책 5.88을 기록했으며 나이도 아직 한창 때인 27세다.
일본인 투수 오카모토 신야는 일본프로야구에서 9년간(2001∼09년) 통산 357경기에 등판해 32승 19패 9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 3.21을 기록했으며, 2007년과 2008년에는 각각 주니치와 세이부에서 소속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주로 불펜 요원으로 활약했던 오카모토지만 LG에서는 고질적인 마무리 고민을 해소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8개 구단중 가장 바쁜 스토브리그를 보내며 일단 양적으로는 지난 시즌보다 더욱 풍부한 전력을 갖추게 된 LG지만, 이번 시즌에는 호들갑을 자제하고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LG는 올 시즌 출발부터 그 어느 때보다 ‘팀워크’를 강하게 내세웠다. 항상 화려한 이름값을 앞세워 호화군단으로 불렸지만, 정작 조직력 부재와 개인주의로 인하여 모래알 군단으로 전락했던 오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감독들의 무덤’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박종훈 감독의 역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간 개성강하고 개인성향이 강한 LG 선수단에서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역할과 포지션이 중복되는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통제하며 유망주도 육성해야하고, 팀을 보다 끈끈하고 경쟁력 있는 팀으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박종훈 감독의 능력에 달렸다. 팀 성적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하는 2010시즌의 LG 트윈스, 과연 그들의 올 시즌 최종 성적표는 어떻게 될까.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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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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