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타임스 | 이준목] ‘000이라고 쓰고, 신(神)이라고 읽는다.’ 아구계에서는 유독 신이라는 찬사를 받는 인물들이 많다. 요즘은 이런 표현이 남발되다보니 되려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역과 팬들을 떠나 누구도 신이라는 호칭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두 거물이 있다. 바로 ‘양신’ 양준혁(삼성, 41)과 ‘종범신’ 이종범(KIA, 40)이다.

두 선수는 1993년 프로 입단 동기이자 각각 영호남 야구를 대표하는 거물이며, 한국 프로야구사의 상징적인 존재들이기도 하다.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동안 늘 푸른 소나무처럼 야구계를 지키며 거목으로 자리 잡은 두 스타는 이제 어느덧 불혹을 넘겼다. 팀 내 최고참을 넘어 프로야구 최고령 타자를 다투는 두 선수는 ‘40대 타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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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지난해 다소 희비가 엇갈렸다. 출발은 양준혁이 앞섰다. 양준혁은 지난해 8개 구단의 모든 선수들 가운데 최고연봉인 7억원을 받았다. 5월 9일 대구 LG전에서는 류택현을 상대로 개인통산 341호 홈런을 작렬, 종전 장종훈의 기록을 경신하며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했다. 프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해보지 못했던 ‘2인자’가 끊임없는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진정한 1인자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반면 이종범의 2009년은 시련과 불확실성속에 시작됐다. 연봉은 2억원이었다. 2007년 5억원까지 치솟았던 연봉이 삭감을 거듭하며 2년 만에 60%가 잘려나갔다. 비시즌에는 구단으로부터 은퇴를 종용받기도 했다. 한때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았던 이종범에게는 굴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이종범은 자존심을 버리고 오직 야구인생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백의종군했다. 최고참이지만 팀을 위하여 대타와 대수비요원 역할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시리즈에서 12년만의 우승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이종범은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역전 결승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우승이 확정된 후 펑펑 눈물짓는 이종범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큰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반면 양준혁은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타율 .329에 11홈런 48타점을 기록했으나 부상 여파로 82경기에 출장하는데 그치며 규정타석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팀도 무려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팀 내 최고액 연봉자로서 양준혁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양준혁은 최근 지난해 연봉에서 무려 2억5,000만원이나 깎인 4억5,000만원에 재계약했는데 프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맛본 삭감이었다.

이종범은 지난 시즌 타율 .273에 6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화려했던 전성기에 비하면 두드러지는 기록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와 맏형으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며 지난해보다 30%(6,000만원) 인상된 2억6,000만원에 재계약했다. 5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2006년 이후 무려 4년만의 연봉 인상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은퇴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야구인생을 늘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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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두 선수의 야구인생은 그렇게 엇갈린 굴곡을 반복했다. 93년 두 선수가 처음으로 프로에 데뷔했을 때부터 두 선수는 신인왕을 다투는 라이벌이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소속팀의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양준혁은 그 해 페넌트레이스에서 23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2위에 오름과 동시에 타율(.341), 장타율(.598), 출루율(.436)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이종범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하며 판정승을 거뒀다. 하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종범이 MVP를 수상하는 맹활약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설욕에 성공했다.

이후 97년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이종범의 독무대였다. 이종범은 1994년 정규리그 MVP를 비롯하여 도루왕과 타격왕 등 각종 타이틀을 휩쓸었고, 백인천 이후 최고의 타율(.393)로 가장 4할에 근접한 선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96과 97년에도 두 차례나 더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97년에는 30-30클럽 가입과 두 번째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선수인생의 정점을 맞이했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이종범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 타자로서는 최초로 일본무대에 진출하기도 했다.

반면 양준혁은 이종범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함으로 승부하는 선수였다. 지금도 많은 팬들은 ‘양준혁의 전성기가 언제냐’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곤 하지만, 사실 모범답안은 없다. 전성기를 따로 구분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10년이 훨씬 넘는 세월동안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개인 타이틀이나 MVP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지만, 9년 연속 3할타율(1993~2001년)을 비롯하여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와 두 자릿수 홈런 등은 화무십일홍처럼 짧게 피었다 지는 스타들에 비해 양준혁의 위대함을 잘 보여준다.

양준혁은 94~96년 삼성의 암흑기부터 2000년대의 중흥기까지 팀의 영욕을 함께했다. 초창기에는 삼성이 유난히 우승 복이 없어서 이종범과 해태의 우승 세리머니를 구경만 해야만 했던 시절도 있었다. 선수협 파동으로 친정팀에서 트레이드되어 해태와 LG를 전전해야하는 아픔도 겪었지만, 삼성 팬들은 결코 양신을 잊지 않았다. 꿈에 그리던 고향팀에 돌아온 양준혁은 2002년부터 삼성의 세 차례 우승을 함께하며 푸른 사자군단이 지긋지긋한 한국시리즈의 한을 푸는데 기여했다.

이종범은 일본무대에서의 실패로 한동안 시련기를 겪기도 했으나 KIA로 구단명이 바뀐 타이거즈를 통해 다시 국내무대에 복귀,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스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6년에는 초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장으로 활약, 2라운드 일본전에서는 극적인 결승타점을 작렬하여 4강신화의 주역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때로는 선의의 라이벌로서, 때로는 야구인생의 동반자로서 그렇게 한 시대를 함께 풍미해온 두 선수는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열정과 기량을 폄하하는 이들에게 대하여 언제나 철저한 자기관리와 실력으로 답변해왔던 두 선수이기도 하다.

올해도 이종범과 양준혁은 묵묵히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팬들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두선수가 부상 없이 무사히 한 시즌을 보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을 보며 야구의 재미와 열정을 동경했던 팬들에게 여전히 양신과 종범신이 없는 그라운드는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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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김홍석 편집인(블로그 : 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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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구계에서는 유독 신이라는 찬사를 받는 인물들이 많다. 이런 표현이 남발되다보니 되려 무게감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역과 팬을 떠나 누구도 신이라는 호칭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두 거물이 있다. 바로 ‘양신’ 양준혁(41)과 ‘종범신’ 이종범(40)이다.

    2010/01/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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