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창섭]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가 메이저리그(ML)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는, 강력한 우승 후보 한 팀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동안 양키스는 총 10번의 지구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른 팀들의 포스트시즌 진출 문턱을 좁혀놓았다.

보스턴(2007년)과 탬파베이(2008년)가 연속해서 양키스의 앞을 가로막으며 ‘1팀 체제’의 종막을 알리는 듯 했으나, 그것의 종막을 알리는 듯 했으나 오래가진 못했다. 지난해,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이 진두지휘하며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지갑을 풀어내자 양키스는 두 팀이 감당하기엔 힘든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양키스는 성공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지구 2연패를 향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러자 전문가들은 ‘제국의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만 두고 따졌을 때, 나머지 네 팀이 양키스를 저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은 양키스를 막아내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양키스가 가장 견제하고 있는 팀은 명실상부한 ‘사상 최강의 지구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다.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린 이후 양키스의 대항마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공포의 다이나믹 듀오가 해체되고 타선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면서 양키스와 격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여기에 중심타선에서 버텨주던 제이슨 베이를 떠나보냈다. 베이는 정교함에서 아쉬움을 보였으나, 팀에서 유일하게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36홈런 119타점 .267)한 선수였다. 데이빗 오티스의 파괴력이 눈에 띄게 하락된 시점에서 베이를 잡지 않은 것은 어쩌면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수 있다.

공격력 하락을 감수하며 보스턴이 택한 방향은 선발진과 수비력의 보완이다. 야구의 세밀한 면을 들여다보는 세이버 매트릭스의 등장으로 수비력은 예전보다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마르코 스쿠타로, 마이크 카메론, 애드리안 벨트레를 영입해 최근의 추이에 발맞춘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오프시즌 FA 투수 최대어인 존 래키를 펜웨이파크로 데려오면서 상위 선발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를 세 명(조쉬 베켓, 존 레스터)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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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의 움직임은 흡사 지난 오프시즌의 양키스를 떠올리게 한다. 영입한 선수들의 기량에서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선발진을 두텁게 하고 수비를 견고히 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 지난 오프시즌에 양키스가 예전처럼 단순히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영입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들은 선발진에서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았고,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타자가 필요했다. 만약에 마크 테세이라가 그저 공격력만 뛰어난 선수에 불과했다면 양키스는 그에게 큰 정성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FA 선수 중 테세이라처럼 전반적인 면에서 두각을 보인 선수로는 맷 할러데이가 있었다. 그러나 할러데이는 아메리칸리그보다 내셔널리그가 더 어울리는 선수였다. 결국 보스턴은 질보단 양을 따졌고, 결과적으로 최소한의 목표만 달성했다. 양키스의 라인업과 비교해보면 중량감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여전히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보스턴이 체감적으로 양키스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팀이라면, 의외의 카운터를 날릴 수 있는 팀은 탬파베이와 볼티모어다. 두 팀은 오프시즌 내 적절한 영입과 더불어 바람직하게 성장한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양키스의 아성에 도전한다.

2년 연속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탬파베이는 최약체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마땅한 마무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그들은 라파엘 소리아노를 손에 넣으며 고민을 덜어냈다. 건강이 전제된다면 소리아노는 준수한 마무리로서 손색이 없다. J.P.하웰과 댄 윌러 등 소리아노까지 가는 연결고리도 탄탄한 편이라, 이제 탬파베이는 지키는 야구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선발진에는 젊은 투수들이 빠르게 자리 잡았다. 특히 스캇 캐즈미어가 빠져나간 공백을 데이빗 프라이스가 메워줘야 한다. 조 매든 감독도 프라이스가 선발 투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예측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타선에서는 불펜진과 달리 뚜렷한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영입은 없었다. 켈리 쇼팩의 등장으로 디오너 나바로와 주전 포수 자리를 경합하게 되었지만, 크게 주목할 만한 소식은 아니다.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던 2008년의 탬파베이 타선이 보여줬던 모습을 떠올려보라. 탬파베이는 한 방에 의존하는 ‘빅볼’보다 작전에 의해 상대를 무너뜨리는 ‘스몰볼’을 선보일 때 더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섬세한 야구를 하기 위해서는 B.J. 업튼을 비롯해 카를로스 페냐, 팻 버렐 등의 타격감이 반드시 회복되어야 한다.

볼티모어도 탬파베이처럼 주축 전력 대부분이 젊은 선수들로 교체됐다. 그런 의미에서 케빈 밀우드를 데리고 온 것은 고무적인 요소다. 그는 브래드 버거슨, 브라이언 매터스, 크리스 틸먼 등 어린 투수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수이다. 불펜 에이스를 바라보고 영입한 마이크 곤잘레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타선 역시 희망적이다. 닉 마카키스, 애덤 존스, 놀란 레이몰드로 이어지는 외야진은 양키스도 부러워할만하다. 여기에,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대형 신인 포수 맷 위터스도 첫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다. 만약, 위터스가 그간의 평가대로 ‘포수 마스크를 쓴 테세이라’가 된다면 꾀꼬리들의 희망찬가는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

볼티모어가 제국을 상대할 방법은 탬파베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들은 먼저 만연해진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1997년 지구 우승 이후, 볼티모어가 5할 승률을 넘어선 시즌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해에도 전반기까진 잘 버티다가 후반기에 13연패를 당하는 등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양키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신구조화가 이루어져 선수들 사이의 단합이 필수적이다.

현실적으로 양키스와 가장 거리가 멀어진 팀은 토론토다. 로이 할러데이는 어떠한 가치로도 계산될 수 없는 투수였다. 한 문장으로 간단하게 ‘에이스 한 명이 떠난 것’이라고 설명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양키스를 상대로도 승리를 자신하며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투수였고, 토론토를 상징하는 선수였다. 리키 로메로, 숀 마컴이 그를 대신하는 투수로 언급되고 있지만 위압감에서 비교할 수 없다.

할러데이가 떠난 것이 비극적인 일이라면, J P 리치아디가 단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토론토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당장 가을잔치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도 아니고 탬파베이와 볼티모어에 비해 유망주도 부족하다.

올해 타선을 이끌었던 애덤 린드와 애런 힐이 건재해야 되고, 카일 드라벡과 브렛 윌러스, 자크 스튜어트 등 팜에 있는 유망주들의 관리가 중요하다. 버논 웰스와 라일 오버베이 같은 선수들을 현명하게 처리해 리빌딩의 초석도 마련해야 한다. 급한 마음으로 양키스를 따라가는 것은 뱁새가 황새 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내실부터 다지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각 구단의 최종 과제는 제국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제국’ 양키스를 따라잡는 것, 즉 추국(推國)은 그 길로 가는 과정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지금 현재 양키스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가고자 한다. 과연 동부지구의 나머지 네 팀이 양키스를 손 안에 잡을 수 있을까. 대형 사극 ‘추노’에 대응하는 ‘추국’의 방영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 야구타임스 이창섭(블로그 : blog.naver.com/pbbless)
[사진= 보스턴 레드삭스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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